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일만 고래는 왜 나뭇잎과 함께 묻혔나

조홍섭 2016. 02.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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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지질공원 생성의 비밀] <3-3> 신생대 화석의 보고 포항 두호동

 

  1600만~1100만년 전 쌓인 퇴적층

 가장 다양한 화석이 가장 풍부하게 나와

 

 육지와 바다 생물 흔적 동시에

 얕은 바다 화석와 깊은 바다 화석도 같이

 

 온난기후와 한랭 기후 환경을 다 보여줘

 퇴적 당시 기후가 어땠는지도 불확실

 

 1574개체 거미불가사리 미세 구조까지 생생

 산 채로 급속하게 매몰된 듯

 

 퇴적이 천천히 이뤄졌음을 보여주는 증거도 

 심해운반설, 대홍수설, 동해 해류변화설 등 다양


 

du0.jpg » 경북 포항시 북구 두호동 해안도로변에 있는 신생대 화석산지. 낙석을 막기 위한 사방공사가 반쯤 이뤄졌지만 그나마 비만 오면 무너져 내린다. 사진=곽윤섭선임기자kwak1027@hani.co.kr

 

고래부터 메타세쿼이어 잎까지 우리나라에서 가장 다양한 화석이 풍부하게 산출되는 곳이 있다. 영일만 건너 포스코의 공장들이 보이는 . 화석 연구자는 물론 아마추어 화석 동호인 사이에 ‘신생대 화석의 보고’로 오랫동안 알려진 곳이다.
 
지난달 14일 환호공원 옆 화석산지를 찾았다. 포항시의 택지 개발과 도로 건설로 대부분의 화석산지가 사라지고 마지막으로 남은 몇 곳 가운데 하나다.
 
도로 확장을 위해 잘라낸 산자락에 연한 갈색의 이암층이 드러나 있다. 이곳은 신생대 마이오세 중·후기인 1600만~1100만년 전 쌓인 퇴적층이다. 이곳에서 참나무, 오리나무 등 식물을 비롯해 갯가재, 게, 벌 등 곤충, 성게, 거미불가사리, 조개, 물고기 등의 화석이 나왔다.
 
이봉진 박사(경북대 고생물학연구실)는 “이곳은 좁은 지역에서 매우 다양한 화석이 나오는 곳”이라며 “홍수 때 휩쓸려 들어온 육지 생물과 바다 생물 화석이 모두 나타난다.”라고 말했다.

 

duho6.jpg » 두호동에서 다량 발견된 거미불가사리 화석. 모두 현재도 한반도 근해에 살고 있는 종이다. 사진=경북도
 
이 박사는 이곳에서 세계적으로 드문 대규모의 거미불가사리 화석 집단을 찾아내기도 했다. 4m 두께의 퇴적층에서 1574개체의 거미불가사리 화석을 찾아냈다. ㎡당 274개체인 이런 높은 화석 밀도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거미불가사리는 해삼, 멍게, 불가사리 등과 함께 극피동물을 이룬다. 불가사리보다는 성게에 가까워 몸과 다리가 쉽게 분리된다. 이곳의 화석은 현재 우리나라 바다의 수심 200~300m에 서식하는 2종의 거미불가사리와 동일한 종이었다.
 
죽으면 며칠 안에 분해되는 약한 몸을 지녔는데도 이 거미불가사리는 팔의 끄트머리와 가시 등 미세한 구조까지 온전하게 보존된 상태였다. 이 박사는 “불가사리가 산 채로 급속하게 매몰됐음을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두호동화석단지4.jpg » 유기물이 많은 퇴적층 안에서 이물질이 한가운데로 침전해 성장한 결핵체. 퇴적층 중간에 박혀 있다.사진=곽윤섭선임기자kwak1027@hani.co.kr

 
그러나 모든 곳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은 아닐 터이다. 퇴적이 천천히 이뤄졌음을 보여주는 증거도 있다. 도로변 퇴적층 사이에는 지름 1~3m 크기의 렌즈 모양을 한 결핵체가 여럿 끼어 있다. 유기물이 많은 퇴적층 안에서 이물질이 한가운데로 침전해 성장한 것으로, 오랜 기간 퇴적층이 서서히 쌓였음을 보여준다.
 
