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피폭 낙농가의 외침, "히로시마처럼 우리 아이도 차별받겠지요"

이유진 2012. 01. 18
조회수 22290 추천수 1

우유 짜 버리면서 울고, 소 도축하러 보내며 또 울고…

농사 불가능한데 과학자들은 안전 타령만

 

2012년 1월 13일, 일본의 평화운동단체인 피스보트가 마련한 후쿠시마 답사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다츠시 임시 주거지역을 방문했다. 그곳에서 방사능 오염이 심해 이주를 해온 이이다테무라의 마에다구 전 구장인 하세가와를 만났다.

 

지난해 3월 11일 후쿠 이후로 이이다테무라에서 어떤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 발표 내용을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발표 자료와 설명을 그대로 옮겨적었다. 통역은 에너지정의행동 김복녀씨가 하였다.

 

참고로 이이다테무라는 후쿠시마 핵발전소의 강제 피난구역인 20㎞ 밖에 있어 처음에는 피난구역이 아니었지만 바람 방향 때문에 방사능 농도가 높아 나중에 계획 피난구역으로 설정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연간 피폭 한도는 1밀리시버트로 시간당 0.114마이크로시버트이다(1밀리시버트=1,000마이크로 시버트). 일본의 행정체계에서 이이타테무라는 촌(무라)에 해당하고, 우리 면 단위와 비슷하다. 촌에는 20개의 구(마을)가 있는데 마을대표를 구장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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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사고 피난구역에서 낙농을 하는 하세가와가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이유진.


저는 하세가와입니다. 낙농을 하는 농부이고 이이다테무라 마에다구의 전 구장입니다. 마에다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주민들이 이곳 이다츠 임시거주지역에 살고 있습니다.


저의 발표는 “이이다테무라 낙농가의 외침-3.11 이후의 기록”에 관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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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색이 이이다테무라이고 가리키는 곳에 핵발전소가 있습니다. 핵발전소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이 45㎞ 지점인데, 거기서도 플루토늄이 검출되었지요. 
 

제가 살았던 마을 마에다구는 일본에서 제일 가는 '마을 만들기' 모델입니다. 예전에는 마을에 전통적인 방식으로 쌀을 가공하는 헛간이 14개나 있었습니다. 다 사라졌다가 마을 주민이 손수 복원해냈습니다. 또 고사리 농원을 만들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고 성공 모델이 되었습니다.


지진과 함께 핵발전소가 폭발했습니다. 당시 저는 밭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밭이 마치 파도처럼 출렁거렸고, 땅이 갈라졌습니다. 다행히 우리가 사는 곳은 피해가 그다지 크지 않았습니다.
 

텔레비전을 보니까 핵발전소가 수상하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3월 12일, 1호기가 폭발하죠. 3월14일에는 3호기가 폭발합니다. 14일 밤 9시, 저는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대책본부로 달려갔습니다. 방사능 측정하는 마을 담당자에게 수치가 얼마냐고 물었습니다.

 

그 사람은 “하세가와씨 엄청납니다. 시간당 40마이크로시버트가 나옵니다”라고 했습니다. 저는 깜짝 놀라 방을 나가는데 그가 나를 불러 세웠습니다. “하세가와씨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세요. 촌장님이 아무한테도 말해서는 안 된다고 지시했습니다.” 
 

마을로 돌아와 나는 마을사람들을 전부 마을회관에 모아놓고 내가 얻은 정보를 다 이야기했습니다. “지금 방사능이 터무니없는 상황으로 올라갔다. 밖에 나가지 말라. 아이는 절대는 밖으로 내보내면 안 된다. 나가야 한다면 꼭 마스크를 씌어라. 그리고 밖에 있는 채소는 절대로 먹지 마라. 외출에서 돌아오면 겉옷을 다 벗어라, 겉옷 벗고 욕조로 들어가서 씻고 환기를 시키지 마라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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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데이터 영상을 보고 알게 되었는데, 3월 15일 마을회관에서 회의하고 있는 그 시간에 회관에서 가까운 곳에서 시간당 100마이크로시버트가 검출되었습니다. 3월 하순 방사능 확산 모델링 프로그램인 스피디 영상이었습니다. 바람이 딱 이이다테무라 방향으로 불었던 겁니다.

 

이 방사능 오염지도를 바탕으로 피난지역을 넣어야 하는데, 정부는 동심원 라인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이다테무라를 피난지역으로 넣어야 한다고 미디어에 호소했지만 실현시키지 못했습니다.
 

3월 19일 현 차원에서 버스로 집단 피난했습니다. 우리 지구에는 250명의 마을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중에서 35명이 희망해서 피난을 갔습니다. 나머지 분들은 남았어요.
 

방사능이라는 것은 냄새도 안 나고, 눈에도 안 보이고, 맛도 느껴지지 않고, 그래서 별 문제 없을 것으로 안심하기 쉽습니다. 3월 15일, 44.7마이크로시버트라는 데이터가 찍힌 사진입니다. 저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우리 지구는 같은 날 100마이크로시버트를 넘어섰어요. 결국 계획 피난지역으로 지정되었습니다.
 

3월 하순에 교토대학 원자력실험실의 이마나카 교수 그룹이 이이다테무라에 방문했습니다. 방사능이 아주 높게 나왔습니다. 그는 “이런 곳에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너무 놀랍다”고 말했습니다.

 

이마나카 교수는 데이터를 가지고 이이다테무라 촌장을 만나러 갔습니다. 촌장은 그 데이터를 보고 절대로 그 데이터를 공표하지 말라고 이야기했습니다. 행정에서 이런 은폐가 시작되었습니다.
 

