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와 참새, 누가 더 머리가 좋을까

조홍섭 2010. 05.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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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새가 텃새보다 뇌용량 작은 건 진화의 산물
   그렇다고 뇌에 관한 한 큰 게 늘 좋은 건 아냐

 
z1.jpg 제비와 참새 중 누가 더 머리가 좋을까. 뜬금없어 보이는 이 질문이 진화생물학자에게는 본격적인 연구과제이자 심각한 논쟁거리이기도 하다. 철새는 텃새보다 체중에 견줘 뇌용량이 상대적으로 작은 사실이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왜 철새의 뇌가 작아졌는지 똑 부러진 설명을 하지 못했다.
 
 이동거리 긴 철새일수록 뇌 작아져
 
 일찍이 다윈은 인간의 높은 인식능력은 큰 뇌와 관련 있다고 주장했다. 큰 뇌는 동물에게 여러 이득을 안겨준다. 새로운 상황에 적응할 수 있는 유연하고 기회주의적인 능력이 생기고, 사회관계를 강화할 수 있으며, 더 다양한 기후조건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까치나 까마귀 같은 텃새는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환경에 적응해 살아남기 위해 뇌가 커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스페인과 영국의 진화생물학자들은 최근 정반대의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철새가 텃새보다 뇌용량이 작은 건 텃새가 뇌 크기를 키웠기 때문이 아니라 철새가 뇌용량을 줄였기 때문이란 것이다. 다니엘 솔 스페인 생태연구 및 산림 응용센터(CREAF) 연구원 등은 온라인 공개학술지인 플로스 원(PLoS One) 최근호에 실린 논문 ‘철새와 텃새 뇌 크기의 진화적 분기’에서 이런 주장을 폈다.
 연구진은 북극에서 열대 지역까지 서식하는 600종의 참새목 조류와 기존 문헌을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참새목 철새의 뇌용량은 이동거리가 길수록 작아지는 경향이 있음을 확인했다. 또 진화계통을 재구성해 본 결과 뇌가 큰 철새일수록 이동에 따라 뇌 감소가 우선적으로 나타났다. 솔은 “정착성인 새들이 이동성으로 바뀐 것이 진화의 첫 단계였다면 두 번째 단계는 이동성 조류의 뇌 크기가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철새의 뇌용량이 줄어든 데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뇌는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기관이고 뇌 발달에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무엇보다 철새는 텃새에 견줘 인지능력이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다. 환경이 나빠질 때 새로운 먹이를 찾는 등 유연한 변화를 모색할 겨를이 없다. 적응에 시간을 들이기보다 번식과 월동을 위해 한시바삐 떠나야 하기 때문이다.
 
 머리 나쁠지 몰라도 생존능력 안 떨어져
 
 연구진은 철새의 뇌 부위 가운데 종뇌의 피질이 텃새보다 덜 발달했다고 밝혔다. 뇌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종뇌는 전뇌의 앞 부분에 위치하며 학습과 혁신적 행동을 관장한다. 따라서 철새는 상황에 따른 유연한 행동보다는 이미 프로그램된 내재된 행동에 더 의존하는 것이다.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면, 결국 제비는 참새보다 머리가 나쁠지 몰라도 그렇다고 살아가는 능력이 떨어지는 건 아니라는 답을 할 수 있다. 진화는 철새의 작은 뇌를 선택했다. 뇌에 관한 한 큰 게 늘 좋은 건 아니다. 참새목은 조류의 가장 큰 분류군으로 참새, 제비, 까마귀, 까치, 뻐꾸기, 박새 등이 모두 여기 포함된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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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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