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미에 '입양'된 시베리아흰두루미 철원서 발견

윤순영 2011. 12. 19
조회수 21778 추천수 0

시베리아서 부모 잃고 두루미 가족에 입양됐나?

양지리 평야서 두루미 가족 따라 다니며 겨울 보내

 

_DSC_1179.jpg 

▲철원에서 발견된 시베리아흰두루미 어린 새.



철원에 귀한 손님이 왔다. 시베리아흰두루미는 아무르 강 상류와 시베리아 북극해 부근에서 번식을 하고 중국 양츠강 하류에서 월동을 하기에 우리나라에선 가끔씩밖에 볼 수가 없다.

 

시베리아흰두루미는 지구상에 3000 마리가 생존해 있는 희귀종이다. 몸길이가 135~140㎝에 이르는 대형 두루미이기도 하다. 전체적으로 흰색이지만 얼굴이 붉고, 다리와 첫째 날개깃이 검은 것이 특징이다. 앉아 있을 때는 흰색의 셋째 날개깃이 덮어 첫째 날개깃의 검은 색은 보이지 않는다.

 

경기도 파주와 강원도 철원에서 매우 드물게 관찰되기도 하는데, 이번에는 시베리아흰두루미의 어린 새가 왔다. 그것도 홀로 다른 두루미를 따라 온 것이다. 이 어린 새는 왜 다른 두루미를 따라서 먼 길을 떠난 것일까.

 

_DSC_0885.jpg 

▲한탄강 여울에서 잠을 자는 두루미 무리.

 

_DSC_4569.jpg 

▲달을 스쳐가는  재두루미.

 

지난 12월11일 강원도 철원군 양지리를 다시 방문하였다. 11월 말 두루미를 관찰하러 갔지만 100여 마리밖에 도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2월13일 아침 6시30분 한탄강 여울로 갔다. 두루미와 재두루미가 함께 잠을 자고 있었다.

 

_DSC_8934.jpg 
▲잠자리에서  먹이 터로 날아가는 두루미

  

_DSC_8951.jpg 

▲잠자리에서 먹이 터로  날아 가는 재두루미.



1시간쯤 지났을까? 두루미가 먼저 일어나 먹이 터로 날기 시작한다. 기온이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으면 잠에서 깨어나 먹이터로 가는 시간은 거의 정해져 있다.


두루미는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한탄강 하류 계곡을 따라 날아간다. 두루미들의 길목인 셈이다. 이들은 위협 요인이 없으면 비행길을 좀처럼 바꾸지 않는다.

 

_DSC_9856.jpg 

▲재두루미 착륙

 

_DSC_9997.jpg

▲검은목두루미

 

재두루미는 11월 800여 마리에서 12월 1300여 마리로 늘어나 월동할 채비에 들어갔다. 지난번에 본 검은목두루미 1마리가 관찰되고 흑두루미 4마리도 그대로 머물고 있다.

 

_DSC_4896.jpg 

▲쇠기러기와 두루미

 

 __DSC7035.jpg

▲두루미와 재두루미

 

두루미는 600여 마리가 관찰되었다. 재두루미는 10월 철원군 양지리 평야에 월동을 위해 날아오지만 두루미는 한 달 정도 늦게 도착한다.

 

_DSC_1165.jpg

▲두루미 가족과 시베리아흰두루미 어린 새가  어울려 있다.

 

그런데 두루미 가족 속에 유난히 황색 빛을 띤 어린 새가 한 마리 눈에 들어왔다. 두루미 가족과 함께 있어 두루미 어린 새인줄 알았지만 특이하여 자세히 관찰해 보니 다리는 붉고 날 때 첫 번째 날개에 검은색 무늬가 있었다. 바로 시베리아흰두루미 어린새였다.


_DSC_1173.jpg 

▲황새와  비슷한 모습을 보이는 시베리아흰두루미 어린 새.

 

시베리아흰두루미의 어린 새는 머리와 목, 셋째 날개깃이  황색이며 날개덮깃에는 황색 반점이 있다. 이 황색은 나이가 들면서 차츰 흰색으로 변한다.

 

_DSC_1149.jpg 

 

_1177.jpg

▲시베리아흰두루미 어린 새

  

_0088.jpg 

▲두루미 어린 새

 

두루미를 20년 관찰하지만 어린 시베리아흰두루미가 어미를 잃고 두루미와 함께 생활하는 모습은 처음이다. 마음이 무척 설레였다. 어린 새는 어미 새와 모습이 달라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착각하기 쉽다.

 

_DSC_1136.jpg

▲날 때 첫번째 날개가 검은 것이 특징인 시베리아 흰두루미.

 

__DSC6955.jpg

▲두루미는 날 때 세번째 날개 깃이 검다.


