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 좀 기르게 해주세요

조홍섭 2009. 0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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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당 상수원 보호구역 남양주
말뿐인 유기농…퇴비 못 만드는 유기농민의 ‘한숨’
가축 퇴비쓰면 될걸 비료구입에 시예산 12억 낭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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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팔당 상수원보호구역인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의 밭에는 군데군데 퇴비포대가 쌓여 있었다. 달포 뒤 시작될 농사철에 쓸 것들이다. 하지만, 비료포대를 바라보는 농민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내 손으로 만들지 않았으니 믿을 수가 없어요. 항생제를 준 축산분뇨로 만들었는지 누가 알아요.”
 
이 지역에서 20여 년째 유기농을 하고 있는 김병수씨의 푸념이다. 이곳 유기농가들은 자기가 쓸 퇴비를 직접 만들지 못하고 제공받거나 사 써야 한다. 김씨는 10여 년째 이 문제와 씨름해 왔다.
 
닭은 분뇨 한 번에 배출해 오염우려 적어
 
팔당상수원에서는 축산을 매우 엄격하게 규제해 가축을 기르는 것 자체가 금지돼 있다. 2천만 수도권 주민의 상수원 보호를 위해서지만 이곳의 유기농에게는 치명적이다.
 
김씨는“퇴비 자가생산은 유기농업의 기본”이라며 “국제유기농업협회는 1997년 제정한 유기농업의 국제기준(코덱스)에서 적정 규모의 유기축산을 통해 유기퇴비를 자가 생산하도록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실 이 지역 농민들은 그동안 당국의 ‘묵인’ 아래 관례로 소규모 자연양계를 해 왔다. 비닐하우스에 병아리를 입식해 3년간 자연양계를 하고 닭을 처분한 뒤 비료를 많이 필요로 하는 돌미나리나 시금치를 재배하고 2년 뒤에는 당근이나 비트 같은 뿌리채소류를 경작하는 순환농법을 한다. 5년 뒤엔 다시 닭을 치는 식이다.
 
닭똥은 돼지나 소 배설물보다 질소와 인이 많이 들어 있어 거름 효과가 좋다. 농민들은 닭똥 20~30%에 톱밥, 버섯 배지, 볏짚 등을 섞어 퇴비로 쓴다.
 
또 조류는 포유류와 달리 똥과 오줌을 구분하지 않고 한꺼번에 고형물 형태로 배설한다. 따라서 비 가림 시설만 잘 갖춘다면 계사에서 분뇨가 상수원으로 흘러들 우려는 다른 가축에 비해 훨씬 작다.
 
남양주시 환경보호과는 지난해 7월 유기농가의 민원에 대해 현장을 둘러본 뒤 “사육시설에서 오수 등이 유출되지 않고 톱밥 등을 사육장 바닥에 깔아 오염원이 밖으로 유출될 수 없도록 운영하고 있”다고 확인하고 중앙정부에 제도개선을 요청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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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기농대회 열리는데 웬 망신”
 
그러나 같은 시 건축과에서는 이들 농가에 개발제한구역에서의 행위제한 규정을 어겼다고 최근 잇따라 벌금을 물리고 있다.
 
이 지역에서 유기농을 하는 변아무개씨는 쌈 배추와 딸기 재배에 쓰려고 비닐하우스에서 병아리 1천 수를 기르다 적발돼 760여만 원의 이행강제금을 물리겠다는 통보를 받고 최근 닭장을 철거했다.
 
유기농들은 가축퇴비를 만들지 못하는 대신 한강수계관리기금으로 외지에서 구입하는 유기질 퇴비를 무상으로 지원받는다. 수도권 주민들이 내는 수도요금의 일부로 조성되는 이 기금으로 남양주시가 올해 유기농가에 공급할 유기질비료는 7억 500만 원어치에 이른다.
 
정부는 또 상수원 오염을 막기 위해 팔당호 주변에 유기농업을 권장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유기농은 청정산업으로 분류해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유기질 비료를 지원한다. 남양주시가 이렇게 지원하는 비료 값은 올해 5억 원에 이른다. 경기도도 이 지역을 클린농업벨트로 지정해 유기농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김씨는 “팔당호 일대 지자체들이 믿을 수 없는 외부 퇴비를 구입하느라 수십억 원의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며 “일정 기준을 갖춘 농가에게 한정된 규모의 자연양계를 허용해 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환경부는 이 문제를 받아들일 생각이 없어 보인다. 수도정책과 박종성씨는 “생활과 소득기반 시설조차 규제를 받고 있는데 유기농가를 위한 법개정이 가능하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나 팔당호 주변에는 최근 산업단지를 위한 규제완화가 이뤄졌고 아파트와 식당이 잇따라 들어서고 있다.
 
김씨는 “2011년 남양주시에 세계유기농대회가 열리는데, 외국의 유기농가가 이곳 퇴비를 어떻게 만드느냐고 물어올까 봐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말했다. 
 
남양주/글·사진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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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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