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공통전염병 급증 추세…제2, 제3 메르스도 온다

조홍섭 2015. 06.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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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병원체 58%가 인수공통전염병, 최근 들어 신종 바이러스 급증세

메르스, 사스 등 바이러스 매개체로 박쥐 주목, 치료제 개발 단서 얻을까

 

Scinceside -Mers-virus-3D-image.jpg » 메르스 바이러스의 3차원 이미지. 돌기를 이용해 우리 몸에 침투한다. 사진=Mascud zamani 2014

 
“관계당국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 맹성을 촉구한다.”
 
1958년 9월6일치 <동아일보>는 일본뇌염 환자가 4000명을 돌파하고 사망자가 1000명을 넘었는데 9월이 되어서도 뇌염이 고개를 숙이지 않고 있다며 정부의 무능을 지탄하는 기사를 1면에 실었다.
 
그해 여름 해방 이후 최악의 뇌염으로 6000명 이상이 감염돼 17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환자 대부분이 14살 이하였고, 그해 문교부는 전국 국민학교(초등학교)에 무기한 휴업 조처를 내렸다.

 

1960년대 연평균 1459명이던 환자가 1970년대부터 집중적인 방역활동과 백신 접종, 전문화한 양돈으로 돼지와 사람의 격리 등을 통해 극적으로 줄어, 1970년대에는 환자가 86명에 그친다. 현재는 매년 2~3명 수준이다. 2~3년 간격으로 뇌염파동을 겪던 한국, 일본, 대만이 모두 비슷한 과정을 거쳐 뇌염을 퇴치했다.
 

culex.jpg » 일본뇌염을 옮기는 빨간집모기. 사진=Michael Wunderli, Flickr


아시아 개도국은 그 반대 경로를 밟고 있다. 베트남, 타이, 네팔, 스리랑카, 인도에서 일본뇌염이 기승을 부려 세계보건기구(WHO)는 해마다 아시아에서 5만명이 감염돼 1만5000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집계한다.
 
그 이유는 이 지역의 인구가 증가하면서 관개 논농사와 양돈이 늘었기 때문이다. 논에 늘 물이 차자 모기가 늘었고 흡혈 대상인 새와 돼지가 늘었다. 숲의 서식지를 잃어 농가로 몰려든 박쥐도 뇌염 바이러스를 퍼뜨렸다.
 
일본뇌염이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모두 인수공통전염병이다. 가축이나 야생동물의 질병이면서 사람에게 전파될 수 있는(동시에 사람도 동물에게 감염시킬 수 있는) 전염병이란 뜻이다. 동남아 뇌염에서 보듯이 인간이 부른 환경변화가 인수공통전염병의 확산을 부채질하고 있다.

 

Andrew Mercer_Black_Flying_Fox_-_Pteropus_alecto_-_(IMG_4883).jpg » 최근 인수공통전염병의 매개체로 박쥐가 주목받고 있다. 니파 바이러스를 돼지에 전파한 것으로 알려진 큰박쥐. 사진=Andrew Mercer, 위키미디어 코먼스
 
인수공통전염병의 매개체 구실을 하는 동물 가운데 최근 박쥐가 관심거리다. 메르스 바이러스를 전파한 숙주로 낙타를 꼽아 애꿎은 동물원 낙타가 한때 격리되는 수난을 겪었다. 그러나 연구 결과 메르스 바이러스는 박쥐의 몸에 있다가 1990년대 낙타로 옮겨갔고 최근 사람을 감염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도 사향고양이를 숙주로 간주해 대규모 도살을 했지만 나중에 바이러스를 보유해 전파한 것은 박쥐로 밝혀졌다. 이 밖에도 최근 출현한 세계적인 인수공통전염병인 에볼라, 마르부르크, 헤니파, 유사광견병 등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보유 동물에는 모두 박쥐가 포함돼 있다. 전 세계 200종 이상의 박쥐에서 코로나바이러스 등 15개 과 이상의 인수공통전염병 바이러스가 확인됐다.
 
