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고분지 ‘은둔 코끼리’ 최악의 밀렵 대상

조홍섭 2016. 08. 31
조회수 16384 추천수 0
정글 서식 둥근귀코끼리, 몸집 작지만 상아 길고 곧아
매년 6마리에 1마리꼴 밀렵, 번식력 낮아 보호대책 시급

_90974362_fredas5_pressrelease_andrea_turkalo.jpg » 중앙아프리카 밀림 가운데 미네랄 산지에 모인 둥근귀코끼리 모계 가족. 코끼리가 만드는 이 숲틈은 다른 동물에게도 미네랄을 섭취하는 중요한 공간이 된다. Andrea Turkalo, WCS

아프리카코끼리가 사는 곳이라면 키 큰 아카시아와 덤불이 여기저기 있는 사바나 초원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햇빛 한 줄기 들지 않는 빽빽한 정글 속에는 전혀 다른 코끼리가 산다.

2010년 학계에 새로운 종의 아프리카코끼리로 보고된 둥근귀코끼리는 중앙아프리카의 콩고 만에 펼쳐진 열대우림 속에 산다. 약 200만~700만년 전에 사바나코끼리에서 분화한 이 ‘숲 코끼리’는 몸집이 작고 피부 빛깔이 더 짙은 특징이 있다.

Cephas.jpg » 둥근귀코끼리의 분포지. 중앙아프리카 콩고분지에 국한돼 있다. Cephas, 위키미디어 코먼스

온라인 공유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를 통해 둥근귀코끼리의 특징을 알아본다. 이 코끼리는 수컷도 키가 2.5m를 넘지 않는다. 사바나 코끼리가 보통 3m, 큰 것은 4m까지 자라는 것과 대조적이다. 

무게도 900㎏ 정도로 보통 3t 가까운 사바나코끼리에 견주기 힘들다. 그렇더라도 둥근귀코끼리는 사바나코끼리, 아시아코끼리에 이어 지상에서 3번째로 큰 코끼리이다.

둥근귀코끼리의 엄니는 사바나의 친척보다 더 길고 곧고 가늘며, 더 단단하며, 더 노란 빛깔을 띤다. 이런 강한 엄니를 이용해 빽빽한 밀림을 헤치고 다닌다. 어떤 수컷은 엄니가 땅에 끌릴 정도로 길다고 한다.

이 코끼리는 과일과 나뭇잎, 나무껍질을 먹고 사는데 숲에 사는 동물이어서 과일을 특히 많이 먹는다. 이런 습성 때문에 둥근귀코끼리는 열대림 나무가 씨앗을 멀리 옮기는 데 중요한 구실을 한다. 이 코끼리의 뱃속을 거쳐야 씨앗이 잘 싹 트는 나무도 많다. ‘숲의 정원사’란 별명이 붙은 이유다.

ele1.jpg » 둥근귀코끼리는 다른 코끼리보다 몸집은 작고 빛깔은 진한 특징을 지닌다. Cristián Samper, WCS

또 다른 생태적 기능은 필수 영양분 순환이다. 이 코끼리는 미네랄이 풍부한 곳을 주기적으로 찾아 파헤침으로써 다른 동물들이 소중한 미네랄을 섭취할 수 있는 공간을 유지한다. 

둥근귀코끼리와 사바나코끼리의 공통점은 둘 다 밀렵과 서식지 훼손으로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코끼리 보호운동을 펼치고 있는 야생동물 보전 협회(WCS)의 자료를 보면, 아프리카코끼리는 역사적 서식지의 10%에서만 살아남았다. 2010~2012년 사이 무려 10만 마리의 코끼리가 상아 밀거래를 노린 밀렵에 희생됐다. 15분의 한 마리꼴이다.

ele3.jpg » 밀렵당한 둥근귀코끼리의 주검. 해마다 집단의 최고 18%가 죽임을 당한다. Andrea Turkalo, WCS

울창한 밀림에 사는 둥근귀코끼리도 크게 다르지 않아 2002~2013년 사이에 개체수는 65%나 줄었고 서식지도 30%가 사라졌다. 2013년 수단 밀렵꾼들이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코끼리 서식지에 침입해 26마리 죽였고, 이듬해에도 68마리가 밀렵 됐다. 

