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누이트와 피그미처럼, 인류의 진화는 계속될까

조홍섭 2015. 0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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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잇단 화석 발견, "인류를 종착점으로 한 진화란 없다"

문화적 영향, 기술발전, 기후변화로 미래 인류진화 방향은 미궁에

 

호모 날레디 상상도.jpg »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두개골 화석을 토대로 복원한 호모 날레디의 상상도. 인류의 직접 조상인지 여부는 아직 논란거리이다.사진=요하네스버그/AP 연합뉴스
 
인간은 외로운 동물이다. 사람은 포유동물강, 영장목, 사람과, 사람속(호모)에 속한 유일한 종(호모 사피엔스)이다.
 
사람과에는 침팬지속, 오랑우탄속, 고릴라속, 사람(호모)속이 있는데, 사람속을 빼고는 모두 2종이 있다. 침팬지속만 해도 침팬지와 보노보가 있다. 사람의 친척은 모두 멸종했다.
 
보통 1속 1종만 남은 동물은 미선나무처럼 멸종 위험이 커 보호를 받는데, 사람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2008년 평가에서 “워낙 널리 분포하고 적응력이 뛰어나며 개체수가 증가하고 있어” 보전등급은 ‘최소 관심 종’이다.
 
고아처럼 남아서인지 인류의 조상 찾기 열정은 남다르다. 10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연구자들이 발표해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킨 고인류 ‘호모 날레디’ 화석도 그런 예다.

F1_large.jpg » 호모 날레디의 뼈 화석. 1990년 이후 세계에서 발굴된 모든 고인류 화석을 합친 것보다 많을 만큼 풍부하다. 사진=<이라이프>

 
깊은 동굴 속에서 적어도 15구에 해당하는 1500여 점의 완벽한 뼈 화석이 나와 “인류의 새로운 조상이 발견됐다”라는 보도가 잇따랐다. 그러나 흥분이 가라앉자, 연대 측정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화석의 주인공을 호모속으로 단정한 것이 성급했다거나 오히려 멸종한 고인류인 직립원인에 가깝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와 호모속 특징이 혼재한 것 등에 비춰 인류의 진화 경로가 알려진 것보다 복잡했을 것이란 추정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분명한 건, 현생 인류가 필연의 단선적인 과정을 거쳐 탄생한 게 아니란 사실이다.
 
세계적인 영장류학자 프란스 데 월은 15일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강이 흐르다 보니 바다로 간 것이지 바다로 가기 위해 흐른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인류는 지적인 도약을 이룬 진화의 종착점이 아니고, 지금도 진화는 계속되고 있다.

Rosino_-Homo_floresiensis_cave.jpg » 호빗의 두개골 화석이 발견된 인도네시아의 플로레스 섬 량바오 동굴. 사진=Rosino

 
1990년대 이후 어떤 고생물학자도 인류 진화의 경로를 깔끔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통념을 깨는 발견도 잇따른다. 2003년 인도네시아 플로레스섬에서 1만 8000년 전 살던 키 1m의 새로운 인류 ‘호빗’ 화석이 발견되기도 했다.
 
단일종인 인류의 ‘순수함’도 흔들린다. 현생 인류가 지금은 멸종한 또 다른 인류인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 등과 섹스를 하고 형질을 나눴다는 사실도 유전자 연구 결과 분명해졌다.
 
2010년 이들의 게놈(유전체)을 분석한 결과 약 4만년 전에 멸종한 네안데르탈인이 유럽인과 아시아인에게 유전물질의 2~4%를 물려준 것으로 밝혀졌다. 그 영향은 아직 불분명하지만 우울증, 비만, 피부질환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Neandertaler_reconst.jpg » 인류와 같은 종 또는 아종으로 분류되는 네안데르탈인의 복원 상상도.현생인류와 같은 장소에서 한동안 살았다.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


비슷한 시기에 시베리아에 살았던 데니소바인은 특이하게 태평양 멜라네시아인과 호주 원주민에게 5%의 유전자를 남겼다. 아시아의 다른 사람들에게서도 데니소바인의 흔적이 발견되는데, 티베트인은 물려받은 유전자 덕분에 4000m 이상의 고산지대에서도 적혈구 수가 늘어나 피가 끈적끈적해지는 고산병을 겪지 않는다.
  
인류는 홀로 남았지만 진화를 계속하고 있다. 특별한 환경에 사는 사람들에게서 그런 증거가 잇따라 나온다.
 
마테오 푸마갈리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생물학자 등 국제 연구진은 17일치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에서 그린란드에 사는 이누이트가 지방과 단백질로만 이뤄진 식단으로 생존하는 비결은 지방 대사를 조절하는 유전자 변이 덕분이라고 밝혔다.
 
이들의 주식은 물범과 고래인데, 지방산이 농축된 이런 음식을 먹고도 심혈관질환에 걸리지 않는 것은 불포화화 효소의 합성에 관여하는 유전자 몇 개가 돌연변이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이런 돌연변이는 빙하기로 베링해가 육지로 이어졌던 2만년 전 북극에 살던 시베리아 원주민에게서 처음 발생했는데, 이누이트 모두와 유럽인 2%, 중국 한족 15%에도 전해진 것으로 밝혀졌다.
 

Malik Milfeldt_s.jpg » 이누이트가 1000년 전부터 살아온 그린란드의 마을. 이곳에 이주해 오기 2만년 전 시베리아 북극쪽에서부터 과도한 지방섭취의 부작용을 막는 돌연변이가 일어났다. 사진=Malik Milfeldt


이 밖에도 인류의 최근 진화 사례는 많다. 유럽인의 젖당(락토스) 분해 능력은 널리 알려진 예이다. 성인이 돼도 우유 속 당분을 소화시키는 능력을 간직하는 이런 돌연변이는 7500년 전 유럽에서 나타나 퍼졌다.
 
말라리아에 걸리지 않도록 적혈구가 낫 모양으로 바뀐 아프리카와 인도의 겸상적혈구도 그런 예이다. 최근에는 아프리카와 동남아 열대우림에 사는 수렵채취인들이 모두 키가 작은 까닭이 열대우림에서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유전적 변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그렇다면 인류 전체는 앞으로 어떻게 진화해 나갈까. 지난 연말 영국의 우주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비비시>에 “인류의 생물학적 진화는 너무 느려 인공지능을 따라갈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인공지능이 인류의 종말을 부를 것이라고 말해 논란을 불렀다. 그러나 가까운 미래에 로봇이 인간을 능가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자연 선택과 문화적 요인이 뒤섞여 진화의 효과를 가려내기도 쉽지 않다. 의학과 유전공학의 발달, 빈부 격차 등도 불확실성을 높인다.
 
예를 들어, 수렵채취인보다 현대인은 확실히 두뇌를 덜 쓰기 때문에 뇌가 작아질 수 있다. 반대로  제왕절개 시술로 인류의 두뇌가 무한정 커지는 걸 가로막던 골반을 우회하는 길도 열렸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이 있다. 인류는 이제까지의 진화 경로와는 전혀 다른 길을 걸을 것이란 점이다.
 
인류는 지난 80만년 동안 겪지 못한 수준으로 대기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높여 빙하기 도래를 늦추고 있고, 바다 산성화는 지난 3억년 동안 보지 못했던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지구의 생명질서는 대격변을 맞고 있다. 이제 인류는 처음으로 진화의 방향을 스스로 정하는 동물이 될지도 모른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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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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