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간하고 쫄깃하고 배릿한” 남도 조개 삼형제

황선도 2015. 12. 01
조회수 19045 추천수 0

꼬막과 새꼬막은 껍데기 골의 수로 구분, 피조개는 붉은 피로
찬바람 불면서 맛 들어, 소금기 남도록 살짝 삶는 것이 요령

 

꼬막s_ProjectManhattan_cc by-sa 3.0.jpg » 찬바람이 불면서 맛이 드는 꼬막. 조가비 골의 수로 새꼬막, 피조개와 구분한다. 사진=ProjectManhattan. cc by-sa 3.0

  
한국 현대문학사에서 대표적 대하소설로 꼽히는 조정래의 <태백산맥>에는 “간간하고 쫄깃쫄깃하고 알큰하기도 하고 배릿하기도 한 그 맛은 술안주로도 제격이제.”라고 꼬막을 묘사했다.
 
대학시절 마음 조리며 가슴 치며 읽던 이 소설에 등장한 정하섭과 소화, 외서댁과 염상구 그리고 무당 월녀가 벌교 꼬막을 이야기한 장면이 아련하다. 그래서 이 소설의 배경을 찾아 남해안 갯벌 바닷가를 걷다 보면, 어민들이 뻘배 또는 널배라 부르는 널빤지를 타고 한발로 힘차게 펄을 차며 나가면서 무슨 조개를 캐는 광경을 볼 수 있을 것이다.

01773278_R_0.JPG » 널배를 타고 갯벌을 미끄러지며 꼬막을 채취하는 고흥의 어민. 사진=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고흥 쪽 해변에서도 보성만 일대에서도 꼬막은 난다. 그러나 벌교 꼬막에는 그 맛이 미치지 못해 옛날부터 타지 사람들이 먼저 알고 차등을 매겼다고 한다.
 
벌교에서 물 인심 다음으로 후한 것이 꼬막 인심이었고, 벌교 오일장을 넘나드는 보따리 장꾼들은 장터거리 차일 밑에서 막걸리 한 사발에 꼬막 한 됫박 까먹는 것을 큰 낙으로 즐겼다.
 
꼬막 조개껍데기 겉면에는 밭고랑 같은 골이 나있는데, 언뜻 보면 다 같은 종류 같지만 이 방사륵의 수에 따라 꼬막, 새꼬막, 피조개 등으로 구분이 된다. 방사륵이 꼬막(Tegillarca granosa)에는 17∼18줄, 새꼬막(Scapharca subcrenata)에는 30∼34줄, 피조개(Scapharca broughtonii)에는 42∼43줄이 나있다.
 
꼬막은 흔히 참꼬막이라고 하며, 제사상에 올린다고 해서 제사꼬막이라고도 부른다. 이 꼬막의 영명은 그래눌라 아크(Granular ark)이고, 일본어로는 하이가이(ハイガイ)이다.

 

05228792_R_0.jpg » 충남도가 시험 양식에 성공한 새꼬막. 사진=충남도

 

새꼬막은 껍데기의 골이 꼬막보다 가늘게 패인 것으로 제사 때 쓰지 못한다고 해서 똥꼬막으로도 부르는데, 사실은 참꼬막보다는 속이 알차고 짠맛이 덜하여 먹기에 제격이다. 조금 더 깊은 펄 바닥에 사는 피조개는 꼬막이나 새꼬막보다 더 크고, 조개껍질을 까보면 속에서 피가 흐른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꼬막을 일컬어 ‘크기는 밤만 하고 껍질은 조개를 닮아 둥글다. 빛깔은 하얗고 무늬가 세로로 열을 지어 늘어서 있으며 줄과 줄 사이에는 도랑이 있어 기와지붕과 같다. 두 껍질의 들쑥날쑥한 면이 서로 엇갈려 맞추어져 있다. 고기 살은 노랗고 맛이 달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더욱이 새꼬막은 ‘꼬막과 유사하나 기왓골 모양의 도랑무늬가 더 가늘고 기름기가 있다.’라고 꼬막과 구분하여 뛰어난 관찰력을 보이고 있다.

 

01773300_R_0.JPG » 꼬막의 확대한 모습. 사진=류우종 기자
   
꼬막은 가을 찬바람이 불면서부터 맛이 들기 시작해서 여름철 알을 품기 전까지가 가장 맛이 좋다. 꽃게와 같은 갑각류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꼬막은 달이 찬 보름 무렵에 잡은 것보다는 달이 없는 그믐에 캔 것이 살이 알차다고 한다.
 
꼬막은 시금치 데쳐내듯 핏기는 가시고 소금기는 남아있게 살짝 삶아내야 한다. 알맞게 삶아진 꼬막은 조갯살이 줄어들지 않고 물기가 촉촉이 돈다.

 

03617560_R_0.jpg » 꼬막 요리. 사진=박미향 기자
 
꼬막은 소화 흡수가 잘 될 뿐 아니라 고단백, 저지방 알칼리성 식품으로 병후 회복에 좋다. 꼬막에는 철분과 각종 무기질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빈혈에 좋고, 조혈강장제로 효험이 좋다.
   
일반적으로 조개류의 피는 헤모시아닌을 함유하고 있어 녹색을 띤다. 그러나 피조개만은 붉은 피를 가지고 있는데, 산소를 운반하는 호흡색소인 헤모글로빈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피조개란 이름이 붙었고, 영어로도 블러디 클램(Bloody clam), 일본에서도 아카가이(アカガイ, 赤貝)라고 하여 붉은 피를 표현하는 이름을 만들었다. 그런가 하면 영어권에서는 피조개를 아크 쉘(Ark shell)이라고도 부른다.

 

a_broughtonii.jpg » 피조개. 사진=M. Taru

 

중앙과학관.jpg » 헤모글로빈 때문에 붉은 빛을 띠는 피조개의 안쪽 모습. 사진=국립중앙과학관
 
바로 창세기에 150일간 천지를 진동시킨 노아 홍수 때 노아 가족과 금수만을 방주(方舟, ark)로 옮겨 생존케 하였다는 기록에서 유래한다. 인간의 생명을 구했다는 방주를 피조개의 이름으로 붙였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피조개가 바로 인간과 같은 적혈구를 가진 조개라는 의미에서 붙인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피는 바로 생명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출혈은 항상 불안과 공포의 대상인가 하면 혈액순환을 하는 심장의 운동이 정지되면 바로 죽음을 뜻한다. 피조개 피의 비중이 사람의 혈액 비중과 거의 같을 정도로 진하다고 하니 옛사람들의 혜안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황선도/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연구위원, <한겨레> 물바람숲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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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도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연구위원·어류학 박사
고등어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어류생태학자.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에서 자원조성 업무를 맡고 있다. 뱀장어, 강하구 보전,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수산자원 회복 등에 관심이 많다.
이메일 : sanisdhw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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