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 노랑딱새에 산초는 휴게소 별식

윤순영 2014. 10. 16
조회수 17639 추천수 0

시베리아서 새끼 데리고 동남아 가는 길 잠시 들러

산초나무 열매 포식해 지방 축적, 1년에 보름만 관찰돼

 

크기변환_dnsYSJ_7926.jpg » 어미 노랑딱새 수컷.

  

지난 9월25일 가을의 전령 큰기러기가 한강 하구에 도착했다. 이때 쯤이면 우리나라에서 번식을 마친 여름 철새들이 가을을 뒤로 하고 불어난 가족을 데리고 동남아 등으로 머나먼 여행을 시작한다.

 

크기변환_dnsYSJ_7629.jpg » 어린 노랑딱새 암컷은 배를 제외한 몸 전체에 연한 녹색 빛이 감돈다.

 

물총새도 먼길을 떠나기 위한 몸 만들기에 나섰다. 물가를 자주 들락거리며 먹이 사냥에 분주하다.

 

러시아와 중국에서 번식을 마치고 우리나라에 잠시 머무는 나그네새인 비둘기조롱이도 논에서 잠자리를 잡아먹느라 정신이 없다. 여름철새에게 가을은 바쁜 계절이다.

 

크기변환_dnsYSJ_5278.jpg » 물에 다이빙해 물고기를 잡느라 바쁜 물총새.  

크기변환_dnsYSJ_9640.jpg » 어린 비둘기조롱이가 잠자리 사냥에 나섰다. 희귀한 통과 철새이다.

 

우리나라에서 번식을 하지는 않지만 이동시기에 꼭 들르는 나그네새인 노랑딱새를 지난 10월1일 만났다. 봄과 가을에 10~15일 정도만 관찰이 가능하다.

 

봄에 동남아에서 겨울을 나고 번식지인 아무르, 우수리, 시베리아 동부와 중국 북동부로 향할 때보다는 요즘 번식을 끝내고 새끼를 데리고 잠시  우리나라를 머무는 가을이 노랑딱새에게는 더 풍요로워 보인다.

 

크기변환_dnsYSJ_5421.jpg » 어미 노랑딱새 수컷. 

크기변환_dnsYSJ_5469.jpg » 어미 노랑딱새 암컷은 수컷보다 몸매 선이 아름답다.

 

노랑딱새는 파리 등 곤충이 주식이다. 그러나 산초나무 한 그루를 해마다 찾아오는 열댓 마리의 노랑딱새가 있다. 3~4마리로 이뤄진 가족이 이동 중 꼭 들러 별식을 즐긴다. 이곳에 대한 즐거웠던 기억은 어미로부터 새끼로 학습되어 전달되는 것 같다.

 

크기변환_dnsYSJ_6843.jpg » 등과 얼굴, 머리에 진한 회색을 띤 어린 노랑딱새 수컷 .

크기변환_dnsYSJ_7782.jpg » 앉았던 산초나무 열매를 박차고 날아오르는 어린 노랑딱새 암컷. 

크기변환_dnsYSJ_8090.jpg » 산초나무 가지 사이를 오가는 노랑딱새.  

 

종일토록 노랑딱새들이 정신없이 잘 여문 산초 열매를 따먹느라 야단이다. 하나 둘씩 주변의 눈치를 살피며 여기저기서 날아들어 5분 남짓 잔치가 벌어진다. 그리곤 숲속으로 뿔뿔이 흩어지고  또 다시 하나 둘씩 모여드는 광경이 지속적으로 반복된다.

 

어미 노랑딱새들은 재빠른 정지비행 동작으로 노련하게 먹이를 따먹으면서도 새끼들을 보살피며 주변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경험이 적은 어린 새끼들이 산초열매를 먹기 위해 방심하는 사이 천적으로부터 공격을 피하기 위해서다.

 

크기변환_dns1YSJ_5883.jpg » ①산초나무 열매 앞에서 정지비행을 하는 어린 노랑딱새 수컷. 

크기변환_dns2YSJ_5884.jpg » ②정지비행을 하며 잘 익은 산초열매를 고르는 어린 노랑딱새 수컷. 

크기변환_dns3.jpg » ③ 정지비행을 하며 잘 익은 산초 열매를 찾은 어린 노랑딱새 수컷.

크기변환_dns4.jpg » ④ 정지비행을 하면서 고른 산초 열매를 따는 어린 노랑딱새 수컷.

