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운하, 수요조사 한 적도 없다

조홍섭 2009. 0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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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성 있다더니 "대운하 자료 재가공해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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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국책연구원이 경인운하 개통 뒤 수요예측(SP) 조사를 하면서 기능성과 성격이 완전히 다른 경부 대운하에 대한 조사치를 따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경인운하에 대한 제대로 된 편익 분석도 없이 경제성이 있다고 결론을 낸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관계자는 비용 대비 편익(B/C) 비율이 1.07로 나온 경인운하 용역 결과와 관련해 “경제성 분석을 위해 별도로 업체를 상대로 수요예측 조사를 벌인 적은 없다”고 11일 밝혔다.
 
 
그는 “경인운하를 전제로 설문을 했더라면 가장 좋았겠지만 시간과 비용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대신 정부가 대운하를 추진하면서 지난해 초 대운하의 경제성 분석을 위한 수요예측 조사를 진행한 적이 있는데, 이 자료를 경인운하 예상 물동량 분석에 재가공해 사용했다”고 털어놨다.
 
 
정부가 지난 5일 경인운하 공사 재개를 확정하면서 밝힌 경인운하의 경제성 분석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비용 부문을 담당했으나, 편익 가운데 물동량 등 수요예측 분야는 해양수산개발원이 맡았다.

 
수요예측 조사는, 물동량을 예측하기 위해 국내 제조업체들과 화물 운송업체 등 화주들을 상대로 벌이는 설문조사다. 또다른 해양수산개발원 관계자는 “경인운하에 대해 수요예측 조사를 한다면 화주들에게 인천~김포 운하를 거쳐 목적지까지 가는 것과 운하를 거치지 않고 가는 것 등 몇가지 경우의 수와 각각의 시간·비용을 던져주고 어느 걸 선택할지 묻는 방식으로 진행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박용신 환경정의 협동사무처장은 “서울~부산 물류를 예로 들자면 경인운하는 김포를 통해 서해·남해를 거치는 연안 운송을 하자는 것이고, 대운하는 한강·낙동강을 거치는 내륙운송을 하자는 것”이라면서 “연안해운과 연계되는 경인운하는 내륙용 대운하와 전혀 다른 사업인데, 대운하용으로 벌인 수요예측 조사를 경인운하에 적용했다면 타당성 여부를 떠나 사기극”이라고 지적했다. 송창석 기자 number3@hani.co.kr

 
 
대운하 가정해 실시한 업체 설문조사
경인운하 보고서에 '입맛 따라' 사용
 
 
정부가 최근 강행을 발표한 경인운하의 경제적 타당성에 대한 근거가 잇따라 허물어지고 있다.

 
국책사업은 예상되는 비용과 편익을 계산해 편익이 비용보다 더 많으면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본다. 정부가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의뢰해 지난 5일 발표한 경제성은 간신히 1을 넘긴 1.07이었다.

 
하지만 <한겨레> 취재 결과, 정부는 예상되는 비용은 되도록 줄이고 편익은 의도적으로 키운 흔적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특히 편익 산출의 핵심 근거가 되는 화물 수요예측(SP) 조사를,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조사치를 적당히 가공해 쓴 것으로 밝혀졌다.

 
경인운하는 영남·호남 등에서 남해·서해를 거쳐 수도권을 오가는 연안운송이 주가 된다. 이와 달리 대운하는 낙동강·영산강 물줄기와 수도권 한강을 연결하는 것이다. ‘서해·남해의 연안항로(경인운하)와 경부고속도로 중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와, ‘내륙 종단 물길(대운하)과 경부고속 중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는 전혀 다르다. 물류 수송로가 다르면 수요예측치도 다르게 나올 수밖에 없다. 

 
정부는 지난해 초 대운하를 추진하면서 경인권과 영남권의 종업원 50인 이상 제조업체 및 물류업체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벌였다. 대운하 수요예측치를 경인운하에 원용한 것과 관련해, 해양수산개발원 관계자는 “대운하 조사는 최신 것이고 표본도 커 자료 가치가 충분해 경인지역 화주를 대상으로 한 설문만 추려 사용했다”며 “공식 수요예측 조사는 아니지만 몇몇 대형 화주한테는 경인운하의 가능성 여부를 추가로 묻기도 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한 해운회사 간부는 “내륙항로로 경부축을 오가느냐 아니면 연안항로를 이용하느냐에 따라 운임이나 수송시간이 크게 차이가 나는데 어떻게 같이 볼 수 있느냐”며 “정부 주장이 성립하려면 경인운하가 결국에는 경부운하와 연결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운하의 수요예측 조사를 이처럼 주먹구구식으로 한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국토해양부는 지난 5일 경인운하 공사 재개를 확정, 발표하면서 네덜란드 운하 자문기관인 데하베(DHV)의 경제성 분석 결과를 참고했다고 밝혔다. 데하베가 산출한 경인운하의 비용편익 비율은 2에 가까워 지금까지 나온 수치 중에 가장 높다. 하지만 테하베는 국내 화주들에 대한 수요예측 조사도 하지 않고 비용편익 비율을 산출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국토부는 다시 지난 “우리나라에 적합한 수요예측 분석을 위해 경인운하의 경우 국내 업체에 대한 설문조사를 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 설문은 경인운하가 아닌 대운하를 묻는 것이었다.
송창석 기자 number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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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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