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덩이와 얼음이 8500만년 동안 빚은 ‘어머니 산’

조홍섭 2015. 1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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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지질공원 생성의 비밀]<1-1> 무등산권-주상절리대


    입석·서석·광석대 등 주상절리

    육각 바위기둥이 병풍처럼

 

    대폭발 동반한 대규모 화산활동

    장기간 지속된 흔적의 고갱이

    최고 7m 폭 바위기둥 11㎢ 이어져

 

    드물게 해안이 아닌 고산지대에

    수㎞ 깊이 화산재가 굳어

    신생대 현무암 아닌 중생대 응회암

   

    공원 면적 3%에 이르는 너덜

    빙하기 주상절리서 떨어진 암석

    미끄러져 흘려내려 긴 행렬

 

    최대 길이 600m 폭 250m 

    덕산너덜 등 10여개 화석 지형



mu1.jpg » 무등산 규봉암에서 바라본 광석대. 세계적인 규모의 주상절리대이다.  


눈보라가 잠시 멈춘 4일 오전 무등산은 포근했다. 굴곡 없는 둥근 산체에 눈이 덮여 ‘어머니 산’이란 말이 실감났다. 바위강을 이룬 수많은 너덜도 윤곽을 감췄다. 대신 정상과 주변의 입석대, 서석대, 광석대 등 거대한 바위기둥인 주상절리가 도드라졌다.
 

무등산은 흙산이지만 불의 산이기도 하다. 주상절리는 뚜렷한 그 증거다. 그런데 최근의 연구결과 무등산은 용암이 잠시 흐르다 굳은 흔한 화산지대가 아니란 사실이 분명해졌다.

 

대폭발을 동반한 대규모 화산활동이 장기간 계속됐다. 무등산은 백두산이나 한라산처럼 화산이었다. 광주와 화순, 담양에 걸친 거대한 규모의 화산지대가 격렬하게 화산재와 용암을 뿜어냈다. 그 화산활동이 남긴 흔적의 고갱이가 주상절리로 서 있다.

 

30~40m 돌기둥 100여개 줄줄이
 

광주광역시와 전남 화순·담양 일대에 걸쳐 있는 무등산(해발 1187m)은 대도시에 있는 1000m가 넘는 유일한 고산으로 2012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지난해에는 국가지질공원 인증을 받기도 했다. 북한산 다음으로 탐방객이 많은 사랑받는 산이지만 산의 비경이 어떻게 형성됐는지는 지질공원 인증을 위한 최근의 연구로 비로소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지질공원이란?
 
경관이 뛰어날 뿐 아니라 지구과학적 보전가치가 높고 교육과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할 만한 곳으로 환경부의 인증을 받은 곳을 가리킨다. 유네스코는 제주도, 중국 태산, 말레이시아 랑카위 등 32개국 111곳을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했다. 우리나라에선 제주도를 비롯해 청송, 울릉도·독도, 부산, 강원 비무장지대 일원, 무등산권 등 6곳이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됐으며 임진·한탄강, 무주·진안, 동해안권 등이 신청을 추진 중이다. 이 가운데 제주도만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받았고 청송은 신청 중이다. 지질공원은 보전, 교육, 관광을 모두 이룰 수 있어 기존 자연공원보다 융통성이 있고 유네스코 인증이 지역의 지명도와 관광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 지자체들이 인증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mu2.jpg » 광석대의 바위기둥은 너비가 최고 7m에 이른다. 화산재가 땅속 깊은 곳에서 천천이 식어 이런 거대한 바위기둥이 생겼다.  


규봉암은 무등산 정상에서 남동쪽으로 800m쯤 떨어진 해발 850m 높이에 위치한 암자이다. 들머리에 들어서자 거대한 돌기둥이 압도한다. 무등산에서 가장 커다란 주상절리대가 있는 광석대다.

 

공중에서 보면, 너비 2~5m, 높이 30~40m인 돌기둥 100여개가 늘어서 있는 한가운데 규봉암이 제비둥지처럼 매달려 있다. 절 건물 바로 옆에는 밑동이 1m만 남은 돌기둥의 잔해가 있는데, 너비가 7m에 이른다.

