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컷 북극여우는 왜 얼음길 3500㎞를 걸었나

조홍섭 2019. 07.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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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북미로 하루 평균 46㎞ 주파…먹이 찾아 이동한 듯

 

a1.jpg » 겨울철 해안에서 먹이를 찾는 북극여우의 모습. 해안에서 주로 해양생물을 잡아먹는 여우는 털빛이 짙고 레밍을 사냥하는 여우는 밝은 빛깔을 띤다. 게티이미지뱅크 

노르웨이 탐험가 프리드소프 난센은 1885년 북극을 탐험하다 북위 85도 지점에서 갓 찍힌 여우 발자국을 보고 깜짝 놀랐다. “여우가 이 먼 해빙까지 와서 대체 뭘 하고 있었던 걸까?”라고 그는 일기에 적었다.

 

난센은 그 여우가 “길을 잃었을 것”이라고 추정했지만, 과학자들은 1960년대부터 북극여우가 장거리 이동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어린 암컷 여우가 짧은 기간 안에 두 대륙에 걸친 해빙과 빙하를 건너 이동하리라곤 짐작하지 못했을 것이다.

 

에바 푸글라이 노르웨이 극지연구소 연구원 등은 이 나라 스발바르제도의 스피츠베르겐 섬에서 여우를 포획해 위성추적장치를 달고 이동 행동을 연구했다. 과학저널 ‘극지 연구’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무게 2㎏이 안 되는 작은 암컷 북극여우가 76일 동안 3506㎞를 이동해, 캐나다 북서쪽 엘즈미어 섬에 도착하는 기록적 장거리 이동을 했다고 보고했다.

 

a2.jpg » 어린 암컷 북극여우가 3월 1일 노르웨이 스피츠베르겐(오른쪽 끝)을 떠나 그린란드를 거쳐 7월 1일 캐나다 엘즈미어 섬에 도착하기까지의 경로(갈색). 옅은 색일수록 이동 속도가 빠르며, 그린란드 빙상 위에서 가장 빨랐다. 에바 푸글라이 등 (2019) ‘극지 연구’ 제공. 

2017년 7월 추적장치를 매단 이 여우는 이듬해 2월까지 스피츠베르겐 섬 주변에서 머물다 3월 1일 서쪽을 향한 긴 여정을 시작했다. 출발 3주일 만에 해빙 위로 1500㎞를 걸어 그린란드에 도착했다.

 

이 여우는 그린란드에 도착하기 전 해빙 한가운데서 두 번에 걸쳐 이틀쯤 하루 10㎞ 이내만 걷는 ‘잠시 머무르는’ 행동을 보였다. 연구자들은 그 이유가 해빙이 일시적으로 녹는 등 물리적 장벽에 부닥쳤거나 악천후에 시달렸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a3.jpg » 해빙이 조류나 바람 영향으로 갈라져 바다가 드러난 곳은 생물 다양성이 높은 곳이어서 여우가 먹이를 쉽게 얻을 수 있다. 축치 해 해빙의 균열 모습. 갈라진 바다가 추운 날씨로 바로 얼어 옅은 푸른색으로 보인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또 다른 가능성은 뜻밖의 먹이터를 만난 것이다. 여우가 머문 곳은 해빙이 조류나 바람 등의 이유로 균열을 일으켜 바다가 드러난 곳인데, 동물플랑크톤인 요각류가 풍부해 바닷새, 물범, 북극고래 등 해양 포유류가 많이 몰려드는 생물학적 ‘핫 스폿’이다.

 

여우는 이곳에서 사냥이나 죽은 동물 사체를 먹으며 배를 채웠을 것이다. 연구자들은 “여우는 죽은 동물의 냄새를 40㎞ 밖에서 맡을 수 있어 이런 곳으로 경로를 잡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먹을 것이 거의 없는 그린란드의 광활한 빙상에 접어들자 여우는 부쩍 속도를 올렸다. 하루에 최고 155㎞를 달렸다. 연구자들은 “방랑자인 북극여우 가운데서도 전례가 없는 속도”라고 평가했다.

 

마침내 이 여우는 6월 10일 캐나다 엘즈미어 섬에 도착했다. 노르웨이 스피츠베르겐 섬을 출발한 지 두 달 반 만이었다. 연구자들은 “이처럼 먼 거리를 짧은 기간 안에 주파한 것은 이 소형 육식동물 종이 예외적인 이동 능력을 지녔음을 잘 보여준다”고 밝혔다.

 

a4.jpg » 레밍을 주로 사냥하는 북극여우는 털 빛깔이 옅다. 레밍 집단이 붕괴하면 새로운 먹이를 찾아 먼 이주에 나서는 일이 흔하다. 그러나 이번에 장거리 이동을 한 여우는 비교적 정주성인 해안 여우였다. 조너선 파이,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일반적으로 북극여우는 해안에서 해양동물을 주로 잡아먹는 무리와 설치류인 레밍을 잡아먹는 여우 무리로 나뉜다. 이 가운데 장거리 이주는 폭발적으로 증식한 레밍 집단이 급격히 줄면 먹이를 찾아 떠나는 ‘레밍 여우’ 집단에서 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번 여우는 ‘해안 여우’였다. 연구자들은 “비교적 먹이 자원이 안정적인 해안 집단에서도 장거리 이동이 종종 일어나는 것을 이번 연구로 알 수 있다”며 “먹이 부족이 이런 이동을 촉발한다고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장거리 이동에 힘입어 북극여우는 유라시아와 북아메리카에 걸쳐 분포하지만, 유전자 교류가 활발히 일어난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해빙이 녹아 섬이 고립된다면 여우 집단은 고립될 수밖에 없다.

 

a5.jpg » 짧은 북극의 여름을 맞은 북극여우. 기후변화에 취약한 동물이다. 페르 해럴드 올센,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연구자들은 “스발바르제도 주변의 해빙이 줄고 있는데, 기후변화로 연중 얼음 없는 바다가 형성된다면 아이슬란드 북극여우처럼 이 섬의 여우도 고립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후변화는 서식지 고립뿐 아니라 북극여우의 천적인 여우의 북상을 불러 북극여우 집단을 위협할 것이다.

 

북극여우만큼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여우도 장거리 이동을 한다. 2012년부터 종 복원사업의 하나로 방사한 여우 한 마리가 2015년 ‘월북’해 북한 개성공단 인근에서 신호가 잡힌 일도 있었다. 이 여우는 36일 동안 260㎞를 이동했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Eva Fuglei & Arnaud Tarroux, Arctic fox dispersal from Svalbard to Canada: one female’s long run across sea ice, Polar Research 2019, 38, 3512, http://dx.doi.org/10.33265/polar.v38.3512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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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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