포항분지는 남한의 신생대 퇴적분지 가운데 가장 크다. 여러 화석 증거는 이곳이 반쯤 닫힌 만이었음을 가리킨다. 그렇다면 두호층은 거미불가사리가 가리키는 대로 얕은 바다였을까. 연체동물 화석도 발견돼 천해 환경이었음을 알려준다.

duho3.jpg » 두호동 퇴적층에서 발견된 게 화석. 사진=경북도

 
그러나 깊은 바다에서 퇴적된 화석도 나왔다. 김정민(진주교대 지질유산연구센터)·백인성(부경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지질학회지> 2013년 6월호에 실린 논문에서 생물 흔적 화석을 근거로 두호층이 반 원양 환경에서 퇴적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연구자들은 원통형 흔적들을 남긴 생물은 해저 퇴적물을 먹고사는 벌레로서 산소가 부족한 깊은 바다 환경에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두호층의 입자가 가늘고 고른 이암층은 저탁류가 깊은 바다에 쌓인 결과로 보았다.

duho4.jpg » 두호동 퇴적층은 바다 밑에서 쌓인 지층이지만 다량의 식물과 곤충도 함께 출토된다. 사진=경북도

 
이들은 얕은 바다에 사는 갯가재와 연체동물 화석이 두호층에서 발견된 까닭은 얕은 바다에서 죽은 이들 동물이 저탁류에 실려 심해분지로 옮겨졌기 때문으로 해석했다. 또 강돌고래 화석과 다량의 육상식물 화석이 발견된 것도 큰 홍수가 육상에서 깊은 바다로 밀어낸 결과로 보았다. 두호층이 발달하던 시기에 해수면이 하강했고, 이때 늘어난 강수량과 퇴적량이 이런 현상을 불렀다는 것이다.
 
퇴적 당시의 기후가 어땠는지도 불확실하다. 이 지층에서 나온 식물화석은 온대와 아열대에 해당하는 따뜻한 날씨에서 자라는 식물종이 육지에 살았음을 보여준다.

 

duho11.jpg » 김종헌 공주대 교수가 두호동층에서 발견한 자귀나무속 식물의 꼬투리 화석. 사진=김종헌 교수
 
김종헌 공주대 지구과학교육과 교수는 최근 두호층에서 자귀나무의 씨앗 꼬투리와 황금낙엽송의 씨앗 비늘 화석을 발견해 학회에 보고했다. 자귀나무는 마이오세 동안 열대와 아열대, 온대 지역에 걸쳐 널리 분포했다. 또 황금낙엽송은 현재는 중국 중부와 남동부에만 분포하지만 당시 북반구에 널리 자랐던 식물이다.
 
그러나 바다에 살던 유공충과 규조류 등 미소생물 화석의 연구 결과는 처음 온난했던 환경이 차츰 한랭한 환경으로 바뀌었음을 보여준다. 동행한 김태완 박사(대구 청구고 교사)는 “활엽수와 침엽수 잎 화석이 번갈아 나오는 것으로 보아 동해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바다가 열렸을 때는 구로시오 난류 영향을, 닫혔을 때는 한랭 기후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du1.jpg » 두호동 화석산지에서 화석을 찾고 있다. 앞에 보이는 것은 발견한 참나무속 식물 화석. 사진=곽윤섭선임기자kwak1027@hani.co.kr

 
이처럼 두호동 퇴적층이 쌓인 당시의 환경을 규명하기에는 연구가 많이 부족한 형편이다. 두호동 퇴적층을 퇴적 환경의 차이에 따라 층을 분류하는 층서조차 학계에서 의견 통일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학술 연구 이전에 화석 산지의 보호와 화석 보관도 허술하다. 아마추어 사이에서도 다양한 화석이 나온다는 사실이 수십년 전부터 알려졌지만 산출된 화석을 보관 전시하는 박물관은 없다.

 

duho15.jpg » 두호동 지층에서 발견한 조개 화석. 사진=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화석 산지 자체도 아무런 관리 없이 방치돼 있다. 이봉진 박사는 “퇴적층이 미처 암석으로 굳기 전이어서 비만 와도 쉽게 부서진다. 보호조처가 시급하다.”라고 말했다.
 
포항/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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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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