 

mu3.jpg » 하늘에서 본 광석대 주상절리대 모습. 암자가 100여개의 돌기둥 사이에 자리잡고 있다. 사진=광주광역시


무등산에서 널리 알려진 주상절리는 입석대와 서석대, 그리고 최근 공군기지를 이전하기로 확정한 정상 3봉에 펼쳐져 있다. 현재까지 밝혀진 주상절리대의 면적은 11㎢에 이르는데, 점점이 있는 것이 아니라 선으로 연결돼 있다. 그 분포는 신선대~누에봉~천왕봉~지왕봉~인왕봉~서석대~입석대~광석대~동화사 터~중봉~장불재~낙타봉~촛대봉~안양산 정상부로 이어진다.

 

mu4.jpg » 입석대

 

허민 전남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고생물학)는 “무등산의 주상절리대는 규모가 세계적일뿐더러, 국내 다른 주상절리대가 대부분 신생대에 형성된 현무암인 데 비해 중생대 응회암이며, 해안이 아닌 고산지대에 위치한다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당시 세계적인 화산지대의 하나
 

그렇다면 무등산 주상절리대는 어떻게 생겨 현재의 모습이 됐을까. 최근 무등산의 지질과 지형의 형성사를 집중 연구해온 지구과학자들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그 과정을 짚어보자.

 

mu5.jpg » 입석대
 

먼저, 중생대 백악기 초부터 신생대 제3기 초까지 한반도 남부에는 격렬한 화산활동이 벌어졌다. 이창열 전남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지구조학)는 “현재는 일본 근처에 태평양판이 유라시아판 밑으로 파고들어가는 섭입대가 위치해 근처에서 화산활동이 활발하지만 중생대 말에는 섭입대가 한반도에 더 가까웠다”며 “섭입대에서 기원한 물질이 검출되는 것이 그 증거”라고 말했다.
 

무등산 주상절리를 이루는 암석은 화산재가 굳어 생긴 응회암이다. 화산재가 압축돼 생긴 응회암의 두께는 드러난 것만 400m이고 전체는 600m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암석으로 굳기 전 화산재 깊이는 수㎞에 이르렀을 가능성이 있다. 무등산 일대는 당시 세계적인 화산지대의 하나였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본다.
 

mu7_지왕봉.jpg » 지왕봉 공개 행사 모습. 무등산 정상의 천왕봉, 지왕봉, 인왕봉 모두 주상절리다. 사진=광주광역시

 

무등산 일대에는 큰 화산이 재와 용암을 뿜어냈다. 지하 깊숙한 곳에는 이 용암의 원천인 마그마 방이 있었다. 맨틀로부터 다량의 마그마가 흘러들어와 마그마 방은 팽창했다.

 

그러나 분출이 계속되면서 차츰 마그마 방이 비어갔고, 어느 시점에 이르자 거대한 화산체의 꼭대기는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빈 공간으로 무너져 내렸다. 백두산에 칼데라 호수가 생성된 것도 이런 화산의 함몰 과정을 통해서였다.

 

무등산 일대 지질구조의 형성 과정

 

11p.jpg » 1. 선캄브리아기 화강편마암 기반암 위에 퇴적분지가 형성된다. 2. 대보 조산운동으로 화강암이 관입한다. 3. 이후 오랫동안 지표가 깎여 땅속 깊은 곳의 화강암이 지표에 노출된다. 지각변동으로 단층을 따라 분지가 만들어진다. 4. 이 능주분지에 모래, 진흙, 화산재 등이 퇴적한다. 이곳에 공룡발자국 화석이 남는다. 5. 백악기 말 광범한 화산활동이 벌어져 용암이 분출한다. 6. 무등산 화산의 대규모 분출과 칼데라 호 함몰이 일어난다. 7. 함몰된 균열을 따라 마그마가 관입해 화강암을 형성한다. 신생대 들어와 풍화와 침식을 받아 무등산 고지의 주상절리 암석이 지표에 노출되고 빙하기 때 너덜을 형성한다. 자료=광주광역시, 전라남도
 
독립적인 3번의 화산폭발로 생겨


무등산 화산에서는 함몰 이후 화구 안에 화산재가 쌓였다. 두껍게 쌓인 화산재는 높은 압력과 온도에서 녹은 뒤 차츰 식어 암석이 됐다.

