‘아마존 인턴’의 6주…“뱀, 개구리 덕분에 꿈 같았죠”

조홍섭 2019. 10. 29
조회수 3549 추천수 0
‘아마존 탐사기’ 낸 전종윤씨

일손 부족한 연구기관에 지원

페루 열대우림서 생태조사

 

열대동물 이렇게 예쁠 줄이야

손바닥 크기 바퀴벌레와

얼굴만 한 개구리도 만나

 

모기 뜯기고 폭우에 인터넷 없지만

꿈꾸고 원하던 고생에 보람

대학원 공부에 실질적 도움 커


512.jpg » 연구지역에서 채집한 무지개보아뱀을 들고 있는 전종윤씨. 포획한 동물은 측정을 마친 뒤 채집 장소에 풀어준다. 지오북 제공

숨 막힐 듯한 더위와 쏟아지는 폭우, 귀가 멍해지도록 울려 퍼지는 수많은 곤충과 개구리의 울음소리, 쉬지 않고 덤벼드는 모기와 흡혈 파리, 숲 속에 도사린 뱀과 독거미…. 다큐멘터리 영화나 책에서 그리는 아마존 열대우림의 모습이다. 자연을 좋아하는 이라면 그런 곳에서 몇 주일씩 머물며 다양한 아마존 동물과 직접 만나는 꿈을 꾸었을 것이다. 

대학 졸업반이던 전종윤(사진·26·서울대 수의대 석사과정생)씨로부터 그런 얘기를 들은 한 외국인 유학생이 말했다. “가능해. 당장에라도 갈 수 있어.” 늘 일손 부족에 허덕이는 현지 연구기관이 연구 인턴을 모집한다는 것이다. 여러 연구기관에 이메일을 보낸 뒤 가장 자세한 답변을 보내온 ‘포너 포에버’(Fauna Forever)를 골랐다. 아마존 상류인 페루 푸에르토말도나도의 열대우림에서 생태조사를 하던 비영리 연구기관이었다. 이곳에서 6주 동안 인턴으로 연구한 경험을 정리한 책 <아마존 탐사기>(지오북)를 최근 발간한 전 씨를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났다.

꿈에 그린 반투명 개구리

-인턴으로 일한 곳은 어떤 곳인가요. 

"안데스 산맥에서 아마존 강 상류로 흘러드는 탐보파타 강 유역의 열대우림으로 ‘시크릿 포리스트’란 이름의 사유지입니다. 이곳에서 포너 포에버의 자체 연구인력이 자원봉사자와 인턴의 도움으로 다양한 분야의 생태조사와 모니터링을 합니다."

512 (1).jpg » 시크릿 포리스트 열대우림에서 인턴이 참여한 생태조사 모습. 지오북 제공.

-실제로 본 아마존은 어땠습니까.

"무엇보다 열대의 색깔에 매료됐습니다. 동물들이 이렇게 이쁠 거라고 생각 못 했습니다. 흔하게 만나는 개구리와 도마뱀도 밝은 초록색, 노랑 등 몸 빛깔이 무척 아름다웠습니다. 크기도 놀라워 손바닥만 한 바퀴벌레, 얼굴 크기의 개구리를 만났지요. ‘아마존에선 10가지 종을 보는 것이 같은 종 10마리 만나기보다 쉽다’는 말이 맞는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진흙에 모인 나비도 대부분 다른 종이고 같은 종은 많아야 2∼3마리였습니다."

-짧은 기간이지만 100종이 넘는 척추동물을 관찰했다고 했는데, 기억에 남는 종이 있습니까.

512 (2).jpg » 데메라라계곡나무개구리. 피부가 반투명해 내장이 드러나 보인다. 지오북 제공.

"데메라라계곡나무개구리는 가장 보고 싶었던 개구리였는데 36일째에 만났습니다. 몸은 밝은 초록색인데 눈은 선명한 노랑과 검정이 대비를 이루고, 반투명한 피부를 통해 내장이 들여다보이는 녀석입니다. 아마존무딘머리나무뱀은 나뭇가지에 늘어진 줄로 착각한 뱀인데 나무 위에 사는 뱀답게 공중에서 몸을 꼿꼿이 버티는 힘이 좋고 얼굴의 반을 차지할 정도로 눈이 커 이채로웠습니다. 개구리가 많으니, 이런 뱀이 다 있나 할 정도로 뱀도 다양합니다. 뱀 좋아하는 사람에겐 꿈 같은 곳이죠."

512 (3).jpg » 아마존무딘머리나무뱀. 나무에 사는 뱀으로 눈이 매우 크다. 지오북 제공.

-어릴 때부터 개구리나 뱀을 좋아했나 봐요.

"서울 사람이지만 아버지가 환경 관련 연구자여서 어릴 때부터 숲 속을 다니며 물고기와 개구리 잡고 밤에는 등불에 몰려든 곤충을 채집했습니다. 해마다 여름 1주일을 기다리며 자랐지요. 한 번 맛본 자연에 대한 갈망이 늘 가슴속에 자리 잡았던 것 같습니다. 개구리와 뱀은 무언가 독특하고 귀엽다는 느낌이 들어요. 어릴 때 배에 빨갛고 검은 무늬가 있는 무당개구리를 보고 무척 인상 깊었는데, 그런 영향도 있을 겁니다."