 

어린 새들은 먹이에 더 집착하지만 먹이를 따먹는 모습이 웬지 어설프다. 그래도 정지비행은 일품이다. 타고난 비행 실력이다. 역시 새나 사람이나 경험은 연륜에서 얻어지나 보다. 동고비도 가끔 노랑딱새가 맛있게 산초를 먹는 것을 보고 끼어든다. 솔딱새도 잔치에 함께 한다.

 

크기변환_dnsYSJ_5770.jpg » 갑자기 나타난 동고비를 노랑딱새가 뒤편에서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다. 

크기변환_dnsYSJ_6463.jpg » 흰색 눈테가 특징인 솔딱새.

 

오후 4시쯤 갑자기 어수선하던 산초나무 주변이 조용해졌다. 노랑딱새들이 자취를 감췄다. 적막이 흐른다. 가끔 저 멀리서  돌을 깨는 굴삭기 소리가 적막을 깨뜨린다.

 

5~6분 간격으로 산초나무와 숲속을 오가던 노랑딱새들이 20여분이 지나도록 오지 않는다. 바로 그 때 참매 한마리가 주변을 스쳐간다.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본능적으로 천적이 나타난 것을 알고 재빨리 몸을 숨긴 것이다. 네발나비가 산초 열매 위에서 휴식을 취한다.

 

크기변환_dns5.jpg » ⑤ 정지비행을 하며 열매를 골랐지만 입에 물기가 수월하지 않은 어린 노랑딱새 수컷. 

크기변환_dns6.jpg » ⑥ 정지비행으로 산초 열매를 입에 무는데 성공한 어린 노랑딱새 수컷.  

크기변환_dns7YSJ_6734.jpg » ⑦ 어른처럼 탁월한 실력을 발휘하려면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노랑딱새가 왜 산초열매를 즐겨 먹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먼 길을 떠나기 위해 몸에 충분한 지방을 축적하고자 하는 게 아닐까 추정해 본다.

 

시베리아에서 번식을 끝내고 월동을 위해 한국의 중간 기착지까지 2000㎞ 이상을 날아와 잠시 머무는 나그네인 노랑딱새는 먼 여정을 다시 시작하여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떠날 것이다.

 

크기변환_dnsYSJ_7518.jpg » 노련하게 정지비행을 하는 어미 노랑딱새 수컷.

크기변환_dnsYSJ_7523.jpg » 정지비행으로 먹이를 따내는 어미 노랑딱새 수컷.

  

보잘 것 없어 보이던 산초나무 한 그루가 뭇 새들에게 생명을 주는 나무임을 확인했다. 자연은 다양하지만 그 구성원 서로가 생명 나눔의 순리를 실천하고 있다. 노랑딱새와 산초나무를 바라보며 공동생명체의 이치를 다시 한 번 깨닫는다.

 

크기변환_dnsYSJ_7632.jpg » 어린 노랑딱새 암컷은 아래 배를 제외한 몸 전체에 연한 녹색 빛이 감돈다.

 

크기변환_dns8YSJ_6016.jpg » 산초 열매를 문 어미 노랑딱새 암컷은 먹이를 먹는 중에도 새끼를 보호하려는 본능이 강하다.

 

 

■ 노랑딱새는 어떤 새?

 

수컷은 몸 윗면이 검은색이다. 눈썹 선은 흰색이며, 뺨, 귀깃은 검은색이다. 턱, 멱, 가슴은 오렌지색이다. 기타 몸 아랫면은 흰색이다. 부리는 검은색이다. 암컷은 눈썹선이 없고 몸 윗면은  갈색이고, 턱, 멱, 가슴은 수컷 보다 연한 오렌지색을 띤다. 몸길이 약 13㎝이다.

 

봄과 가을에 우리나라를 통과하는 나그네새이다. 침엽수림에서 혼자 또는 암수가 함께 서식한다. 딱새과의 비행은 나무꼭대기에 앉아 있다가 날아다니는 곤충을 잡아먹고 나서 또다시 원위치로 되돌아가는 습성이 있다.

 

둥지는 큰 나무의 가지 위에 이끼류를 주재료로 하고 마른 잎, 풀 등을 이용해서 사발 모양으로 만든다. 알을 낳는 시기는 6월 상순~7월이다. 알은 엷은 올리브색 바탕에 붉은 갈색의 얼룩점이 있으며, 4~8개 낳는다. 겨울에는 동남아시아와 보르네오 섬까지 내려가 겨울을 난다.

 

글·사진 윤순영/ <한겨레> 물바람숲 필자,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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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김포의 재두루미 지킴이. 한강 하구 일대의 자연보전을 위해 발로 뛰는 현장 활동가이자 뛰어난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이메일 : crane517@hanmail.net      
블로그 : http://plug.hani.co.kr/cr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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