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식물, 공항 항구 목장 미군기지에 모인다

이은주 2017. 06. 07
조회수 5840 추천수 0
벼 도입과 함께 시작, 일본·중국 거쳐 이제는 원산지 직수입
난개발로 생태계 교란 지역에 먼저 들어와, 생태 건강 악화 신호

in1.JPG » 몇 주일 방심한 사이 외래식물인 가시박이 경기도 안성시의 한 농가 주택을 '점령'했다.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여름이 되면서 꽃가루 알레르기로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꽃가루 알레르기의 주범으로 꼽히는 식물들은 대개 돼지풀 같은 외래식물이다. 외래식물이 눈총을 받는 이유는 비단 꽃가루 알레르기 때문만은 아니다. 경쟁자가 없는 외래식물이 생태계를 황폐하게 만드는 일은 꽃가루 알레르기보다 더 큰 고민거리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예가 수도권에 급속히 번성하며 생태계를 훼손하고 있는 가시박과 단풍잎돼지풀이다.
  
모든 생물은 원래 살던 고향이 있다. 우리는 이것을 그 생물의 원산지 또는 자생지라고 한다. 원래 그 지방에 자라지 않던 생물이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분포지가 옮겨지는 경우가 많다. 최근 교통수단이 발달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대륙 간의 생물 이동이 특히 식물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in4.JPG » 외래식물인 단풍잎돼지풀을 제거하는 강원도 화천군 주민들. 미군부대 주변에서 확산하기 시작했다. 연합뉴스
 
외래식물이나 귀화식물의 정의는 사람에 따라 다르나 일반적으로 ‘외국의 자생지로부터 인간에 의해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우리나라에 옮겨져 여러 세대를 반복하면서 야생화 내지는 토착화된 식물’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사람의 필요 때문에 들여와 가꾸는 재배식물은 외래식물이나 귀화식물이라 부르지 않는다. 온실에서만 자라는 바나나와 집에서 키우는 홍콩야자나무나 폴리셔스는 이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다. 
  
외래식물이 되기 위해서는 다음의 3가지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첫째, 그 식물의 원산지나 자생지가 외국이어야 하고 둘째, 인간이 옮긴 것이어야 하며 셋째, 외래식물이 우리나라에 야생으로 정착해 대를 이어 나가야 한다. 인간의 필요 때문에 옮겨진 것으로 어저귀처럼 섬유용으로, 자주개자리처럼 사료용으로 재배하다가 빠져나와 외래식물이 된 경우도 있지만 돼지풀, 미국쑥부쟁이, 서양등골나물처럼 국가 간의 교류를 통해 화물이나 사람의 몸에 묻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옮겨 들어오거나 사료나 곡류에 섞여서 슬며시 들어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in6_자주개자리.JPG » 가축 사료와 함께 들어온 외래식물 자주개자리. <한겨레> 자료사진
 
과거에도 농경문화가 발달하면서 필요로하는 식물들을 옮겨 놓았다. 특히 벼의 도입과 함께 돌피, 물달개비, 마디꽃, 방동사니 등 남방계 식물들이 들어오게 되었다. 이런 식물을 사전 귀화식물(史前 歸化植物)이라 한다. 사전 귀화식물은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 오래되어 각지에 넓게 자리 잡고 논 잡초가 되었다. 이러한 식물이 외래식물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근래 들어 다른 대륙과의 접촉이 많아지면서 수영, 냉이, 벼룩이자리, 쇠별꽃, 질경이 등 유럽 식물이 중국과 일본을 경유하여 들어와 밭 잡초가 된 것을 구 귀화식물(舊 歸化植物)이라 한다. 사전 귀화식물 및 구 귀화식물들은 언제, 어떻게 들어왔는지를 밝히는 자료 및 기록이 없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정식 개항한 1876년 이전에 들어온 식물을 모두 묶어 사전 귀화식물로 보기도 한다. 개항 이후에는 국내외 학자들에 의해 우리나라 식물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많은 기록이 남아 있어 외래식물이 들어온 시기와 경로를 추측할 수 있게 되었다. 개항 이후에 들어온 외래식물을 신 귀화식물(新歸化植物)이라 한다. 
 
in5.JPG » 서울 인왕산에서 외래식물인 서양등골나물을 제거하는 군인과 학생들. <한겨레> 자료사진
 
개항 이후에는 유럽 및 북미 식물이 주로 일본을 경유해서 들어왔고, 한국전쟁 이후에는 주로 북미 식물이, 최근에는 경제 발전과 국제 문화 교류의 증대로 원산지에서 바로 들어오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국립수목원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외래식물은 약 427종이 알려져 있으며 해마다 여러 종의 새로운 외래식물이 보고되고 있다. 
  
