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구리 ‘김칫국물 자국’, 한국동박새 아시나요

윤순영 2019. 05. 28
조회수 5973 추천수 0

예민하고 보기 힘든 나그네새


크기변환_YSY_5611.jpg » 한국동박새 부부가 서로의 애정을 확인하고 있다. 동박새와는 옆구리의 붉은 밤색 무늬와 연주황 부리로 구별한다.


동박새란 이름만 들어도 친근감이 느껴지는 귀여운 새다. 동박새는 동백나무가 많은 남해안과 서해안 도서지방, 해안지대에서 흔히 번식하는 텃새여서 그럴 것이다. 


다른 새들처럼 사람을 피하거나 놀라지 않고 가까이 다가와 지내는 온순한 새다. 먹이는 식물성으로 주로 꿀과 열매 그리고 작은 애벌레를 잡아먹기도 한다.


동박새는 혀끝에 붓 모양의 돌기가 있어서 꿀을 빨 때 편리하다. 특히 동백꽃의 꿀을 좋아하는데, 벌과 나비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전인 이름 봄 동백나무에서 무리 지어 꿀을 빨아 먹으며 꽃가루받이를 돕는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이런 동박새와 다른 한국동박새도 있다.


크기변환_YSY_4038.jpg » 한국동박새. 옆구리에 난 붉은 밤색 무늬가 특징이다.


크기변환_YSY_1600.jpg » 동박새. 옆구리의 검붉은 무늬가 없고 아래 부리도 회색이다.


크기변환_YSY_4547.jpg » 한국동박새는 동박새와 다른 색다른 매력이 있는 새다.


지난 5월 12일 우리 곁에 흔치 않은 한국동박새를 만났다. 일반적으로 동박새는 알아도 한국동박새란 새가 있는지는 모르는 이들이 많다. 


3일 동안 관찰할 수 있는 행운이 찾아왔다. 나그네새이기 때문에 잠시 머물다 가면 볼 수 없고, 다음에 또 볼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요즘은 오전 6시면 날이 밝는다. 새들이 이른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인다. 한국동박새도 예외는 아니다. 


봄철 이동 시기에 한국동박새는 10~20마리 정도의 작은 무리를 이루는데 30마리가 넘기도 한다. 무리 지어 나뭇가지와 나뭇잎에 몸을 숨기며 오가면서 먹이를 먹는다. 무리를 이루는 것은 안전을 위해 중요한 전략이다.


크기변환_YSY_4257.jpg » 한국동박새는 옆구리의 붉은 밤색 깃털 무늬와 함께 멱의 노란색이 가슴과 이루는 경계가 깔끔하고 명확한 특징이 있다.


크기변환_YSY_4911.jpg » 텃새인 동박새는 옆구리에 전체적으로 옅은 밤색이 감돌고, 멱에서 가슴으로 이어지는 노란 깃털의 경계가 흐릿하다.


한국동박새는 오전에 활발하게 활동하고 오후에는 거의 움직임을 눈치챌 수 없을 정도로 조용하다. 아주 짧은 거리도 무리를 지어 이동하며, 절대로 혼자 무리를 이탈하지 않는다. 


조금이라도 위협 요인이 되는 소리가 들리거나 위협을 가할 새가 나타나면 재빨리 나뭇잎 사이로 몸을 숨기거나 피한다. 아예 움직임을 멈추고 주변이 안전한 것이 확인되면 다시 무리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치밀함도 보인다.


좀처럼 모습을 보여 주지 않는 것이 한국동박새다. 관찰하는 동안에도 민첩하고 은밀하게 움직여 좀처럼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시야에서 바로바로 사라지기 일쑤다. 


일상처럼 이런 행동이 반복된다. 한국동박새가 현란하게 움직이는 것을 따라가다 보면 정신이 없다. 이런 행동은 천적을 교란하는 데 효과적일 것이다.


크기변환_YSY_5507.jpg » 은밀하게 상록활엽수의 나뭇잎과 가지 사이를 옮겨 다니는 한국동박새.


크기변환_YSY_4189.jpg » 맘에 드는 새순을 고르는 한국동박새.


크기변환_YSY_3585.jpg » 잎이 크고 무성한 상록활엽수는 한국동박새가 몸을 숨기기에 제격이다.


한국동박새를 자세히 관찰하거나 촬영하는 데 애를 먹었다. 일반적인 새들에 비해 지나칠 정도로 예민했다. 그러나 조심성은 한국동박새가 살아가는 유일한 방편이다. 


