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동물학대 사진 논란, 지속광 촬영을 제안한다

윤순영 2015. 08. 06
조회수 25153 추천수 0

실험 결과 새 영향 거의 없어, 공동촬영과 자유로운 카메라 조절도 장점

정면에서 섬광 번쩍이면 새들은 일시적 실명 상태 빠져…동물학대 논란

 

크기변환_YSY_155.jpg » 먹이를 잡아 새끼가 기다리는 둥지로 향하는 소쩍새. 밤중에 활동하는 소쩍새는 어떻게 촬영해야 할까. 새에게 영향을 끼치지 않으면서 생태사진을 촬영하기 위한 길은 없을까 하는 고민에서 이 글을 쓴다.  

 

얼마 전 인터넷의 한 사진 클럽 사이트에서 야행성 조류사진을 둘러싸고 동물 학대 논란이 벌어졌다. 한 야생조류 동호인이 밤중에 사진을 찍으면서 스트로보를 새가 있는 둥지에 바짝 들이대고 터뜨렸던 것이다.

 

크기변환_YSY_0213.jpg » 어둠 속에서 먹이를 물고 둥지를 바라보고 있는 소쩍새.  

크기변환_YSY_221.jpg » 만일 이 새의 눈앞에서 스트로보가 터진다면 이렇게 보였을 것이다. 어두운 곳에서 갑자기 밝은 빛이 눈에 비치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야행성 조류는 어두운 밤에 사냥도 하고 새끼한테 먹이를 잡아 준다. 어둠을 헤치고 둥지로 돌아오는 조류에게 별안간 스트로보를 터뜨리면 크게 열려 있던 동공에 너무 많은 양의 빛이 들어와 눈이 부셔 앞이 보이지 않게 된다

 

동공의 크기가 주변의 빛에 맞도록 줄어들어 눈에 들어오는 빛의 양이 조절되어야 시력이 회복된다. 그 때까지 새는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상황에 빠진다.

 

크기변환_YSY_009.jpg » 어두운 곳에서는 앉아 있는 소쩍새. 동공이 크게 열려 있다.

 

몇 년 전 강원도 철원군의 한 초등학교에서 소쩍새 둥지가 발견됐다.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어두운 밤 스트로보를 한꺼번에 터뜨렸다. 먹이를 물고 둥지로 돌아오던 소쩍새는 한 순간 앞이 보이지 않자 나무 줄기에 부닥쳐 땅에 떨어졌다. 새끼가 둥지를 떠나기까지 이 소쩍새는 큰 고통을 겪어야 했다.

 

크기변환_1SY_0805.jpg » 소쩍새는 한국의 올빼미과 조류 중 가장 작다. 발가락에는 깃텃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밤에 주로 활동하는 야행성 조류를 촬영하려면 인공 빛을 쓸 수 있다. 필자는 어떤 방식의 조명이 이들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 실험해 보았다.

 

분명히 할 것은 이 실험은 어디까지나 실험일뿐 이런 방식을 권장하거나 원칙으로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야생 조류의 야간 촬영이 요즘 문제가 되고 있어 그 해결책을 찾는 고민의 하나로 이 방식을 제시해 폭넓은 논의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는 것이다.

 

실험 촬영의 대상은 둥지를 떠나기 3~4일 전의 적색형 깃털을 가진 어린 소쩍새였다. 기간은 3일 동안이었다.

 

 크기변환_1SY_0838.jpg » 소쩍새의 몸길이는 18.5~21.5㎝이다.

 

우선 야행성 조류가 지속광에 익숙해지도록 어둠이 내리기 전부터 등을 켜 새가 미리 적응을 하도록 하였다. 사용한 탐조등은 폴라리온 PS-NP1, 램프 파이어는 35w, 색온도 4300k 1대를 사용했다.

 

집중광보다 확산 필터를 사용해 빛을 퍼뜨려 조류에게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했다. 또 등의 위치를 정면이 아닌 측면으로 했다. 피사체와의 거리는10m를 늘 떨어지게 유지했고 300㎜ 렌즈와 800㎜ 렌즈를 사용해 먼거리에서 촬영을 하였다.

 

크기변환_1SY_0935.jpg » 소쩍새는 깃털이 잿빛이 도는 갈색을 띤 것과 붉은 갈색인 개체가 있다. 촬영된 소쩍새는 붉은 갈색 개체다.

 

카메라의 감도는 1600~5000, 조리개 개방, 셔터 속도 800~1000을 사용했다. 적정노출보다 1스톱 부족한 노출로 촬영했다.

 

전체적으로 노출이 부족해도 피사체에 전달되는 적당한 노출로 표현이 가능했다. 지속광 사용시간은 2시간 30분 정도다.