둥근귀코끼리는 최근에야 신종으로 밝혀져 국제자연보전연맹 같은 국제기구나 각국 정부가 이 종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나 보호조처에 나서지 않고 있다. 또 울창한 밀림에 서식해 관찰이 힘들어 정확한 개체수나 생태는 많이 알려지지 않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장가 숲의 미네랄 산지에 모인 둥근귀코끼리 동영상(WCS)

 

이런 상황에서 둥근귀코끼리의 보호를 위해 중요한 의미가 있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최초로 둥근귀코끼리에 대한 인구학적 연구가 이뤄진 것이다.

안드레아 투르칼로 야생동물 보전 협회(WCS) 보전과학자 등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응용생태학 저널> 31일 치에 실린 논문에서 둥근귀코끼리가 사바나코끼리보다 번식속도가 3분에 1에 지나지 않으면서도 가장 심한 밀렵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시급한 보호 대책을 촉구했다.

깊은 밀림 속에서 은밀하게 행동하는 둥근귀코끼리는 연구가 힘들기로 악명 높다. 투르칼로는 지난 23년 동안 악조건을 이기고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장가 숲의 미네랄 섭취 장소에 모이는 이 코끼리를 거의 매일 관찰해 언제 새끼를 낳는지, 출산 터울은 얼마인지, 언제 사망하는지 등을 알아냈다고 이 협회는 보도자료에서 밝혔다.

ele2.jpg » 둥근귀코끼리는 육상 포유류 가운데 가장 늦은 축인 23살에야 첫 출산을 한다. 터울도 5~6년으로 길다. Cristian Samper, WCS

놀랍게도 이 코끼리는 23살이 되어서야 처음 출산을 했다. 사바나코끼리가 보통 12살에 초산을 하는 데 비해 번식을 아주 늦게 시작하는 셈이다. 게다가 3~4년마다 새끼를 낳는 다른 코끼리와 달리 터울이 5~6년으로 길었다.

이처럼 번식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열대우림의 힘든 생존조건 때문이라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저자의 하나인 피터 레게 미국 코넬 조류학 연구소 생물학자는 “열대림은 생산성이 아주 높은 곳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실은 모든 생산은 나무 꼭대기인 수관 부근에서 이뤄져 땅 위에 사는 종은 접근하지 못한다. 게다가 열대 식물은 코끼리 같은 초식동물로부터 잎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독성물질을 품고 있어 육상동물에겐 자원을 확보하는 일이 큰 어려움이 된다.”라고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자원을 얻기 힘든 환경과 그에 따른 낮은 번식력 때문에 둥근귀코끼리 집단의 인구증가율은 4.3%에 그쳤다. 언뜻 높은 수치 같지만 사망률이 3.1%(그 가운데 밀렵이 1.4%)에 이르기 때문에 실제 증가율은 1.2%이다.

둥근귀코끼리는 아프리카에서도 가장 심한 밀렵 대상이어서 해마다 집단의 10~18%가 죽임을 당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연구자들은 유네스코 자연유산이기도 한 장가 숲에서 이 코끼리 무리가 2002년 수준에 도달하는 데는 90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ele4.jpg » 콩고에서 압수한 둥근귀코끼리의 엄니. WCS

둥근귀코끼리는 열대우림의 씨앗 확산과 영양분 순환뿐 아니라 지구 차원의 이산화탄소 흡수에도 기여한다. 콩고 분지의 열대림은 지구에서 두 번째로 큰 이산화탄소 고정 원이라고 논문은 밝혔다.

연구자들은 “번식력이 약한 둥근귀코끼리는 밀렵에 특히 취약해 밀렵 방지와 상아 거래 금지 등 대책이 시급하다”라고 논문에서 지적했다. 9월 1~10일 동안 하와이에서 열린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총회에서는 상아 거래 금지가 논의 안건에 올라 있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Andrea K. Turkalo,Peter H. Wrege,George Wittemyer, Slow intrinsic growth rate in forest elephants indicates recovery from poaching will require decades, Journal of Applied Ecolog, doi: 10.1111/1365-2664.12764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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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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