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다가 지구를 구한다, 배설물로

조홍섭 2011. 09.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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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 먹는 판다 장내세균, 거친 섬유소 95%를 당분으로 전환시켜
미국 화학회 연차대회에서 미시시피 주립대 연구진 논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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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스미소니언 국립동물공원에 있는 자이언트 판다 타이샨이 대나무를 먹고 있다. 판다 먹이의 99%는 대나무이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유력한 차세대 재생에너지가 바이오매스이다. 공기 속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만든 생물체를 연료로 쓰는 것이어서 ‘탄소 중립’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표적인 바이오매스인 에탄올 등 바이오 연료에 대해서는 우려가 높다. 원료인 옥수수, 콩, 사탕수수를 만드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데다, 식량으로 연료를 만드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과학자들은 농작물이 아닌 거친 풀이나 나무 조각, 농작물 찌꺼기로부터 바이오연료를 만드는데 연구를 집중하고 있다.
 
그런 노력에 자연보호의 상징 동물인 자이언트 판다가 크게 기여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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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쉴리 브라운 미국 미시시피 주립대 박사 등 연구진은 지난달 29일 미국 덴버에서 열린 미국화학회 242차 전국 대회에서 발표한 논문을 통해 판다의 배설물에서 목질 섬유소를 분해할 수 있는 유력한 세균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멤피스 동물원에서 14달 동안 신선한 판다의 배설물을 수거해 분석했다. 판다는 소나 흰개미처럼 식물의 섬유소를 분해할 수 있는 장내 세균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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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다의 배설물. 

특히 판다의 먹이는 99%가 대나무인데, 성체는 하루 10~20㎏의 대나무를 줄기에서 나뭇잎까지 가리지 않고 먹는다. 연구진은 판다가 이처럼 딱딱하고 거친 섬유소를 먹어 영양분을 섭취한다는 데 주목했다.
 
연구진은 판다의 배설물에서 8개의 세균 집단을 찾아냈는데, 이들 가운데 박테로이데스와 클로스트리디움 속의 세균이 섬유소 분해에 탁월한 능력을 지닌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세균들 가운데는 학계에 보고되지 않은 미기록종들이 포함돼 있다.
 
이들은 나무를 분해하는 흰개미의 장내세균과 유사했지만 훨씬 분해효율이 뛰어나 섬유소의 95%를 당분으로 전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균을 이용한 바이오연료 생산은 고온 고압과 강한 산을 이용하는 공장식 생산보다 비용이 적게 먹히고 에너지 소비가 적어 유망한 분야이다.
 
연구진이 찾는 것은 판다 배설물 속에 사는 세균이 섬유소를 분해할 때 분비하는 강력한 소화력을 지닌 효소이다.  화학반응을 촉진하는 구실을 하는 효소를 찾아낸 다음 그 효소의 유전자를 분석하는 것이 다음 단계의 연구과제이다. 이 유전자를 유전공학 기법을 이용해 효모에 집어넣어 대량생산하면 바이오연료를 만들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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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에는 2500여 마리의 판다가 살아있을 뿐이다.

브라운 박사는 미국과학진흥협회가 운영하는 온라인 뉴스서비스 매체인 <유레카 얼러트>와의 인터뷰에서 “이 연구가 미래에 바이오연료 사용을 늘려 석유 의존을 줄이는 데 기여하길 기대한다”며 “아울러 이 연구를 계기로 야생동물 보전의 중요성이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이언트 판다는 야생에 2500마리밖에 없는 세계적 멸종위기종이다. 판다의 배설물에서 다른 동물에 없는 유용한 세균이 발견됐다면, 생물다양성을 보전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보여주는 사례의 하나가 될 것이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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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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