 

어미 소쩍새는 20분 간격으로 총 7번 둥지로 먹이를 물고 들어왔다. 이소 시기가 아니었다면 먹이 주는 횟수가 훨씬 더 많았으리라 생각된다.

 

3일간 촬영을 하는 동안 소쩍새는 한 번 둥지에서 살짝  비켜 착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속광의 영향은 아닌 것 같다.  자연 상태에서도 소쩍새는 간혹 이런 착지 실수를 한다.

 

크기변환_1SY_1620.jpg » 먹이는 곤충이 주식이고 가끔 작은 쥐도 잡아먹는다.

 

새끼는 지속광을 아랑곳하지 않고 밖을 자주 내다보았다. 새들은 이소할 무렵이면 먹이를 자주 주지 않고 새끼들을 밖으로 유인한다.

 

야행성 조류가 반드시 어둠속에서만 사냥하는 것은 아니다. 공원 주변 가로등과 거리의 가로등에 몰려드는 곤충을 사냥하는 광경을 볼 수 있다.

 

크기변환_1SY_162.jpg » 낮에는 숲속 나뭇가지에서 잠을 자고 저녁부터 활동한다.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새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새들의 행동에 방해가 된다. 하지만 일단 촬영을 하겠다고 마음먹는다면 그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촬영을 끝내면서 내린 결론은 일단 지속광이 야행성 조류에게 그다지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는 것이었다. 적어도 야행성 조류 앞에 광각렌즈와 스트로보를 들이대고 정면광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게 영향이 적었다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이런 촬영도 새에게 눈에 띄지 않는 또는 장기적인 나쁜 영향을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보다 전문적인 연구과제가 될 것이다. 하지만 둥지에 돌아올 때마다 순간적으로 앞이 안 보이는 현상을 연속적으로 겪게 하는 지금까지 반복돼 왔던 문제를 피할 수 있게 된 것은 분명하다.

 

크기변환_YSY_1692.jpg » 소쩍새는 나무 구멍에 둥지를 틀며, 봄부터 여름까지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다.   

 

망원 렌즈를 사용하여 안전거리를 두고 촬영하고, 큰 행동과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조류를 위해 무엇보다 정숙한 촬영을 하는 것은 촬영자가 반드시 지켜야 할 조건이다.

 

정숙한 촬영은 경계심을 보이는 새들의 기본행동을 감소시키는데 매우 중요한 일이다. 어쩌면 빛보다 사람이 간섭하는 것에 더 신경이 쓰일 수 있다. 생명의 위협을 느끼기 때문이다.

 

크기변환_1SY_1008.jpg » 5월 초순에서 6월 중순에 한배에 4∼5개의 알을 낳아 암컷이 품는다.

 

그동안 야생동물 사진을 촬영하면서 조류의 대한 작은 배려를 통해 소통하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을 알았다. 사진 한 장을 찍기 위해 생명을 무시하는 자세를 버려야 한다. 자연은 우리의 이웃이란 의미로 다가서야 한다.

 

크기변환_1SY_9853.jpg » 부엉이나 올빼미는 날 때 소리가 나지 않는다.

 

사진을 촬영하다 보면 욕심이 나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촬영엔 절제가 필요하다. 야생조류 사진은 기다림의 결과이다. 한 장의 사진 속에 진실이 담겨 있다.

 

새들은 표정은 없지만 눈빛과 몸짓, 현장 상황을 보면 결과물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 수 있다. 아무리 멋진 사진이라도 상식에서 벗어난 사진은 영원한 학대사진으로 남게 된다.

 

크기변환_YSY_2276.jpg » 어미는 새끼를 이소시키려고 먹이를 물고 유혹하지만 새끼는 반응이 없다.

 

지속광은 하나만 켜도 여러 사람이 촬영할 수 있고 야행성 조류에게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어 보인다. 또한 자유로운 조리개와 속도 조절로 폭넓은 촬영이 가능하다.

 

이번 실험을 통해 필자는 야행성 새를 꼭 촬영해야 한다면 스트로보보다는 지속광을 사용하는 편이 낫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 제안에 대해 자연 사진가 여러분의 폭넓은 의견을 청한다.

 

근래 들어 야생동물을 촬영하는 사진가들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여러 가지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성숙한 촬영문화가 자리잡기를 기대하면서 이 글을 적는다. 

 

 ·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물바람숲>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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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김포의 재두루미 지킴이. 한강 하구 일대의 자연보전을 위해 발로 뛰는 현장 활동가이자 뛰어난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이메일 : crane517@hanmail.net      
블로그 : http://plug.hani.co.kr/cr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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