도대체 이런 식물이 어떤 과정을 거쳐 정착해서 우리나라에 살게 되었을까? 교역이나 문화교류를 통해 화물이나 사람의 몸에 씨가 묻거나 수입 곡류나 사료 등에 씨가 섞여 비의도적으로 이입된 경우에는 그 귀화 시기나 과정이 명확하지 않은데, 신 귀화식물의 많은 종이 이에 속한다. 이렇게 비의도적으로 들어온 씨앗은 땅에 떨어져 싹이 트고 자라면서 정착한다. 이 단계를 1차 귀화라 하며 그 장소를 귀화 중심지라고 부른다. 

in7_서양무아재비.jpg » 인천 남항 적재소 부근에서 발견된 외래식물인 서양무아재비. 위키미디어 코먼스
  
외래식물 연구자의 체험을 들어 보면 화물이 드나드는 항구, 쓰레기 매립지, 도시 주변의 둔치, 공항 부근, 목장 지대, 외국군 주둔지 등이 이런 1차 귀화 중심지 구실을 하고 있다. 항구는 외래식물이 들어오기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 특히 외항선이 정박하면서 화물 하역과 창고에 화물을 보관되는 동안 묻어 들어온 외래식물의 씨앗이 자연으로 탈출하여 발아하게 된다. 인천 남항 적재소 부근에서 염소풀, 서양무아재비, 갯드렁새 등을 발견된 것이 한 예이다. 
  
서울 난지도와 같이 쓰레기 매립지도 역시 중요하다. 서울 시내 모든 쓰레기와 함께 들어온 외래식물의 씨나 어린 개체가 한 곳에 모이게 된다. 미국까마중, 노랑까마중, 털독말풀 등 새로운 종이 발견되기도 했다. 또한 한강 변 같이 하천 둔치도 귀화 중심지이다. 생활 쓰레기와 초지 조성 등으로 새로운 종이 유입되어 자라는 데 노랑애기토끼풀, 주걱개망초가 발견되었다. 

Trifolium_dubium_kz1.jpg » 한강 둔치에서 발견된 외래식물 노랑애기토끼풀. 위키미디어 코먼스
  
공항 역시 귀화 중심지이다. 운송화물과 비행기 바퀴 등에 씨가 묻어와 인근 초지에 자라게 된다. 제주공항 부근의 큰참새피가 좋은 예이다. 목장 지대도 마찬가지다. 수입 목초 종자와 함께 따라온 잡초와 초지 종자 자체가 야생화된 경우이다. 오리새, 자주개자리가 좋은 예이다.
  
흥미로운 것은 외국군 주둔 지역이 귀화 중심지라는 점이다. 잘 알려진 단풍잎돼지풀, 돼지풀, 미국쑥부쟁이, 털별꽃아재비 등이 중부 지방의 포천, 운천, 문산 등지 외국군 주둔지 근처로부터 발생하였다.
 
Symphyotrichum_pilosum_pringlei_Tennessee.jpg » 미군기지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는 외래식물 미국쑥부쟁이. 위키미디어 코먼스
 
귀화 중심지에서 1차 귀화한 식물은 생활 고리를 반복하며 분포 지역을 넓혀 나가는 2차 귀화 과정에 들어간다. 예를 들면 1992년 서울 난지도에 정착한 큰비짜루국화는 처음 상암동 쪽으로, 1994년에는 난지도 전역과 한강 둔치 쪽으로 퍼져 지금은 중부 지방에까지 분포 지역이 확장되었다. 
  
최근 우리 주변에서 더 자주 마주치는 외래식물은 생태계 건강성의 지표가 될 수 있다. 생태계가 황폐해진 곳에 외래식물이 더 많이 들어오기 때문에 외래식물의 번성 자체는 오히려 그만큼 생태계 건강이 악화하였다는 신호이다. 중요한 점은 외래식물이 쉽게 정착하여 살 수 있는 장소는 사람이 파헤쳐 놓은 생태계 교란과 관련이 있다는 점이다. 공사장이나 터 조성, 도로 공사 등 개발 때문에 훼손된 장소가 외래식물의 다음 정착지가 되기 쉽다. 따라서 외래식물에 의한 자연 생태계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게 교란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은주/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환경과 공해연구회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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