그와 동시에 일본의 온갖 저명한 학자들이 이이다데무라에 몰려왔습니다. 그리고는 “여러분 괜찮아요. 안전해요.” 이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이다테무라 사람들은 점점 안심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낙농가입니다. 걱정이 되어서 낙농을 하는 집들을 방문했습니다. 하루는 이이다테무라에서 가장 방사능 농도가 높은 지역을 방문하였습니다. 그곳에 있던 저널리스트가 빗물받이 통의 방사능 농도를 재고 있었어요.

 

빗물이 모이는 빗물받이 통의 방사는 농도는 1밀리시비트, 즉 1,000마이크로 시버트였습니다. 주변을 보니 아이들이 밖에서 놀고 있어요. 빨래도 밖에다 널어놓고, 어른들은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깜짝 놀라 대책본부에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지휘부에서 도대체 뭐하고 있는 거냐, 왜 이 사람들을 피난시키지 않는 것이냐고 강한 어조로 항의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하세가와씨 그렇게 말해 봤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훌륭한 선생님들이, 정부에서 오신 분들이, 괜찮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믿을 수밖에 없지 않겠어요?”
 

촌을 ‘유령타운’을 만들고 싶지 않다는 이유지만, 결국 사람들은 피난이 늦어져 피폭될 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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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제가 3월12일부터 6월9일까지 우유를 버리는 장면입니다. 4월 30일, 낙농가가 전원이 모여서 폐농 결정을 했습니다. 힘든 결정이었습니다.


우리는 구, 현, 촌의 지원이 일체 없었습니다. 우리는 스스로 결정했습니다. 부인들은 울었어요. 소를 데리고 가지도 못하고, 키우지도 못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뒤돌아보지 않고 떠나기로 한 것입니다.
 

그런 와중에  현에서 소를 데리고 가서 도축해 보고, 검출이 안 되면 이이다테무라 낙농가 모두 식육고기로 써도 된다고 말했습니다. 낙농가들은 선택지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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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를 도축장으로 끌고 가는 모습입니다. 도축장으로 가는 소를 붙잡고, 소한테 미안하다,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이 친구는 도쿄 출신입니다. 도쿄에서 나고 자랐지만, 축산을 너무 하고 싶어서 이이다테무라에 와서 축산을 시작했습니다. 딱 10년째인데, 소를 도축장으로 보냅니다. 남자인데도 울지요.
 

7월 하순, 우리집 빗물받이 홈통에서 잰 방사능 농도는 27.62마이크로 시버트입니다. 이러면서 우리 촌민은 24시간 체제로 방사능을 계측하고, 사람들을 조심시키면서 이이다테무라를 지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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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세요. 잡초가 무성하지요. 그저 논만 잡초를 깨끗하게 베어내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렇게 보기 싫은 잡초투성이 농지를 볼 수 없다면서 피폭을 각오하고 잡초를 베어냅니다. 우리는 피난해서 가설주택에 머물고 있습니다. 지진 직전에 주민 모두가 단체 관광을 가 사진을 찍었는데, 다시는 이런 사진을 못찍겠지요.
 

지금부터는 제 생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정부는 국책사업으로 핵발전소를 건설해 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사고가 나면 잘 대응해 주리라 믿었습니다. 하지만 실제 이런 터무니없는 사고가 나니, 국가에서는 아무 대책도 없었습니다. 
 

지금 제염을 하지만 어떻게 할지,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실험하고 있는 것 뿐이예요. 누구도 이런 사태가 일어나리가 예상하지 않았겠지요. 지금 이이다테무라에서는 한 달에 두 번 같은 곳의 방사선량을 재고 있습니다.
 

결과를 보면 10일전 잰 선량보다 오늘 잰 전량이 높아지는 곳이 또 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곳에 많은 과학자들이 왔다 갔습니다. 일본의 학자는 방사능은 땅에 흡착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프랑스, 독일 과학자들은 대부분 흡착되지만 일부는 낮게 떠다닌다고 합니다. 실제로로, 열흘전에 잰 선량보다 오늘 잰 선량이 높다는 것은 그것을 뒷받침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 현 당국은 주변 환경을 2년 동안 제염하겠다, 농지는 5년, 산은 20년 동안 제염하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산에 대한 제염은 당분간 계획으로만 있습니다.


논과 밭을 제염해도 산에서 물이 흘러 내리고, 바람이 불면, 아무리 농지를 제염해도 농가에서 농사를 시작할 수 없습니다.
 

정부와 촌에서 이이다테무라로 돌아가라고 하면, 저는 돌아갈 수 있어요. 그런데 아이들은 데리고 갈 수 없습니다. 나는 4명의 손자가 있는데, 이 아이들을 어떻게 데리고 가겠어요?  우리가 돌아가서 평생 살다 죽으면 이이다테무라는 끝나겠지요.
 
저는 지금 국가에 요구합니다. 제염은 당연하고, 한편으로 촌을 떠나는 시뮬레이션을 만들어야 합니다. 첫째로 제염은 제염대로 하고, 마을을 떠나는 방향도 지금부터 생각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앞으로 4~5년 후 제염을 계속해 갈 때, 만약에 제염해도 안 되면 그 시간은 헛수고 한 거잖아요. 그러니까 지금부터 마을을 떠나는 것도 하나의 선택지로 두어야 합니다. 
 
저는 지금 전국에서 강연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핵폭탄 투하 이후 히로시마, 나카시키 사람들이 차별을 받아왔습니다. 그와 마찬가지 일이 후쿠시마현 이이다테무라 아이들에 대한 차별이 일어날 것입니다.

 

우리는 앞으로 차별이 일어나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번과 같은 말도 안되는 사고는 잊어버리면 안됩니다. 이상으로 제 말씀을 끝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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