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억년 전 대륙충돌 기억 감춘 ‘범 바위’

조홍섭 2016. 01. 12
조회수 23034 추천수 1

[한반도 지질공원 생성의 비밀] <2-2> 무주·진안권-무주 구상화강편마암


or1.jpg » 마치 표범이 누워있는 것 같은 무주군 왕정리 구상 화강편마암. 사진=조홍섭 기자

 

  야산 중턱에 표범이 웅크리고 있는 것 같은 바위

 돌 안에 돌이 들어 있다

 화강암 안에 회색·녹색의 둥근 무늬가 촘촘히

 

 어찌 보면 꽃이 피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주민들이 ‘꽃돌’이라 부르는 천연기념물로

 세계적으로 희귀한 변성 구상암

 

 대륙충돌로 벌어진 틈으로 마그마 침입

 마그마가 지표로 나오며 변성퇴적암 조각 삼켜

 팥죽 속 새알처럼 떠다니다가 굳어

 

   마그마 속 암석 어떻게 녹느냐에 따라 

 구상 암석 무늬 달라져 다양한 모양



전북 무주군 오산리 왕정마을 한 야산 중턱에 오르면 마치 표범이 산등성이에 웅크리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바위가 있다. 동네 주민들이 ‘꽃돌’이라 부르는 천연기념물 제249호 무주 오산리 구상 화강편마암이다.
 
화강암 안에 지름 5~10㎝의 짙은 회색 또는 녹색의 둥근 무늬가 촘촘히 박혀 있다. 이런 암석은 미관상 아름다울뿐더러 세계적으로 워낙 드물어 희소가치가 높다.
 
우리나라에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구상암은 이곳의 화강편마암을 비롯해 경북 상주군 운평리 구상화강암, 부산 전포동의 구상반려암, 부산 영도의 구상혼펠스, 경북 청송 주왕산 일대의 구과상 유문암 등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
 
이 가운데 무주 구상편마암은 변성암 조각이 암석 안에 붙잡힌 독특한 암석인데다 까마득하고 극적인 형성기원이 밝혀져 있어 눈길을 끈다.

 

돌 안에 돌이 들어있는 꼴인 구상암이 드문 데는 이유가 있다. 화강암은 마그마가 깊은 땅속에서 서서히 굳은 암석이다. 식는 과정에서 석영, 운모, 장석이 큰 결정을 이루지만 어느 한 곳에 몰리지 않고 고루 분포한다. 이런 화강암 가운데 구형의 다른 암석이 표범 무늬처럼 들어있으려면 매우 특이한 형성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or2.jpg » 화강암 안에 다른 암석 기원의 암석이 둥근 형태로 붙잡혀 있다. 무주 군청의 구상 화강편마암. 사진=조홍섭 기자

 

or3.jpg » 마그마에 붙잡인 암석이 어떻게 녹느냐에 따라 구상 암석의 무늬가 달라진다. 사진은 암석의 석영과 장석이 녹은 뒤 핵 바깥으로 빠져나와 주변에서 결정이 된 모습. 사진=조홍섭 기자
 
오창환 전북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등의 2013년 <암석학회지> 논문을 보면, 이 암석의 바탕을 이루는 화강암은 선캄브리아기인 약 19억년 전에 생성됐다. 슈림프라는 정밀 측정장치를 이용해 화강암의 석영 성분이 형성된 시기를 계산한 결과다.
 
당시 왕정리 지역은 해양판이 대륙판 밑으로 파고드는 섭입 지역 근처였는데 18억 7500만년 전 대륙충돌이 일어났다. 그 바람에 퇴적암은 땅속 깊이 파묻혀 고온과 고압을 받아 변성암이 됐다.
 
대륙충돌로 벌어진 지각 틈으로 마그마가 침입했다. 마그마가 지표로 나오는 과정에서 왕정리 변성퇴적암 조각을 집어삼켰다. 18억 6700만년 전 일이었다. 온도는 약 700도 압력은 6000기압이었다.

 

구상편마암.jpg » 구상 화강편마암이 형성되는 과정의 모식도. 변성퇴적암 조각이 상승하던 마그마에 떨어져 굳어 구상암이 형성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림=오창환 외(2013) <대한암석학회지>
 
만일 마그마의 온도가 훨씬 높았다면 변성암 조각은 모두 마그마 속에 녹아버려 구상암은 형성되지 못했을 것이다. 또 변성암 조각이 적당한 크기였던 것도 표면이 부분적으로 녹은 형태의 구상암을 형성한 요인이었다.
 
마그마에 뜬 변성퇴적암 조각들이 부분적으로 녹은 상태에서 지표에 올라와 굳었다. 돌이 마그마 위에 떠 있을 수 있던 것은 마그마도 화강암이 녹은 상태이기 때문에 돌조각과 비중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마치 팥죽 속에 넣은 찹쌀 경단처럼 떠다니다가 굳은 것이다.

 

or4.jpg » 오산리 왕정마을의 구상 화강편마암 분포지 모습. 사진=곽윤섭 기자

 
오산리 왕정마을에는 구상편마암이 자연상태에서 노출된 곳까지 계단과 안내판을 설치해 놓았다. 사람들이 암석을 훼손하지 못하도록 울타리를 치고 감시카메라를 설치했다.

 

이곳에서 구상 화강편마암을 들여다 보면, 한반도가 현재의 꼴을 이루기도 전인 까마득한 과거에 대륙이 충돌하고 그 열기 속에 지각을 뚫고 마그마가 분출하는가 하면 그 과정에서 구상암이 형성되는 극히 드문 사건을 떠올릴 수 있다. 낙엽송이 조림된 평범한 야산의 얼룩무늬 바위는 태고의 기원 이야기를 품은 신비로운 존재로 다시 태어난다. 

 

or5.jpg » 무주 군청 뜰에 전시한 구상 화강편마암. 사진=조홍섭 기자
 
이 암석의 학술적 가치가 알려지기 전에 사람들이 ‘부자돌’ ‘꽃돌’이라며 캐어 정원 장식용으로 갖다 놓는 일이 흔했다. 이 때문에 무주군청 뒤뜰에는 원산지에서 채집한 구상화강편마암을 수집해 일반에 전시하고 있다.
 
오창환 교수는 “다른 구상암이 화성암인데 견줘 이곳 구상암은 변성암이어서 특별하다”며 “무주 화강편마암은 퇴적 기원의 변성암이므로 앞으로는 무주 화강암질 편마암으로 부르는 것이 옳다.”라고 말했다.


무주/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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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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