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 유혹’으로 ‘바다 흡혈귀’ 잡는다

조홍섭 2009. 01. 30
조회수 132676 추천수 0
북미 오대호 무법자 외래종 칠성장어 골치
수컷 성 페르몬 합성해 암컷 유인 첫 성공

 
 
3 copy.jpg북미 오대호에서 가장 골치 아픈 외래어종을 성 페로몬을 이용해 퇴치하는 방법이 나왔다. 페로몬은 같은 종 사이의 의사소통을 위해 몸 밖으로 분비하는 미량의 화학물질이다.
 
리 웨이밍 미국 미시간 주립대 교수팀은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대서양 칠성장어 수컷의 페로몬을 합성해 산란하러 온 암컷을 유인해 잡아내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페로몬은 해충 제거에 이용되고 있으나 외래종 퇴치에 활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진은 번식기의 칠성장어 수컷에서 추출한 페로몬을 인공 합성해, 칠성장어가 산란하기 위해 거슬러 오르는 하천에 설치한 함정그물에서 흘려보냈다. 그랬더니 알을 낳기 위해 온 칠성장어 암컷들이 함정으로 몰려들었다. 리 교수는 “페로몬 합성에는 돈이 많이 들지만 적은 양으로도 큰 효과를 낸다”고 밝혔다.
 
칠성장어는 바다에서 자란 뒤 하천에 올라와 산란해 웬만큼 자란 뒤 바다로 돌아간다. 길이가 60㎝ 가량인 이 물고기는 뱀장어와 비슷하지만 턱이 없고 입에는 작은 이빨이 촘촘하게 2 copy.jpg배열된 빨판이 달려 있다. 이 빨판을 이용해 다른 물고기에 달라붙어 구멍을 내고 체액과 피를 빨아먹어 ‘흡혈 물고기’라고도 불린다. 칠성장어의 공격을 받은 물고기의 대부분은 죽는다.
 
오대호에는 애초 이 물고기가 살지 않았지만 1800년께 이리 운하가 완공되면서 유입됐다. 이 외래종이 유입되면서 송어류 3종이 멸종하는 등 오대호의 담수어는 큰 타격을 입었다. 미국과 캐나다 정부는 해마다 이 외래어를 퇴치하느라 농약 살포, 장애물 설치 등에 1천만 달러 이상을 지출하고 있다.
 
이 연구의 제2 저자인 윤상선 미시간 주립대 조교수는 이메일을 통해 "이번에 합성한 페로몬 말고도 칠성장어의 페로몬은 몇 가지 더 존재할 것으로 추정되는 등 이번 연구가 실제로 효과를 발휘하기엔 갈 길이 멀다"며 "대서양 칠성장어를 제외한 세계의 칠성장어는 모두 멸종위기여서 이 연구가 종 복원에 쓰일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에도 동해로 흘러드는 양양 남대천, 연곡천, 주수천, 삼척 오십천, 마읍천 등의 하천과 낙동강에 대서양 것과는 다른 칠성장어가 서식하고 있으며, 멸종위기종 2급으로 보호받고 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사진 미시간 주립대 제공.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태그 :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청소 새우가 먹히지 않는 비결 있다청소 새우가 먹히지 않는 비결 있다

    조홍섭 | 2019. 10. 10

    포식자 고객에 청소 직전과 중간에 ‘앞다리 춤’으로 신호열대 태평양 산호초에는 큰 물고기의 아가미와 입속을 청소하는 작은 새우가 산다. 송곳니가 삐죽한 곰치 입속을 예쁜줄무늬꼬마새우가 드나들며 기생충을 잡아먹고 죽은 피부조직을 떼어먹는...

  • 배추흰나비는 실크로드 따라 동아시아 왔다배추흰나비는 실크로드 따라 동아시아 왔다

    조홍섭 | 2019. 10. 08

    전 세계 유전자 분석 결과…지중해 기원, 통일신라 때 작물과 함께 와배추흰나비는 세계에서 가장 널리 분포하고 수도 많은 나비의 하나다. 생물 종으로 성공한 나비이지만,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농작물 피해를 일으키는 해충이기도 하다.시민 과학...

  • 유령게의 ‘으르렁’ 경고음, 위장 분쇄기관 소리였다유령게의 ‘으르렁’ 경고음, 위장 분쇄기관 소리였다

    조홍섭 | 2019. 10. 07

    먹이 부수는 부위를 발성 기관으로 ‘재활용’, 상대에 경고 신호 전달집이나 먹이를 빼앗으려는 상대에게 유령게는 집게발을 휘두르며 낮고 거친 소리를 낸다. 마치 개가 으르렁거리는 듯한 경고음을 내는 곳은 놀랍게도 먹이를 잘게 부수는 위 앞...

  • 다리 대신 터널…제2순환로 환경파괴 위험 여전다리 대신 터널…제2순환로 환경파괴 위험 여전

    윤순영 | 2019. 10. 02

    육상 구간 논 습지 훼손 불보듯, 저감방안 대책 선행되야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가 한강을 건너는 구간은 애초 계획된 교량 설치 대신 지하터널 형태로 건설될 예정이다. 교량 건설로 인한 환경파괴를 우려한 문화재청이 한강 하류 재두루미 도래지...

  • 쥐도 사람과 숨바꼭질 놀이 즐긴다쥐도 사람과 숨바꼭질 놀이 즐긴다

    조홍섭 | 2019. 10. 01

    초음파 소리 지르며 즐거워해…1∼2주 안에 배우고, 전략 수립도 숨바꼭질은 재미있지만 간단치 않은 놀이이다. 상대의 처지에서 생각하면서 전략적으로 숨고,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그러나 침팬지나 까마귀 같은 ‘똑똑한’ 동물 반열에 끼지 못하는 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