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새도 “아빠는 괴로워”

조홍섭 2011. 10.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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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동지에서 번식지로 이동 암컷보다 1주일 일러, 추위 무릅쓰고 목숨 건 경쟁
철새연구센터 3년간 홍도 흑산도에서 조사, 국제학술지 <이비스>에 논문 실려

 

멧새류_노랑눈썹멧새_수컷(왼쪽).jpg

▲노랑눈썹멧새(왼쪽이 수컷)

 

월동지에서 겨울을 보낸 철새들은 부지런히 체중을 불리면서도 초조하게 먼 길 떠날 기회를 노린다.
 

번식지에 하루라도 일찍 도착하면 둥지를 틀 좋은 자리를 차지할 수 있고 혹시 번식에 실패하더라도 다음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하지만 너무 서두르다 자칫 꽃샘 추위에 얼어 죽거나 먹이가 없어 기껏 깨어난 새끼가 굶어 죽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적당한 날, 순풍이 밀어주는 때를 잡아 남들보다 먼저 길을 떠나는 일은 철새의 생존이 달린 무거운 선택이다. 그리고 그 힘겨운 짐은 주로 수컷의 몫이다. 적어도 동아시아 멧새 무리에게는 그렇다.
 

꼬까참새.jpg

▲꼬까참새(왼쪽이 수컷)

 

국립공원연구원 철새연구센터 남현영 박사팀은 2006년부터 전남 홍도와 흑산도에서 그물을 쳐 멧새를 채집한 뒤 무게와 몸의 각 부위 길이를 재고 표지를 달아 날려보내는 일을 3년 동안 했다.
 

이곳은 동남아의 철새들이 시베리아와 동북아의 번식지로 이동하는 통로여서 철새의 이동유형을 조사하기엔 최적의 장소이다. 연구진은 무려 1112 마리의 꼬까참새, 노랑눈썹멧새, 촉새, 흰배멧새, 노랑턱멧새 등 멧새과 조류 5종을 채집해 조사한 결과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우리나라를 경유하는 멧새류의 월동지와 번식지(철새연구센터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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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식지로 날아가는 멧새류 가운데 수컷은 암컷보다 1주일 가량 일찍 길을 나선다는 것이다. 게다가 큰 수컷일수록 더 서둘러 왔다. 연구진은 조류학 분야의 권위 있는 국제 학술지 <이비스> 7월호에 실린 논문에서 관찰 사실을 보고했다.
 

중국 남부와 동남아에서 겨울을 보낸 멧새류는 4월 초부터 5월 중순에 걸쳐 중간 기착지인 홍도와 흑산도에 도착했다. 수컷은 암컷보다 한결같이 일찍 이동해 왔는데, 그 시차는 노랑눈썹멧새만 1.3일이고 나머지 4종에서는 모두 7.5일이나 7.6일로 비슷했다.
 

수컷이 암컷보다 일찍 이동을 하는 것은 성공적인 번식을 위한 수컷끼리의 경쟁 때문이라고 이 논문은 분석했다. “수컷은 좋은 번식지를 먼저 차지하기 위해 추위를 감수하며 경쟁적으로 이동을 한다는 가설을 입증한 결과”라는 것이다.
 

암컷도 번식지에 일찍 도착하면 더 나은 수컷을 만나거나 번식을 일찍 시작하는 이점을 누릴 수 있지만, 새끼를 성공적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어차피 기후와 먹이가 가장 적당한 시기에 맞춰 북상해야 하기 때문에 수컷보다는 상대적으로 느긋하다.
 

촉새.jpg

▲촉새(왼쪽이 수컷)

 

이번 연구에서는 또 같은 종의 멧새 가운데서는 몸집이 클수록 일찍 도착하는 경향을 나타냈는데, 이는 큰 수컷일수록 장거리 비행에 유리하기 때문에 더 일찍 번식지에 도착해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남현영 박사는 “지난 수십 년 간 동아시아에 서식하는 일부 멧새과 조류의 개체수가 현저히 줄어들고 있는 시점에서 이들의 이동전략을 규명하는 것은 이들의 보존을 위해 매우 중요한 일”이라며 “학술적으로도 동아시아 철새 이동경로 지역에 분포하는 단일 조류 분류군의 이동 전략과 관련된 최초의 연구라는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사진 제공=국립공원연구원 철새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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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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