고생 만큼 배운 인턴

-마루와 기둥만 있는 캠프에서 모기와 더위, 매일 쏟아지는 비, 무엇보다 인터넷도 안 되는 환경이 고생스럽지 않았나요.

"양서·파충류를 하는 사람은 우기에 갈 수밖에 없어요(웃음). 그곳 생활이 결코 편하거나 호락호락하지 않았지만 매 순간 새로운 동물을 만나는 기쁨이 훨씬 컸습니다. 고생스럽지만 나름 재미있기도 했습니다. 현실의 아마존은 어둡고 무섭고 항상 경계해야 하는 면도 있지만 자연 속에 녹아들면 안정되고 편안함을 느꼈습니다."

512 (4).jpg » 연구 캠프의 모습. 지오북 제공.

512 (5).jpg » 벌레에 물린 발. 지오북 제공.

-최근 부모의 사회적 영향력을 이용한 이른바 ‘황제 인턴’이 논란을 일으켰는데요.

"편안하게 인턴 해서 증명서를 받는다 한들 내 능력이 아니라면 무슨 의미가 있나요. 사실 이번 인턴은 개인적으로 큰 도움이 됐습니다. 그 전까지는 막연히 생태공부를 하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연구의 최전선을 경험했거든요. 그때 배운 조사와 샘플링 기법 등이 이후 대학원 공부에 실질적 도움이 됐습니다."

-현재는 무슨 공부를 하고 있나요.

"서울대 수의대 대학원 이항 교수 밑에서 계통진화와 집단유전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연구 주제는 이끼도롱뇽입니다. 이 동물은 북아메리카에 대부분 살고 아시아에선 우리나라에만 서식하는데, 언제 어디서 한반도로 넘어왔는지, 전국에 흩어진 뒤 어떻게 진화했는지, 또 왜 한반도에만 살아남았는지 등 궁금한 게 많은 신비로운 동물입니다."

512 (6).jpg » 수수두꺼비. 아마존은 원산지이지만 외래종으로 오스트레일리아에 도입돼 큰 피해를 일으키고 있다. 지오북 제공.

외국 동물은 왜 공부하냐고요?

-아마존 말고도 마다가스카르와 라오스에서도 생물탐사를 했다고요.

"마다가스카르는 학부 때 친구들과 4명이 팀을 꾸려 여우원숭이, 카멜레온, 개구리 등을 보러 갔어요. 라오스는 지난해 아시아 척추동물 다양성학회 워크숍 현장조사 때 참가했습니다. 아열대림의 양서파충류를 채집해 표본을 만들었습니다."

-아마존 다음은 어디에 가고 싶죠?

"제 버킷 리스트에 남은 두 곳은 갈라파고스와 인도네시아입니다. 갈라파고스는 찰스 다윈이 22살 때 참가한 비글호 항해 때 들른 곳으로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의 아이디어를 얻은 곳이고, 인도네시아의 섬들은 아시아 열대지역의 중심지인데 아직 연구가 부족합니다. 코모도왕도마뱀도 보고 싶고요."

-열대 취향이군요.

"그런 것 같아요. 열대 지방에 양서·파충류가 많기도 하고요. 개인적으로 땀을 많이 흘려 더위가 힘들지만 재미있어 불편을 이깁니다."

-그렇게 공부한 외국의 양서·파충류가 한국에서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되나요.

"그런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생물에 국경이 있는 건 아니지요. 어릴 때부터 제 꿈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를 배경으로 연구하고 싶다는 거였어요. 특히 생물 다양성의 보고인 열대를 연구하고 싶어요."

-요즘 이른바 ‘자연 덕후’라고,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자연에 빠진 젊은이가 적지 않습니다. 이들은 시민과학자로서 나름의 생태조사를 하기도 하고 독자적인 전시회를 열기도 합니다.

"그런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는 건 고무적입니다. 이들이 호기심을 잃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계속해나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자연 덕후에게는 ‘우리나라의 생물다양성도 높지만 밖을 보면 더 넓다. 시야를 열대와 한대 등 우리와 다른 기후환경으로 돌려 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512 (7).jpg » 16일 한겨레신문사 사옥에서 만난 전종윤씨는 자연에 관심 있는 청년들에게 ‘세계를 보라’고 조언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홍섭 기자

-대학생이나 자연을 좋아하는 젊은이가 연구 인턴을 하고 경험을 쌓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또 있나요.

"남아메리카의 안데스 운무림과 파타고니아, 갈라파고스, 아프리카의 마다가스카르에도 비슷한 프로그램이 있는 거로 압니다. 일정한 참가비를 내고 현장 연구지에 체류하면서 연구에 참여하는 행태가 많습니다."

-자연사 분야는 생물학 가운데서도 배고픈, 그래서 인기 없는 학문 분야 아닌가요.

"부모님도 의사나 공공기관 연구자가 되길 원하셨죠(웃음). 이 분야는 일자리도 마땅치 않으니까요. 하지만 정말 자신이 하고 싶은 연구라면 시야를 넓혀 세계 어디서든 일할 수 있다고 봅니다. 먹고 살 수만 있으면 되는 것 아닌가요. 게다가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위기, 인수공통전염병 등 이 분야에 대한 새로운 수요는 커지고 있습니다."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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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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