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제트는 서해에서 지금도 터지고 있다

조홍섭 2010. 04.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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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총새우 집게로 ‘딱’하면 시속 100㎞ ‘물폭탄’
1m 거리 제트기 엔진 소리 비슷…4700℃ 섬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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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해안 개벌이나 제주도 바닷가에는 한 쪽 손에만 권투 장갑을 낀 것 같은 특이한 모습의 딱총새우가 산다. 손가락 만한 이 새우는 주로 낚시미끼로 쓰일 뿐 별다른 상업적 용도가 없지만, 물리학자들에겐 <네이처>나 <사이언스> 같은 세계적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할 만큼 중요한 생물이다. 이들은 버블제트를 이용해 먹이를 잡는다.


먹이 죽이거나 기절시켜
 
딱총새우는 물고기나 게 같은 먹이가 나타나면 비대칭적으로 거대한 집게발로 ‘딱’하는 소리를 낸다. 소리를 들은 대상은 기절하거나 죽는다. 왜 그럴까.
 
딱총새우가 해저에서 아주 시끄러운 소음은 낸다는 건 오래 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심지어 잠수함도 딱총새우 떼가 내는 소음을 방패 삼아 은폐할 수 있을 정도로 소음이 심하다. 사람들은 큰 집게발을 부딪쳐 내는 소리로 알았을 뿐 이 조그만 새우가 어떻게 그렇게 강력한 수중음을 내는지는 수수께끼였다.
 
그러나 미켈 베르슬루이스 네덜란드 트윈테 대학 교수는 독일 동물학자와의 공동연구 끝에 2000년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에서 그 비밀을 밝혔다. 버블제트에 의한 수중폭발이 원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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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총새우가 큰 집게발을 빠른 속도로 닫으면, 집게발 구조에 의해 압축된 물이 고속으로 분사된다. 여기서 생긴 제트류는 시속 100㎞의 속도를 띠는데, 수류 속 저압부에 진공상태의 기포(캐비테이션 버블)가 생긴 뒤 급격하게 팽창하면서 붕괴할 때 강력한 충격파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충격파는 1m 떨어진 곳에서 제트기 엔진 소리에 맞먹는 190dB로 강력하며, 4㎝ 떨어진 곳에 80㎪(킬로 파스칼, 대기압은 약 101킬로파스칼)의 수압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정도면 작은 물고기를 죽이거나 기절시킬 정도의 압력이다.
 
 

 
 
 
0.006초 뒤 측정해 버블 붕괴 확인

 
연구자들은 이듬해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에서 딱총새우가 만든 캐비테이션 버블이 붕괴할 때 섬광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버블이 붕괴하기 직전 순간적으로 내부 온도는 태양표면과 비슷한 4700도까지 치솟는다는 것이다. 마치 자전거 타이어에 빠르게 공기를 주입하면 타이어가 뜨거워지는 이치이다.
 
김봉채 한국해양연구원 동해특성연구부 책임연구원은 28일 이 연구원 웹진에 실은 ‘딱총새우는 어떻게 강력한 소리를 낼까’라는 글에서 집게발을 닫은 뒤 0.006초 뒤에 날카로운 피크 펄스가 발생하는 것을 측정해 캐비테이션 버블의 붕괴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 박사는 “딱총새우는 수중음을 발사해 사냥을 할 뿐 아니라 자신의 영역에 접근하는 경쟁자를 위협하는 등 의사소통에 음파를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밝혔다.
 
딱총새우는 전세계에 620종 이상이 살며, 우리나라에는 서해, 남해, 제주도 등에 15종이 밝혀져 있다. 주로 수심 60m 이내이고 수온이 연중 11도 이상인 열대나 온도 얕은 바다에 서식한다. 몸길이는 2~7㎝이며 10개의 발을 가지고 있다. 음파를 쏘아 사냥을 하는 습성 때문에 영어로는 ‘피스톨 슈림프’로 일본에서는 ‘철포 새우’로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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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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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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