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 모래 알갱이 하나에 속초시 인구 세균 산다

조홍섭 2017. 12. 15
조회수 10922 추천수 0
알려진 것보다 수백 배 많아
수천종 분포, 오염물질 정화

MPIMM-2.jpg » 모래알의 움푹 패인 곳에서 도시를 이룬 세균들(초록색). 레이저 주사 현미경으로 촬영한 것이다. 막스플랑크연구소 제공.

모래 해변은 수없이 많은 모래 알갱이로 이뤄진다. 모래 알갱이 하나하나는 다시 수많은 세균이 모여 사는 도시이다. 최신의 분석기술을 이용해 과학자들이 모래 알갱이 하나를 터 잡아 사는 세균의 종류와 수를 셌다.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의 미생물학자들은 미생물생태학 학술지 ‘아이에스엠이(ISME) 저널’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은 미생물이 모래 표면에 살고 있다고 보고했다. 연구자들은 북해 해안의 수심 8m 지점의 해저에서 채취한 모래 알갱이에서 세균을 추출해 유전자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조사했다. 

nasa_Sand_under_electron_microscope.jpg » 전자현미경으로 본 모래알갱이는 울퉁불퉁해 그 틈에 세균이 안전하게 서식할 수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공.

그 결과 지름 0.2∼0.6㎜인 모래 알갱이 하나의 표면에는 1만∼10만 마리의 세균과 고세균류가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머리카락 굵기의 모래알에 속초시 인구(8만)에 해당하는 미생물이 도시를 이루는 셈이다. 이제까지 추정한 모래 알갱이 하나당 세균의 밀도는 0.1×0.1㎜당 1∼6세포로 이번 추정보다 수백 배 적은 수치다.

모래알은 쉴 새 없이 물살에 쓸리고 포식자들이 먹이를 찾아 훑어내 세균의 안정된 삶터는 아니다. 조사 결과 세균은 모래알의 노출된 표면이 아니라 금이 가거나 패인 부분에 몰려 있었다. 이들은 대부분 세균으로 3000∼6000종으로 매우 다양했는데, 절반 이상은 모든 모래에 공통으로 분포해 비슷한 기능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은선.jpg » 4대강 사업의 일환인 영주댐 공사가 시작되기 전 내성천 모습. 대표적인 모래강으로 모래 알갱이의 세균이 탁월한 정화 기능을 발휘했다. 박은선 제공.
 
연구자들은 모래에 사는 세균이 해양생태계와 지구의 물질순환에 중요한 구실을 한다고 밝혔다. 물속에서보다 100배 높은 밀도인 이들 세균이 강물을 따라 바다로 유입되는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작지만 거대한 필터’ 노릇을 한다는 것이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David Probandt et al, Microbial life on a sand grain: from bulk sediment to single grains, The ISME Journal advance online publication, 1 December 2017; doi:10.1038/ismej.2017.197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꿀벌은 편애, 말벌은 증오? 1%가 낳은 ‘편견’꿀벌은 편애, 말벌은 증오? 1%가 낳은 ‘편견’

    조홍섭 | 2018. 10. 16

    녹지·공원 늘면서 급증…도심선 파리가 주 먹이, 사체 청소도생태계 건강 입증, 병해충 막는 기능도…피해 줄이는 관리 필요우리나라에서 사람에게 가장 큰 신체적 손해를 끼치는 동물은 말벌일 가능성이 크다. 반려동물 급증과 함께 개 물림 사고...

  • 바다 천덕꾸러기 해파리, 생태계 기초 식량 가능성바다 천덕꾸러기 해파리, 생태계 기초 식량 가능성

    조홍섭 | 2018. 10. 12

    펭귄, 다랑어, 뱀장어, 해삼…다양한 포식자가 먹어칼로리 낮지만 쉽게 잡고 소화 잘돼…’보릿고개’ 식량보름달물해파리만 잔뜩 걸린 그물을 끌어올리는 어민은 ‘바다는 비어가고 해파리가 그 자리를 채운다’고 한탄한다. 남획과 수질오염 등으로 물...

  • 고래처럼 턱 부풀려 사냥하는 심해 ‘풍선장어’고래처럼 턱 부풀려 사냥하는 심해 ‘풍선장어’

    조홍섭 | 2018. 10. 11

    아래턱에 펠리컨 닮은 자루 풍선처럼 부풀려 사냥태평양과 대서양서 잇따라 살아있는 모습 촬영 성공온대와 열대바다에서 가끔 어선에 잡히는 풍선장어는 수수께끼의 심해어이다. 75㎝ 길이의 몸은 길쭉한 뱀장어이지만 몸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거대...

  • 멸종 위기 수원청개구리, 5곳서 ‘지역 절종’ 사태멸종 위기 수원청개구리, 5곳서 ‘지역 절종’ 사태

    조홍섭 | 2018. 10. 11

    이대 팀, 3년 간 첫 전국조사 결과북부와 남부 서식지 분단, 멸종 재촉전국서 울음 확인 2510마리뿐, “논 지켜야”우리나라에는 두 종의 청개구리가 산다. 흔한 청개구리는 한반도를 비롯해 중국·일본·러시아 등 동북아에 널리 분포하며 낮 동안 ...

  • 곤충계 최고 포식자 사마귀, 물고기도 잡아먹는다곤충계 최고 포식자 사마귀, 물고기도 잡아먹는다

    조홍섭 | 2018. 10. 02

    하루 2마리씩 구피 사냥, 닷새 동안 이어져척추동물 중 새 이어 물고기도 먹이 목록에체온을 높이려고 농로나 등산로에서 나와 아침 햇살을 쬐는 사마귀가 많이 눈에 띈다. 커다란 집게발을 가지런히 앞에 모으고 뒷발로 선 이런 모습을 보고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