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넘게 세계인 홀린 동물 이야기 고전

조홍섭 2016. 02. 05
조회수 22755 추천수 0

늑대와 로보, 회색곰 왑, 솜꼬리 토끼 갈래귀…세대 넘어 사랑받는 동물 주인공

지나친 의인화는 논란 불러, 동물도 사람처럼 권리 있다는 메시지 우리에 울림
 
Lobo_(The_King_of_Currumpaw).jpg » 시튼이 직접 그린 <커럼포의 왕, 로보>의 주인공인 늑대왕 로보(오른쪽)과 그의 짝 블랑카. 시튼의 동물 이야기는 지나친 의인화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동물에 대한 사실적이고 아름다운 묘사로 동물을 다시 보게 만드는 기여를 하기도 했다. 그림=시튼, 위키미디어 코먼스

 
1960~1970년대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늑대 왕 로보가 나오는 시튼 동물기를 동화든, 전집이든, 어린이 만화잡지를 통해서 한번쯤은 접했을 것이다. 회색곰 왑, 솜꼬리 토끼 갈래귀, 엄마 여우 빅슨 등은 세대를 넘어 사랑받은 동물 주인공들이다.
 

동물작가이자 화가였던 어니스트 시튼(1860~1946)이 뉴멕시코에서의 늑대 사냥 경험을 토대로 1893년 발표한 ‘커럼포의 왕, 로보’는 그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겼다. 그는 미국과 캐나다에 살면서 자신의 체험과 들은 내용을 바탕으로 한 동물 이야기를 책 40여권, 잡지 칼럼 1000여 편, 그림 6000여 장으로 남겼다.

 

<시튼의 동물 이야기> 전집은 이 가운데 시기별 주요 작품을 9권으로 묶은 한정판으로 보급판에 앞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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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튼의 동물 이야기(전9권)
어니스트 톰슨 시튼 지음, 이성은·이한음·이한중·장석봉 옮김/궁리·10만8000원


호랑이가 곰방대를 물고 여우가 재주를 넘는 민담과 설화가 우리의 전통 동물 이야기였다. 그래서인지 시튼의 글은 사실과 관찰에 근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동물기’란 명칭도 파브르의 곤충기를 떠오르게 했다.

 

800px-Ernest_Thompson_Seton.jpg » 어니스트 톰슨 시튼(1860~1960)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

 

그러나 시튼은 동물에 관한 타고난 이야기꾼일 뿐 냉정한 관찰자는 아니다.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모두 사실”이라고 누누이 강조하지만 그가 그린 것은 동물의 생태와 행동이라기보다 영웅주의, 영원한 사랑, 슬기, 강인함, 모성애 등이다. 그의 주인공은 사람보다 더 인간적이다.

 

Wild_Animals_Tannerey.jpg » <커럼포의 왕, 로보-내가 만난 야생 동물들>에 나오는 시튼이 그린 사냥꾼 삽화. 그림=시튼, 위키미디어 코먼스


지나친 의인화이지만 ‘동물도 사람처럼 살 권리가 있으니 함부로 대하지 말자!’라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하려 한 결과로 보인다. 동물 학대가 공공연한 지금 우리 사회에도 울림이 있을 만하다.
 

동물의 인지능력과 행동에 관한 최신 연구로 동물이 이제까지 알던 것보다 훨씬 복잡한 존재임이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동물과 사람이 얼마나 같은지는 큰 논란거리다. 이런 문제를 다룬 자연 다큐와 교양과학서는 많다.

 

시튼의 동물 이야기는 동물을 주제로 한 아메리카 판 옛날 이야기에 가깝다. 여기서 늑대는 말은 하지 않지만 위엄 있고 지극한 사랑을 하는 영웅이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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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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