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가 ‘새 대가리’라고? 숫자 감각은 원숭이 수준

조홍섭 2011. 12. 23
조회수 72990 추천수 0

셋까지 배웠는데 아홉까지 비교 '척척'

<사이언스> 논문, 동물 수 감각 사람보다 나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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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속 대상 가운데 어느 쪽이 많은지 가려내는 실험을 하고 있는 비둘기. 사진=윌리엄 반데르 빌레트. 

 

꿀벌부터 코끼리까지, 동물들은 사물의 양을 구별할 수 있다. 하나보다 둘이 많고, 둘보단 셋, 그리고 하나보다 셋이 많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원숭이는 한 단계 높은 차원의 숫자 감각을 지니고 있다. 엘리자베스 브래넌 미국 듀크 대 심리학 및 신경과학 교수 팀이 1998년 발표한 유명한 연구에서 영장류는 수에 관한 추상적인 추론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밝혀졌다.
 

이 연구에서 하나에서 넷까지의 수 사이에 어떤 것이 큰지를 알아내는 훈련을 받은 붉은털원숭이는 배우지도 않은 수, 예컨대 다섯과 아홉 가운데 어느 쪽이 큰지를 알아냈다. 수에 관한 추상적 규칙을 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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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원숭이의 수 감각을 실험하는 엘리자베스 브레넌 교수. 사진=듀크 대.

 

앵무의 말하는 능력은 물론이고 어치의 기억력, 도구를 쓰는 까마귀 등 새들의 지적 능력이 알려진 것보다 뛰어나다는 사례가 최근 많이 보고되고 있다. 다미안 스카프 뉴질랜드 오트가 대학 박사 등 연구진은 비둘기의 숫자 감각이 어떤지 실험했다.
 

그 결과 비둘기는 적어도 수에 관한 한 영장류에 못지 않는 능력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 결과는 23일치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실렸다.
 

실험은 붉은털원숭이와 비슷한 방법으로 이뤄졌다. 세 마리의 비둘기에게 여러 가지 형태와 색깔의 물체를 하나, 둘 또는 세 개씩 놓은 꾸러미(아래 사진)를 컴퓨터 화면에 제시하고 작은 수에서 큰 수 순서로 대상을 쪼으면 보상으로 먹이를 주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노랑 사각형 하나, 붉은 타원 둘, 노란 막대기 세개 등이 든 꾸러미를 제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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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가 하나에서 셋까지를 크기 순서로 배우는 데는 1년이 걸렸다. 원숭이보다 훨씬 긴 기간이었다. 하지만 다음 단계의 실험에 들어간 뒤 연구자들은 깜짝 놀랐다.
 

비둘기들은 하나에서 셋까지만 배웠는데도 하나에서 아홉 가운데 하나의 수를 포함한 두 개의 꾸러미를 어느 조합으로 제시해도 평균 70%의 정답률로 맞췄다. 하나와 아홉처럼 두 수 사이의 격차가 큰 문제일수록 정답을 맞추는 확률도 높았고 응답 시간도 짧았다. 붉은털원숭이에서도 밝혀진 현상이다.
 

이처럼 비둘기가 배우지도 않은 수에 대한 추상적인 규칙을 알아낸다는 연구결과에 대해 붉은털원숭이 연구 책임자인 브래넌은 <사이언스 나우>와의 인터뷰에서  “원숭이가 그런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웠는데 비들기도 그런 능력이 있다니 더 인상적”이라며 “두 연구 결과는 두뇌 조직이 완전히 다르고 수억년 동안 다른 경로로 진화한 두 동물이 비슷한 방법으로 문제를 풀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논문은 이번 실험 결과는 두 가지 가설로 설명할 수 있다고 밝혔다. 첫째 비둘기와 영장류가 수에 관한 추상적 추론 능력을 각각 별개로 진화시켰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비둘기와 영장류의 공통 조상이 수억년 전에 이미 이런 능력을 보유했다는 설명이다.
 

스카프 박사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후자가 맞다면 공룡과 포유류가 출현하기도 전인 3억년 전에 수를 세는 능력이 이미 중요했다는 얘기”라며 “(그보다는) 아마도 그런 능력은 개별적으로 진화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이런 능력이 사람이나 영장류뿐 아니라 다른 동물들에게 널리 퍼져 있음을 알아가고 있으며, 어떤 동물은 사람보다 나은 숫자 감각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사이언스 나우>는 마이클 베란 조지아주립대 비교심리학자의 말을 따 보도했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정보
 
Pigeons on Par with Primates in Numerical Competence
Damian Scarf, Harlene Hayne, Michael Colombo
Science 23 December 2011: Vol. 334 no. 6063 p. 1664
DOI: 10.1126/science.1213357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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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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