어린 시베리아흰두루미는 두루미 가족의 눈치를 보는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두루미 가족을 따라 다닌다. 마치 한 가족처럼 두루미 가족이 움직이는 대로 행동한다. 날거나 앉을 때도 함께 하는데, 늘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


하지만 위축된 모습을 보이지는 않는다. 다른 무리의 조류나 사람이 볼 때도 두루미 가족으로 보이게끔 천연덕스럽게 행동한다.


_DSC_1160.jpg

▲두루미 어린 새와 함께 있는 시베리아 흰두루미 어린 새.

 

_DSC_1188.jpg 

▲두루미를 따라 이동하는 시베리아흰두루미 어린 새

 

두루미 가족도 시베리아흰두루미를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인 것 같다. 두루미는 다른 새끼를 입양하기도 한다고도 한다.

 

_DSC_1195.jpg

▲어른이  되기 전  날개와  등에 황색 반점이 있어 눈에 잘 띄는 시베리아흰두루미. 어른이 되면 흰색으로 변한다.



이 어린 시베리아흰두루미는 번식지에서 어미를 잃었을지 모른다. 아니면 월동지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부모와 헤어졌을 가능성도 있다.

 

어쨌든 외톨이로 힘겨운 겨울나기를 한다면 목숨을 부지하기가 쉽지 않을 것임은 분명하다. 따라서 생존본능이 가리키는 대로 이 어린 외톨이는 두루미 가족에 합류하려 했을 것이다.

 

처음엔 배척과 구박을 받았겠지만 끈질기게 무리를 따라다니며 얼굴을 익혀 이제는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며 눈칫밥을 먹게 된 것은 아닐까.


이곳 양지리 평야는 그래서 두루미와 시베리아흰두루미가 동거하며 매섭게 추운 겨울을 이기는 또 하나의 평화 공간이기도 하다.

 

_DSC_1171.jpg 

▲시베리아흰두루미 어린 새(왼쪽)와 어린 두루미(가운데), 그리고 어른 두루미가 나란히 섰다.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김포의 재두루미 지킴이. 한강 하구 일대의 자연보전을 위해 발로 뛰는 현장 활동가이자 뛰어난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이메일 : crane517@hanmail.net      
블로그 : http://plug.hani.co.kr/crane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수중 ‘밑밥 캠’ 1만5천대 깔았는데 “상어가 안보인다”수중 ‘밑밥 캠’ 1만5천대 깔았는데 “상어가 안보인다”

    조홍섭 | 2020. 08. 03

    세계 58개국 대규모 조사, 19%서 암초상어 관찰 못 해 산호초에서 평생 살거나 주기적으로 들르는 암초상어는 지역주민의 소중한 식량자원일 뿐 아니라 다이버의 볼거리, 산호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로서 중요한 구실을 한다. 세계 최대 규모의 실태...

  • 바다거북은 엉성한 ‘내비' 의존해 대양섬 찾는다바다거북은 엉성한 ‘내비' 의존해 대양섬 찾는다

    조홍섭 | 2020. 07. 30

    “여기가 아닌가 벼”…때론 수백㎞ 지나쳤다 방향 돌리기도 아무런 지형지물도 없는 망망대해에서 바다거북이 어떻게 자신이 태어난 해변과 종종 수천㎞ 떨어진 먹이터를 이동하는지는 찰스 다윈 이래 오랜 수수께끼였다. 위성추적장치를 이용한 연구 ...

  • 파리지옥 풀은 어떻게 파리를 알아볼까파리지옥 풀은 어떻게 파리를 알아볼까

    조홍섭 | 2020. 07. 27

    30초 안 감각털 2번 건드리면 ‘철컥’…1번 만에 닫히는 예외 밝혀져 찰스 다윈은 파리지옥을 “세계에서 가장 놀라운 식물”이라고 했다. 세계에 분포하는 식충식물 600여 종 대부분이 먹이를 함정에 빠뜨리는 수동적 방식인데 파리지옥은 유일하게 ...

  • 날개 치지 않고 5시간, 콘도르의 고효율 비행날개 치지 않고 5시간, 콘도르의 고효율 비행

    조홍섭 | 2020. 07. 23

    전체 비행시간의 1%만 날개 ‘퍼덕’…상승기류 타고 비상·활공 독수리나 솔개 같은 맹금류는 상승기류를 탄 채 날개 한 번 퍼덕이지 않고 멋지게 비행한다. 그렇다면 날개를 펴면 길이 3m에 몸무게 15㎏으로 나는 새 가운데 가장 큰 안데스콘도르...

  • 사람도 ‘귀 쫑긋’ 개·고양이와 마찬가지사람도 ‘귀 쫑긋’ 개·고양이와 마찬가지

    조홍섭 | 2020. 07. 17

    귀 근육 신경반응과 미미한 움직임 확인…새로운 보청기에 응용 가능 개나 고양이가 무엇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지 알려면 귀가 어느 쪽을 향하는지 보면 된다. 낯설거나 큰 소리, 중요한 소리가 들리면 동물의 귀는 저절로 그리로 향하고 쫑긋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