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꼬리 가짜 뿔로 코뿔소 밀렵 막을까

조홍섭 2019. 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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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형, 느낌, 속성 놀랍게 비슷…“진품 수요 더 늘려” 비판도

rh1.jpg » 밀렵을 막기 위해 코뿔을 미리 잘라낸 흰코뿔소의 모습. 코뿔에 독약을 주입하는 등 다양한 방법이 동원됐지만 밀렵을 근절하지 못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인 코뿔소의 밀렵을 막을 수 있을 만큼 진짜와 속속들이 똑같은 가짜 코뿔소 뿔을 말총으로 만드는 기술이 개발됐다. 말꼬리 털로 진짜 코뿔소 뿔과 구분하기 힘든 가짜 뿔을 값싸고 쉽게 만들어 시장에 내놓는다면, 고가의 코뿔소 뿔 시장이 붕괴해 밀렵을 막을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오히려 코뿔소 뿔 시장을 활성화한다는 우려가 함께 나온다.

아프리카와 남아시아 등에 5종이 분포하는 코뿔소는 1977년 이후 국제거래가 금지됐지만, 장식품과 전통의약품, 최근에는 신흥 부자들의 신분 상징이 되면서 금값으로 팔리자 밀렵이 끊이지 않는다. 코뿔소 보호 국제 자선단체인 ‘세이브 더 라이노’의 통계를 보면, 지난해 아프리카에서 밀렵 된 코뿔소는 892마리로 2015년 절정기의 1349마리에는 못 미치지만, 하루 2마리꼴로 뿔 때문에 죽임을 당한다.

프리츠 볼라스 영국 옥스퍼드대 동물학 교수 등 영국과 중국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 8일 치에 실린 논문을 통해 “믿을 만한 가짜로 시장을 장악할 청사진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재료과학자들인 이들은 말이 계통분류학 적으로 코뿔소와 매우 가깝고, 코뿔소의 뿔이 털로 이뤄졌다는 사실에 착안했다.

rh2.jpg » 코뿔소의 뿔은 소의 뿔과 달리 털이 분비물로 굳은 것이다. 뿔을 잘라 확대하면, 기다란 관다발 모양(오른쪽 아래)과 관의 단면(위)이 나타난다. 조너선 킹돈 제공.

코뿔소 뿔은 소 등 다른 포유류의 뿔과 근본적으로 달라 전통적인 의미의 뿔이라고 할 수 없다. 소뿔은 뼈 위에 손톱이나 머리카락을 형성하는 단백질인 케라틴이 씌워진 구조로 속이 비었다. 그러나 코뿔소 뿔은 털 다발 사이를 죽은 피부에서 나온 케라틴과 코 피지선에서 나온 분비물이 채워 딱딱하게 굳은 복합물질이어서 속이 차 있다.

연구자들은 말꼬리 다발을 실크 단백질 기반의 유기물로 채우는 방식으로 실제 코뿔소 뿔의 콜라겐 조성을 흉내 냈다. 이렇게 만든 복합물질을 뿔 모양의 틀로 주조해 자른 뒤 광택을 내 ‘말총 코뿔’을 만들어 냈다.

연구자들은 모사물이 “진짜와 외형, 느낌, 속성이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다“고 밝혔다. 물질의 구조는 현미경과 주사전자현미경으로도 가려내지 못할 정도였고, 열분해 속성도 비슷해 200도에서 분해가 시작됐고 거의 같은 양의 잔류물이 생겼다. 시장에서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rh3.jpg » 코뿔소 뿔을 확대한 종단면과 횡단면 모습. A와 C는 실제 코뿔소, B와 D는 말총 모조물 모습이다. 루이신 미 외 (2019) ‘사이언티픽 리포트’ 제공. 

재료비와 제조 과정도 매우 쉬웠다. 연구자들은 소형 코뿔소 뿔에 해당하는 지름 4㎝ 길이 10㎝는 며칠, 지름 12㎝ 길이 35㎝의 대형 코뿔소 뿔 모조물은 수 주일 안에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볼라스 교수는 “이 기술을 더욱 발전시켜 거래를 교란해 가격을 떨어뜨리고, 결국 코뿔소 보전으로 이어지도록 다른 이들이 대체품을 만들었으면 한다”고 옥스퍼드대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코뿔소 뿔 진품과 구별하기 힘든 가짜를 만들어 금값의 곱절까지 치솟은 밀렵 시장을 무너뜨리자는 생각은 이전에도 나왔다. 미국 시애틀의 스타트업 회사인 ‘펨비엔트(Pembient)’는 이런 목적으로 창업해 시제품을 내놓는가 하면 2022년까지 완전한 합성 코뿔소 뿔을 시판하겠다고 밝혀 관심을 모았다.

rh4.jpg »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가장 심각한 ‘위급’ 단계로 멸종위험을 매긴 검은코뿔소.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에 불법 거래되는 이 뿔을 인공 합성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게티이미지뱅크

그러나 복제물이 코뿔소 뿔 구매자에게 ‘가짜를 터무니없이 비싼 값에 사는 것 아닌가’ 의심하도록 해 시장을 교란할지는 확실하지 않다. 환경단체들 가운데는 복제물이 진짜 밀수품을 대체하지 못하고 진짜의 값만 올려놓을 우려를 제기한다. 합성 다이아몬드가 진품을 대체하지 못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또 진짜와 가짜의 구별이 어렵다면 밀렵 된 코뿔소 뿔을 단속하기 힘들어질 가능성도 크다.

연구자들은 “진짜인지 헷갈리게 하는 복제물이 시장을 뒤덮으면 결국 야생 코뿔소 보전으로 이어질지는 두고 볼 일”이라고 적어, 기술 개발만으로 복잡한 사회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성급하게 기대하지는 않았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Ruixin Mi, Z. Z. Shao & F. Vollrath, Creating artifcial Rhino Horns from Horse Hair, Scientific Reports (2019) 9:16233, https://doi.org/10.1038/s41598-019-52527-5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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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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