텃새인 동박새의 친숙함과 여유 그리고 호기심 많은 행동을 찾아볼 수 없었다. 동박새들은 좀처럼 땅으로 내려오지 않는 새다. 한국동박새도 동박새와 비슷하게 상록수림을 선호하지만, 한국동박새와 동박새는 생활습성에서 많은 차이가 난다.


한국동박새는 울음소리가 동박새와 다르고 매우 예민하여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고 조심성 있게 은밀하게 무리가 움직이는 것이 동박새와 크게 다르다. 한국동박새나 동박새의 애정표현은 유난히 귀엽다. 서로 곁에 앉아 몸을 치장하고 부부의 애정을 확인하면서 사랑을 나누는 모습은 이루 말할 수 없도록 깜찍하다.


크기변환_YSY_4534.jpg » 나무 수액을 핥아 먹는 한국동박새.


크기변환_YSY_4438.jpg » 정면에서 바라본 한국동박새. 멱의 노란색과 가슴이 아주 명확하게 구분돼 있다.


크기변환_YSY_4474.jpg » 분주하게 먹이를 찾아 움직이는 한국동박새들.


한국동박새는 남한을 지나가는 나그네새다. 봄에는 5월 초순과 중순 사이, 가을에는 9월 중순과 10월 중순 사이에 관찰된다. 북한, 우수리, 러시아 동아시아, 중국 북동부에서 번식하고, 중국 서남부와 인도지나 반도의 미얀마, 타이,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 북서부에서 월동한다. 


한국동박새의 몸길이는 11㎝인 동박새보다 다소 작은 10.5㎝다. 옆구리엔 뚜렷한 붉은 밤색 무늬가 아주 선명하다. 잘 익은 김칫국물로 찍어놓은 얼룩 같다. 일부 흐린 개체도 있다.


크기변환_YSY_5613.jpg » 한국동박새 부부의 다정한 모습.


크기변환_YSY_5597.jpg » 정성껏 깃털을 다듬는 한국동박새 부부.


크기변환_YSY_5657.jpg » 상대의 깃털을 다듬어 주는 몸짓으로 애정을 표현하는 한국동박새.


한국동박새는 노란색 멱과 흰색 가슴의 경계가 명확하다. 가슴 옆은 회색이 감돌고 가슴은 회색이 도는 흰색, 부리 기부와 아래 부리는 연한 분홍빛이다. 


아래 꼬리덮깃은 노란색이다. 이마에서 등 위 꼬리덮깃까지 윗면은 흐릿한 녹색과 노란색을 혼합한 듯한 색이다. 눈 둘레에는 흰색 고리 모양이 뚜렷하다.


흰 고리 선이 끝나 연결되지 않은 눈 앞쪽은 검은색이다. 턱밑과 멱은 노란색, 배는 흰색, 가슴은 회색이 도는 흰색, 가슴 옆은 회색이다. 배는 흰색, 암컷은 온몸의 빛깔이 희미한 편이다.


크기변환_YSY_5608.jpg » 깃털을 털고 있는 한국동박새.


크기변환_YSY_5633_01.jpg » 분주하게 이리저리 다니던 한국동박새 부부가 나뭇가지에서 한가로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한국동박새의 생태는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다. 먹이로는 주로 거미류, 애벌레, 진드기류, 딱정벌레, 나비, 매미, 메뚜기, 잠자리 등을 잡아먹으며 작은 꽃과 꽃가루, 꽃꿀 등을 먹는다. 5~6월에 한배에 4~5개의 알을 낳아 11~12일 동안 품는다. 새끼의 성장 기간은 11~13일이다. 다양한 환경의 산림에 서식한다.


5월 14일 갑자기 한국동박새 무리가 나뭇잎 사이에서 쏜살같이 뛰쳐나와 멀리 사라진다. 머물고 있던 곳에서 미련 없이 떠나는 느낌을 받았다. 


나그네새가 중간 기착지에서 머무는 기간은 종마다 다르다. 길게는 15일, 짧게는 3~4일이다. 지금쯤 한국동박새는 이미 만주의 번식지에 도착해 신혼살림을 꾸렸을 것이다.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 웹진 ‘물바람숲’ 필자. 촬영 디렉터 이경희, 김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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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김포의 재두루미 지킴이. 한강 하구 일대의 자연보전을 위해 발로 뛰는 현장 활동가이자 뛰어난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이메일 : crane517@hanmail.net      
블로그 : http://plug.hani.co.kr/cr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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