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만에 다시 만난 희귀한 느시

윤순영 2017. 01. 19
조회수 10956 추천수 0
윤순영의 자연관찰 일기

뒷발가락 없어 나무에 앉지 못해
땅에서 생활해 쉽게 사냥 표적
 
위장색으로 변장 잘해
가까이서는 되레 잘 안 보이기도
 
독충인 가뢰과 딱정벌레 잡아먹고
감염성 세균 억제해 건강 ‘보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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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40년 만에 만나는 귀한 손님이었다. 한강 하구 김포 홍도평야에서 처음 보고 이번에 재회했다. 지난해 12월30일 세밑에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느시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크기변환_DSC_6751-2.jpg » 느시는 경계심이 많아 항상 주위를 살피고 안전이 확보돼야 먹이를 찾고 먹는다.

 다음날 장비를 챙겨 서둘러 여주로 향했다. 느시가 있다는 곳에 도착해 보니 이미 20여대의 차량이 논을 빼곡하게 둘러싸고 있었다. 논 가운데 있는 커다란 생명체가 확 들어왔다. 반갑고 설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공식적으로 2006년 철원에서 마지막 관찰되고 10년 만에 다시 찾아온 ‘진객’이다.

크기변환_DSC_6646-3.jpg » 원시적인 느낌으로 다가오는 느시의 모습.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천연기념물 제206호인 느시는 뒷발가락이 없어 나무에 앉지 못하고 평원에서 살아간다. 게다가 덩치가 커 쉽게 사냥의 표적이 돼 개체수가 크게 줄어든 슬픈 운명의 겨울철새다. 주로 중국 동북지방 서북부, 킨간 몽골, 북부 고비사막, 한카호 주변 초원과 우수리 지방 남부 등지에 분포하는데 우리나라에선 중부 이북에서 월동한다.

크기변환_DSC_6551-4.jpg » 뚜렷한 날개 무늬는 호랑이 무늬를 보는 듯하다.

 사람들이 몰려들어 눌러대는 카메라 셔터 소리에 놀랐을까. 느긋하게 먹이를 찾던 느시가 멀리 휙 날아가버렸다. 차량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먼지를 휘날리며 우르르 느시를 추적했다. 

크기변환_DSC_6415-5.jpg » 느시의 행동은 매우 느려 발걸음을 옮기는데 반나절이 걸리는 듯하다.
크기변환_DSC_6343-6.jpg » 느시의 뒷모습.

 따로, 느시가 앉아 있던 인근 농경지에서 차량을 숨기고 기다렸다. 얼마 뒤 느시가 거짓말처럼 40여 미터 앞에 나타났다. 수컷 느시가 진화되지 않은 원시적인 모습으로 다가왔다. 느릿느릿 서서히 발걸음을 내디뎠다. 80~100㎝ 크기의 대형 조류지만 다른 새들에 비해 무척 경계심이 강하고 예민하다.

크기변환_DSC_6447-7.jpg » 완벽한 안전을 확보하고 먹이를 찾는 느시.
크기변환_DSC_6293-8.jpg » 드디어 먹잇감 풀뿌리 한 덩어리를 찾았다.
크기변환_DSC_6297-9.jpg » 먹이를 삼키고 난 후엔 입을 벌린다.

 느시는 주로 곡물이나 식물을 먹지만 곤충과 파충류도 먹는다. 먹이를 삼키고 나서는 꼭 입을 벌리는 반복적인 행동을 한다. 특히 다른 동물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독충인 가뢰과의 딱정벌레를 잡아먹는 독특한 식성을 갖고 있다. 

Garcı´a-Parı´s[1]-10.jpg » 가뢰과 딱정벌레의 모습. A와 D는 독이 있다는 붉은색 경고 무늬. B와 C는 적에게 공격받았을 때 방어를 위해 독성물질을 분비하는 모습. E는 독성물질 분비를 흉내낸 무늬. 사진=가르시아 파리스
 
 이 벌레는 칸타리딘이란 맹독 물질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해독능력이 있는 느시에게는 이 독성 성분이 되레 기생충을 죽이고 감염성 장내 세균을 억제해 활기차고 건강하게 살 수 있게하는 ‘보약’이다. 

크기변환_DSC_6115-11.jpg » 느시 수컷은 아래부리 기부에 흰색깃털 수염이 길게 늘어지거나 옆으로 뻗어있다.

 몸집이 커 멀리 있으면 쉽게 구별되지만 오히려 가까이 있을 땐 위장색으로 변장해 잘 보이지 않는다. 놀라면 급히 제자리에서 뛰어서 날아가거나 그 자리에 웅크리고 앉아 꼼짝하지 않는다.

크기변환_DSC_6766-12.jpg » 주변에 방해요인이 심해지자 느시가 웅크리고 날 준비를 한다.
크기변환_DSC_6767-13.jpg » 땅바닥에 몸을 낮게 깔고 높이뛰기 자세를 잡는다.
크기변환_DSC_6768-14.jpg » 돋음이 시작된다.
q1.jpg » 돋음과 동시에 날개가 펼쳐진다.
q2.jpg » 찰나 긴 다리가 쭉 펴지고 날개는 힘차게 하늘로 솟구쳤다.
a1.jpg » 첫 번째 비상. 날개가 앞으로 펼쳐진다.
s2.jpg » 10kg이 넘는 느시의 몸을 하늘로 솟구치게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a3.jpg » 한번 날 때마다 체력소모가 엄청나 큰 방해요인이 없으면 잘 날지 않는다.
a4.jpg » 그래서 위험을 느끼면 바닥에 웅크리고 숨는 습성을 지녔다.
a5.jpg » 더군다나 뒷 발가락이 없어 나무에 올라가 숨지도 못 하고 땅에서만 사는 느시는 사냥감 표적이 되어 많은 수가 감소되었다.

 한 동작 한 동작 놓칠세라 조심조심 카메라에 담았다. 한순간 느시가 갑자기 경계의 눈빛으로 두리번거렸다. 어느새 주변에 수많은 차량이 몰려들어 있었다. 순식간에 몸을 웅크리더니 뛰어올라 날아갔다. 차량들이 또다시 추적하느라 요란을 떨었다. 그날 이후 느시는 여주 농경지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글·사진 윤순영/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 웹진 <물바람숲>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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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김포의 재두루미 지킴이. 한강 하구 일대의 자연보전을 위해 발로 뛰는 현장 활동가이자 뛰어난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이메일 : crane517@hanmail.net      
블로그 : http://plug.hani.co.kr/cr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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