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끼가 지구에 맹추위 불러왔다, 고생대 때

조홍섭 2012. 02. 03
조회수 83459 추천수 2

최초의 식물인 이끼가 암석 무기물 녹여내 대기중 이산화탄소 격감, 바다엔 부영양화

수백만년 걸린 일, 현재 지구온난화 문제 해결은 못해 

 

moss2.jpg

▲바위 위에 난 이끼. 각종 유기산으로 바위의 무기물을 녹여낸다. 사진=P. 스미스, 위키미디어 커먼스. 

 

최초의 식물이 육지에 진출하자 검붉고 황량하던 지구가 녹색 낙원으로 바뀌었을까. 최근의 연구는 오히려 최초의 식물이 지구를 차츰 춥게 만들어 결국 빙하기로 이끌었고 심지어 바다 생물의 대량멸종을 불러왔음을 보여준다. 육지에 오른 식물이 대기 속 이산화탄소의 급격한 감소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고생대 오르도비스기인 4억 8800만~4억 4400만 년 전 기간에 지구는 점차 냉각해 마침내 일시적인 빙하기로 접어든다. 과학자들은 당시 지구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현재보다 22배까지 높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 했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현재의 8배 수준으로 급격히 떨어졌음이 밝혀졌다. 하지만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는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았다.
 

팀 렌튼 영국 엑시터 대 교수 등 연구진은 지난 1일치 <네이처 지오사이언스> 온라인판에 실린 논문에서 그 원인을 최초의 식물에서 찾았다.
 

약 4억 7000만년 전 육지에 자리를 잡은 이끼는 현재도 마찬가지이지만 암석을 ‘파먹는다’. 이끼는 여러 가지 유기산을 분비해 암석으로부터 필요한 무기물질을 녹여낸다.

 

ordovis.jpg

▲고생대 오르도비스기의 지구 온도 변화. 가로축 단위는 100만년. 붉은 선은 태양만을 고려한 온도 변화, 푸른 점선은 이끼에 의한 풍화 효과 추가한 변화, 녹색 선은 부영양화 효과까지 추가한 결과. 그림=<네이처 지오사이언스>.
 

따라서 이끼가 자리 잡으면 암석의 화학적 풍화가 촉진된다. 고생대 육지에 이끼가 퍼지면서 화강암 등 암석에서 막대한 양의 칼슘과 마그네슘이 녹아 나왔다. 이들은 바다에서 석회암을 형성했는데 그 과정에서 대기 속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했다. 연구진은 탄산가스가 줄어들면서 지구온난화와 반대 과정이 벌어져 지구의 온도는 약 5도 하강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바다로 유입된 무기물 가운데는 인과 철도 있었다. 이들은 식물이 번창하는데 꼭 필요하지만 늘 부족한 필수 영양소이다. 그 결과 바다에는 부영양화 현상이 벌어졌다.
 

조류는 광합성을 하면서 공기 속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대량 증식한 뒤 죽어 바다 밑바닥에 쌓였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줄어들어 지구 온도는 다시 2~3도 떨어졌다. 그 결과 지구는 일시적인 빙하기에 접어들었다.
 

당시는 바다에 고등생물이 막 진화하고 있던 참이었다. 그러나 부영양화로 바다의 산소가 고갈되자 이들은 떼죽음했다.
 

사실 그로부터 약 1억 년 뒤인 고생대 데본기 때 고등식물인 관속식물이 번창했을 때도 지구에는 또 다른 빙하기가 왔다. 식물이 암반에서 영양분을 추출하는 과정에서 암석의 화학조성이 바뀌어 대기로부터 다량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했기 때문이다.

 

moss.jpg

▲이끼의 화강암 풍화 실험 모습. 사진=<네이처 지오사이언스>.
 

연구진은 실험실에서 여러 가지 암석을 대상으로 이끼를 넣었을 때와 넣지 않았을 때 암석의 무기물이 풍화되는 양을 비교한 결과 이끼의 이산화탄소 흡수 효과를 확인했다. 온도 변화는 기후변화 모델을 통해 계산했다.
 

연구 책임자인 팀 렌튼 교수는 보도자료에서 “이 연구는 식물이 우리 기후에 끼치는 강력한 영향을 잘 보여준다”며 “그러나 식물이 현재 대기에 방출된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데는 수백만 년이 걸릴 ”이라고 말했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First plants cooled the Ordovician
Timothy M. Lenton, Michael Crouch, Martin Johnson, Nuno Pires & Liam Dolan
Nature Geoscience Volume: 5, Pages: 86~89
doi:10.1038/ngeo1390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초콜릿의 눈물…‘상아 해안’에 코끼리 대신 카카오 농장초콜릿의 눈물…‘상아 해안’에 코끼리 대신 카카오 농장

    조홍섭 | 2020. 10. 30

    한때 서식 중심지, 이젠 보호구역 25곳 중 21곳서 절멸국립공원 안에도 불법 카카오 농장19세기 말 프랑스가 식민지로 개척한 코트디부아르는 ‘상아 해안’이란 말뜻 그대로 서아프리카에서 코끼리가 가장 많이 살던 곳이었다. 그러나 최근의 조사 ...

  • 어린이집 마당을 잔디로 바꾸자 ‘면역강화 박테리아’ 늘었다어린이집 마당을 잔디로 바꾸자 ‘면역강화 박테리아’ 늘었다

    조홍섭 | 2020. 10. 29

    하루 1시간 반 흙 만지고 자연물 갖고 놀자 피부와 장내 미생물 변화, 면역체계 강화도시민은 과거보다 훨씬 깨끗한 환경에서 사는 데도 아토피와 알레르기 같은 질환은 더 늘어난다. 그 이유를 자연과 접촉이 줄면서 우리 몸의 미생물 다양성이...

  • 모랫둑 쌓아 설탕물 빼내는 개미의 ‘집단 지성’모랫둑 쌓아 설탕물 빼내는 개미의 ‘집단 지성’

    조홍섭 | 2020. 10. 28

    모래로 사이펀 만들어 익사 줄이고 손쉽게 설탕물 확보사람 말고도 도구를 쓰는 동물은 침팬지, 까마귀, 문어, 개미 등 많다. 그러나 고체가 아닌 다루기 까다로운 액체 먹이를 얻는 데 도구를 쓰는 동물은 훨씬 적다. 침팬지는 깊은 구멍 ...

  • 고양이 ‘윙크’는 미소, “대화 시작하자”는 신호고양이 ‘윙크’는 미소, “대화 시작하자”는 신호

    조홍섭 | 2020. 10. 27

    낯선 이도 윙크하면 접근 허용…긍정적 소통수단 확인한 쪽 눈을 살짝 감았다 뜨는 윙크는 사람의 묘한 소통수단이지만 고양이도 비슷한 행동을 한다. 고양이 ‘윙크’는 두 눈을 서서히 감아 실눈 또는 감은 상태를 잠깐 유지하다 뜨는 동작이다...

  • 올해의 ‘뚱보’ 곰, 640킬로 ‘747' 선정올해의 ‘뚱보’ 곰, 640킬로 ‘747' 선정

    조홍섭 | 2020. 10. 26

    브룩스강 연어 잡이 나선 2200여 불곰 대상 온라인 투표 결과점보기에서 이름을 얻은 이 거대한 수컷 불곰이 연어 사냥 명당에 나타나면 다른 불곰은 자리다툼은커녕 슬금슬금 자리를 피하기 바쁘다. 미국 알래스카 캐트마이 국립공원 및 보호구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