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줄에 '조류 충돌 방지' 무늬 넣는 무당거미

조홍섭 2018. 06. 01
조회수 8029 추천수 1
거미줄 망가뜨릴 새는 보지만 파리·나비는 못 봐
사람 시력은 개·고양이 7배, 동물 중 최상급

P7100289-1.jpg » 무당거미 거미줄에 있는 지그재그 무늬는 새 등 큰 동물이 거미줄을 훼손하지 못하도록 알리는 기능을 한다는 가설이 나왔다. 조홍섭 기자

우리나라에 흔한 무당거미는 검고 노란 얼룩무늬와 배의 붉은 점으로 눈길을 끈다. 무당거미는 몸의 두드러진 색깔뿐 아니라 거미줄도 독특하다. 거미줄 복판에 종종 지그재그나 나선 형태로 꿰맨 듯한 흰 무늬를 만든다.

이 무늬가 무슨 기능을 하는지를 둘러싸고 과학자들은 크게 두 가지 가설로 맞섰다. 하나는 큰 동물이 지나가다 그물을 망가뜨리지 못하도록 경고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고, 다른 하나는 먹이 곤충을 유인하는 구실을 한다는 것이었다. 최근 첫 번째 가설에 힘을 실어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엘레노 케이브스 미국 듀크대 생물학자 등 미국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생태학 및 진화 동향’에 실린 리뷰 논문에서 곤충, 조류, 포유류, 어류 등 동물 600종의 시력을 비교했다. 그 결과 새들은 2m 밖에서도 거미줄의 지그재그 무늬를 감지해 회피할 수 있지만 곤충은 무늬가 거의 보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aa2.jpg » 거리별로 여러 동물이 바라본 무당거미 거미줄의 지그재그 무늬. 곤충에는 거의 보이지 않지만 새한테는 잘 보여 미리 보고 피할 수 있다. 케이브스 외 (2018) ‘생태학과 진화 동향’ 제공.

거미줄로부터 20㎝ 떨어진 곳에서도 파리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2m 밖에선 곤충 가운데 시력이 좋은 편인 잠자리 눈에도 감지되지 않았다. 연구자들은 ‘마치 유리창에 새가 충돌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무늬를 넣는 것처럼 섬세한 거미줄을 새 등이 뚫고 지나가지 못하도록 경고판을 만든 것’이라고 논문에서 설명했다.

해파리의 독성 촉수도 비슷한 사례라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독해파리는 독물을 주입하는 기다란 촉수를 늘어뜨리는데, 대개 강렬한 색이어서 눈에 잘 띈다. 연구자들은 시력이 나쁜 새우나 작은 물고기한테 이 독촉수는 보이지 않지만, 자칫 촉수를 망가뜨릴 수 있는 큰 물고기 눈에는 2m 밖에서도 잘 보인다고 밝혔다.

aa3.jpg » 해파리의 독성 촉수는 큰 물고기에는 잘 보이지만 해파리의 먹이인 치어 눈에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케이브스 외 (2018) ‘생태학과 진화 동향’ 제공.

주 저자인 케이브스는 “동물들은 우리처럼 세상이 잘 보이지 않는다”라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연구자들은 시각 1도 안에 있는 검정과 하얀 평행선을 몇 개까지 구분할 수 있는지를 시력의 지표로 삼고, 눈의 해부구조를 바탕으로 시력을 추정했다.

그 결과 사람은 침팬지 등 다른 영장류와 함께 조사한 동물 가운데 가장 시력이 뛰어난 부류에 속했다. 사람은 1도 시각에서 60쌍의 흑백 평행선을 뭉개지지 않은 형태로 구분했다. 이를 바탕으로 아는 얼굴을 알아보고 교통 표지판을 감지한다.

흔히 사람은 다른 동물보다 밤눈이 어둡고 색깔을 구분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선명하게 보는 능력은 탁월한 셈이다. 사람은 시력 면에서 고양이나 개보다 4∼7배 뛰어나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사람보다 시력이 나은 동물은 매 등 맹금류가 유일했다. 호주의 매는 사람보다 2배 예리한 시력을 갖췄다. 높은 하늘에서 쥐나 토끼를 잡는 능력은 여기서 나온다. 그러나 맹금류를 뺀 대부분의 새는 사람의 절반 이하 시력에 머물렀다. 물고기도 시력이 가장 뛰어난 배스나 돛새치가 사람의 절반 수준이었다.

겹눈이 있는 곤충의 시력은 형편없었다. 1도 시각에서 10쌍의 흑백 평행선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은 ‘법적으로 시각장애인’으로 간주하는데, 곤충 평균은 0.25쌍이었고, 가장 뛰어난 잠자리도 2쌍에 지나지 않았다. 

aa4.jpg » 동물의 시력 분포. 가로축은 눈 지름이고 세로축은 시력이다. 사람은 최상위에 위치한다. 케이브스 외 (2018) ‘생태학과 진화 동향’ 제공.

전체적으로 동물의 시각은 최고와 최저 사이에 1만배나 차이가 났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케이브스는 “모든 동물이 비슷한 시력으로 세상을 보는 것으로 간주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네발나비과 나비의 날개 무늬가 새에 대한 경고인지 짝짓기 상대를 유혹하려는 것인지 논란이 있었지만, 아주 가까이에서밖에 보이지 않는 곤충을 시력을 고려한다면 새 경고용이 자명하다는 것이다.

물론, 연구자들은 동물이 눈으로 얻은 정보를 뇌에서 다시 처리하기 때문에 눈의 해부학적 구조만으로 한 이 비교가 실제와는 조금 다를 수 있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Eleanor M.Caves et al, Visual Acuity and the Evolution of Signals, Trends in Ecology & Evolution, https://doi.org/10.1016/j.tree.2018.03.001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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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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