 

이 과정에서 5~7각기둥 모양의 암석이 생겼는데, 바로 주상절리다. 안건상 조선대 지구과학교육과 교수의 연구를 보면, 용암이나 화산재는 표면부터 식으면서 수축되는데 이때 가장 안정한 형태인 육각형으로 굳는다. 말라 갈라진 논이나 식은 풀이 육각형으로 갈라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임충완 전남대 지구환경과학부 박사(화산학) 등은 국제학술지 <지구, 행성 및 우주> 최근호에 실린 논문 ‘무등산 국가지질공원 주상절리의 기원’에서 무등산 주상절리가 서석대·입석대·광석대는 중생대 백악기인 8500만년 전, 촛대봉은 8700만년 전, 정상의 천왕봉과 지왕봉의 주상절리는 그 후에 생겼으며, 이들은 모두 화학성분이 동일해 같은 마그마 방에서 기원했다고 밝혔다.

 

임 박사는 또 “같은 시기라고는 하지만 독립적인 세 번의 화산폭발로 서석대·입석대·광석대가 생겼으며 깊은(해발고도가 낮은) 곳의 주상절리일수록 천천히 식어 기둥의 너비가 크게 자랐다”고 설명했다.
 

mu6.jpg » 무등산 최대의 너덜인 덕산너덜. 빙하기 주변 기후를 받아 주상절리에서 떨어져 나온 바위가 지표에 미끄러져 내려와 형성됐다.

 

공룡시대에 절정을 맞았던 무등산의 화산활동은 멈췄지만 돌의 윤회는 계속됐다. 8500만년 전 형성된 주상절리대는 깊숙한 땅속에 묻혀 있었다.

 

이 거대한 바위기둥이 햇빛을 처음 본 것은 11만5000년 전이다. 눈에 보이는 형태의 주상절리가 나타난 시기는 인류가 지구상에 출현한 이후인 셈이다. 입석대 암석에 우주 기원 원소가 얼마나 생성됐는지를 측정해 이런 값을 계산했다.
 
얼고 녹으면서 조금씩 조금씩

 

mu10.jpg » 입석대 주상절리가 무너져 내린 모습. 이 바위가 쪼개져 비탈로 이동하면 너덜이 된다.


빙하기는 주상절리대가 너덜로 변신하게 했다. 무등산에는 공원 면적의 3%를 차지할 정도로 너덜이 많다. 길이 600m, 최대 폭 250m인 덕산너덜 등 10여개의 너덜이 주상절리로부터 사면을 향해 ‘흐른다’.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너덜이 많은 산도 보기 힘들다.
 

지상에 나와 풍화와 침식을 받던 주상절리는 5만년 전 빙하기 때 기둥에서 떨어져 나와 너덜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빙하기에 우리나라는 빙하에 덮이지는 않았지만 한랭한 기후였다.

 

여름에 녹은 토양이 겨울엔 얼어붙었다. 주상절리에서 떨어져 나온 암석은 얼고 녹으면서 사면을 조금씩 미끄러져 내렸고, 그 행렬이 너덜을 이뤘다.

 

북사면보다 남쪽과 서쪽 사면에 너덜이 발달한 것도 이곳에 동결과 용해가 활발했기 때문이다. 빙하기가 끝난 현재 너덜의 암석은 움직임을 멈춘 ‘화석 지형’이 됐다.
 

결국, 무등산 주상절리대는 거대한 화산폭발의 불덩어리와 빙하의 찬 기운이 8500만년 동안 빚어낸 조각품인 셈이다.

 

광주/글·사진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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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기획: <한겨레>, 대한지질학회, 국립공원관리공단 국가지질공원사무국,  한국지구과학교사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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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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