흥미롭게도 박쥐는 이런 치명적 바이러스에 감염돼도 별다른 증상을 보이지 않는다. 박쥐는 다른 어떤 포유동물도 하지 못한,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하는 방법을 진화시켰을 가능성이 있다.
 
이를 박쥐가 비행할 때 대사율과 체온이 유독 높은 사실로 설명하기도 한다. 감염병에 걸리면 포유류는 병원체를 물리치고 자신의 면역체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열을 내는데. 몸 안쪽 체온이 38~41도까지 오른다. 박쥐는 보통 비행할 때면 이 정도로 체온이 오른다.
 
박쥐는 날 때 대사율이 평소보다 16배로 높아지기도 한다. 박쥐의 더운 몸에서 기를 펴지 못하던 바이러스가 다른 동물로 옮겨갔을 때 억눌린 독성을 발휘하고, 선선하고 따뜻한 조건 모두에서 잘 생존하는 것은 이 때문일지도 모른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DC)는 대사율이 높아 손상된 유전자를 잘 수리하는 박쥐의 면역체계에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할 수 있는 무언가가 숨어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연구를 하고 있다. 메르스 등 치료약이 없는 신종 감염병의 해결책을 박쥐로부터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박쥐는 포유류 전체 종의 20%인 1100종에 이를 만큼 다양하게 진화했다. 포유류 가운데는 쥐 다음으로 성공한 동물이다. 그렇지만 사람이 박쥐와 직접 접촉할 일은 드물었다. 그런데 사람이 숲을 없애고 농장을 늘리는 과정에서 박쥐와 조우하는 일이 점점 잦아지고 있다.

hendra-distribution-map.jpg » 큰박쥐(파란선 안이 서식범위)가 옮기는 니파바이러스(푸른 네모)와 헤니파바이러스(붉은 원)의 감염사태 발생지. 그림=미국 질병통제본부(CDC)

 
말레이시아에서 1999년 발생해 100명의 사망자를 내고 100만마리의 돼지를 살처분해 양돈산업을 괴멸시켰던 니파바이러스 사태가 그런 예다. 과일을 주식으로 하는 큰박쥐들이 화재와 숲 파괴로 먹이가 부족해지자 대규모 양돈농장 주변에 심은 과일나무로 몰렸다.
 
큰박쥐의 침과 배설물에 오염된 과일을 먹고 돼지가 감염됐고, 밀집 사육과 장거리 수송 과정에서 광범한 돼지농가와 농민에게 퍼졌다. 환경 변화로 우리가 얼마나 쉽게 신종 감염병에 노출될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이 바이러스는 방글라데시, 인도 등에서 해마다 출몰해 사람 대 사람 감염도 이뤄지고 있다.

pnas_1208059110fig01.jpg » 야생동물-가축-인간의 상호관계 속에서 병원체가 옮겨가는 경로. 그림=Bryony Jones 외, <PNAS> 2013

 
인류가 1만년 전 수렵채취 사회에서 농경사회로 전환하면서 숙명처럼 동물 기원의 전염병을 앓게 됐다. 지난 세기에 항생제와 백신, 위생과 영양 향상으로 겨우 맞추었던 균형은 금세기 들어 급속히 병원체 쪽으로 기울고 있다.
 
인류에 의한 전례 없는 규모의 생태적, 사회적 변화가 새로운 전염병의 창궐을 부르고 있는 것이다. 집약농업, 산림벌채, 기후변화, 생태계 교란 등 환경 변화와 여행과 무역의 증가가 그 원인이다.
 
인간 병원체의 58%는 사람과 동물 모두를 감염시키며, 13%는 최근 등장한 것이다. 주로 바이러스가 옮기는 신종 전염병 넷 중 셋은 인수공통전염병이다.
 
결국, 이번에 메르스를 잡는다 해도 제2, 제3의 메르스가 닥칠 수밖에 없다고 봐야 한다. 보건 당국의 정책부터 병원을 찾는 시민 개개인의 행동까지 이런 재앙에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겸 논설위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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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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