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되나 약이 되나, 잔인한 밀렵 왜?"

윤순영 2012. 0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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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미의 '눈물 없는 눈물'…밀렵과 구조 현장 2박3일의 기록

밀렵 의심 차량 출현, 독극물 중독된 재두루미 모녀 발견, 응급실 사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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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극물에 중독된 재두루미. 그 눈에 어린 것은 공포일까 분노일까.



지난 1월26일 평소처럼 동이 틀 무렵 재두루미의 먹이 터인 경기도 김포 홍도평을 찾았다. 오늘 따라 8시가 넘도록 재두루미가 날아들지 않는다.
재두루미가 없어서인지 쓸쓸한 평야는 더 황량한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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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피난처인 김포시 풍무동, 고촌읍 태리, 신곡리, 이화리 평야에서 아침을 맞고 있는 것일까? 그 곳으로 갔지만 보이질 않는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홍도평이 재두루미의 주 먹이터였지만 2000년대 들어서면서 먹이터가 나누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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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지를 매립하는 차량 때문인지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재두루미 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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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 터 주변의 농경지 매립, 이들의 뒤를 따라다니는 사진가, 차량, 산책나온 사람….홍도평 주변의 환경파괴는 재두루미에게 힘겹고 피곤한 겨울나기를 의미한다. 피난처를 찾아 떠났지만 그곳마저 매립돼 가고 있어, 장항 잠자리에서 6㎞를 벗어나지 않던 재두루미는 10㎞까지 영역을 벗어난다. 마지막으로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재두루미의 먹이터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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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9시께 그곳에 40여 마리의 재두루미가 날아든다. 너무나 반가웠다. 오늘 이곳에 다 모인 것 같다. 그러나 여기도 매립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재두루미 터전엔 온전한 곳이 없다. 정말 힘들고 고달픈 삶이다. 올해 한강 하구에는 재두루미 70여 마리가 월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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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움직임을 보이는 차량. 이유 없이 주변을 배회하는 특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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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을 보고 황급히 날아오르는 재두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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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곳으로 피신하는 재두루미 무리.

 

차량 한 대가 나타나 재두루미 무리 가까이로 접근한다. 두루미들은 고개를 세우더니 나를 향해 앞으로 날아오른다. 사진을 찍으려는 것 같지도 않았다. 의심스런 차량을 지켜보았다. 그러자 그 차량이 움직이지 않는다. 석연치 않은 행동이다. 20여 분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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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먼저 차량을 이동시키고 다른 곳에서 지켜보았다. 이제야 그 차량도 움직인다. 계속해 이리 저리  이유없이 다니는 것이 왠지 의심스럽다. 밀렵 차량은 대개 슬금슬금 떳떳하지 못한 운행을 하고 한 곳에 오래 정지해 있지 않는다. 사냥감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서성거리는 운행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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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렵꾼 엽총에 맞아 죽은 쇠기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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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렵에 쓰인 엽총 탄피.

 

요즘 밀렵꾼들은 단속을 피해 총에 소음기를 장착하여 밀렵을 한다. 극도로 민감해진 새들은 이제 차량이 정지하면 쏜살 같이 도망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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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덫에 걸려 빠져나가려 몸부림치는 큰기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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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덫

 

독극물을 살포한 사람은 이른 아침이나 저녁에 움직인다. 들판에 들어가 특별한 일 없이 움직이는 사람은 의심을 해볼 만하다. 독극물은 무차별적으로 새를 죽이고 특히 사체를 먹는 독수리에게 치명타를 가한다.

 

탐조인, 사진가들도 차량에서 내려 새들을 방해하면 안 된다. 한 번 놀란 새는 그 차를 보고 계속해서 자리를 뜨기 때문이다. 나중엔 다른 차량을 봐도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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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렵꾼에게 당한 재두루미 새끼의 주검.

 

12시께 사무실로 돌아와 오늘 발견한 재두루미 주검을 밀렵한 것으로 의심되는 차량의 사진을 살펴보았다. 그런데 오후 1시30분께 재두루미 2마리가 독극물에 중독돼 1마리는 죽고 1마리는 잘 움직이지 못한다는 전갈이 왔다. 장소는 오전에 재두루미 관찰을 하러 나갔던 인천시 계산구 계산동이다. 서둘러 현장으로 갔다. 계양구청 환경과 직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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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 주검 곁을 떠나지 못하는 어미 재두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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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의 손길을 피하는 재두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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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를 하려 하지만 자꾸만 도망가는 재두루미.


어린 재두루미는 이미  논바닥에 쓰러져 죽은 지  3~4일 된 것으로 보였다. 어미로 보이는 재두루미는 중독된 상태에서 날지도 못하고 휘청거렷지만 죽음의 문턱 앞에서도 새끼의 곁을 맴돌며 떠나려 하지 않았다. 구조를 하러 다가가자 안간힘을 써 도망쳤지만 결국 물골로 들어가 주저 앉고 말았다.


먹을 것이 없어 밀렵을 하는 세상은 아니다. 새가 돈이 되나 약이 되나. 나약한 새들을 총과 독극물로 무차별적으로 죽이는 이유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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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골에 빠진 재두루미 구조하는 장현해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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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명규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수의사가 재두루미의 상태를 살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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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미가 놀라지 않도록 눈을 가리고 운반 준비를 하는 구조대원들.

 

때마침 수의사가 사무실에 방문해 있었기 때문에 해독제와 영양제 등을 투여해 응급처치를 하고 조류장에 두었다. 하지만 상태가 악화되어 동물병원으로 후송하여 골수강 내 주사와 해독제, 영양제를 다시 투여하고 입원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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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사무실에서 두루미를 응급처치 하는 담당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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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제와 해독제 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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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구한 재두루미 어미.

 

민간단체가 밀렵 현장을 감시하지만 애로가 많다. 밀렵이 의심되는 차량을 심문하든가 검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물론 총기도 뺏을 수도 없다. 위험한 총기에 그대로 노출된다.

 

산이나 들판에서 밀렵꾼을 현장에서 잡았다 하더라도 사법권이 없기 때문에 경찰이 올 때까지 몇 시간이고 기다리며 밀렵꾼과 실랑이를 벌이기일 쑤다.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사실 하나도 없다. 단속권한이 있는 경찰이 현장을 수시로 다니며 감시하기는 힘든 일이다. 야생동물은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가는 있는데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는 헛점투성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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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병원으로 후송되어 골수강 내 수액주사를 받으며 처절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재두루미 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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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두루미 새끼의 주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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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을 되찾은 어미.

 

1월27일 어미 재두루미가 먹이를 먹었다. 지친 모습이 완연하다. 담요에 몸을 맡기고 난로가에 다가가 몸을 추스린다. 살아날 희망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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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두루미의 먹이인 미꾸라지.

 

1월28일 재두루미는 일어서려 했지만 아직 역부족이다. 새끼를 잃은 아픔과 몸에 상처가 치유되려면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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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재두루미는 고통스럽고 슬퍼도 눈물 없는 눈물을 흘린다. 죽음 문턱에서까지 새끼를 챙기던 재두루미의 '마음'과 잔인하기 짝이 없는 인간의 마음이 선명하게 교차된 2박3일이었다.

 

윤순영/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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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김포의 재두루미 지킴이. 한강 하구 일대의 자연보전을 위해 발로 뛰는 현장 활동가이자 뛰어난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이메일 : crane517@hanmail.net      
블로그 : http://plug.hani.co.kr/cr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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