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석탄화력 폐쇄로 지역주민 고통 던다

이수경 2017. 06. 13
조회수 1820 추천수 0
전국 석탄화력 절반 모인 충남, 미세먼지 건강과 재산피해 심각
수도권 값싼 전력 공급 위해 희생당한 지역의 불공정 극복 의미
 
01057949_R_0.JPG » 낡은 석탄화력발전소의 가동을 중단하는 것은 단지 미세먼지 배출량을 몇 % 줄인다는 것 이상을 뜻한다.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당한 지역의 고통을 줄여 준다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겨레 자료사진.
    
6월 1일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8기가 중단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세 번째 업무지시로 올해는 6월 한 달간, 내년부터는 미세먼지가 심한 봄철 3~6월 동안 시행될 예정이다. 이번 조처로 줄게 될 미세먼지가 약 1~2%에 불과하다거나, 석탄화력발전이 엘엔지(LNG) 발전으로 대체되면 전기료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걱정이 나온다. 하지만 그런 걱정이 한가해 보일만큼 노후 석탄화력발전 문제는 이미 심각하다.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첫 걸음, 노후 화력발전중단

이제 봄이면 미세먼지가 세계보건기구 기준(미세먼지(PM10) 50μg/m3, 초미세먼지(PM2.5) 25μg/m3)은 물론 그보다 훨씬 느슨한 한국기준(미세먼지 100μg/m3 초미세먼지 50μg/m3)조차 넘지 않는 날이 드물다(■ 관련 기사: 무서운 미세먼지, 모르는 게 더 많아 무섭다). 우리나라 미세먼지 농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터키를 제외하고 가장 나쁘다(■ 관련 기사: 한국 미세먼지 농도 날로 급증…OECD 국가 중 최악 수준). 

그림1. 에너지원별 연도별 발전량
      
미1-1.jpg
* 국가통계포털, 에너지원별 발전량 자료 재구성 
* 2007년부터 석탄화력발전량 증가 
 
우리나라 미세먼지가 이렇게 심각해진 요인의 하나로 2007년부터 늘어난 석탄화력발전이 주목받고 있다(그림 1). 2011년 석탄화력발전이 만들어낸 미세먼지는 전체 배출량의 3.4%이다. 여기에 석탄화력 발전에서 배출되는 질산화물(NOx, 전체 배출량의 10%), 이산화항(SO2, 전체 배출량의 16%)도 2차 미세먼지를 만든다. 초미세먼지의 41%가 이렇게 만들어진 2차 미세먼지이기 때문에 석탄화력발전이 미세먼지에 기여하는 실제 수준은 미세먼지 배출량 3.4%에 2차 미세먼지까지 더해져 훨씬 크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국내의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미세먼지로 인해 한 해 최대 1600명이 조기 사망하고 2021년까지 계획 중인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를 모두 지으면 매년 1100명에서 2800명이 조기 사망할 것이라는 보고가 있다.1)
    
석탄화력발전 중에서도 특히 노후 석탄화력발전은 석탄발전 설비 비중의 10.6%에 지나지 않지만 오염물질 배출량 비중은 19.1%를 차지한다. 따라서 재난에 가까운 봄철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다른 석탄발전에 비해 두 배 가깝게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노후 석탄발전의 가동 중단이 시급했다. 미세먼지의 또 다른 주요요인인 경유차는 천만대 가까운 배출원을 규제해야만 하는데 비해 노후석탄화력발전소는 10기의 배출원을(이번에는 8) 규제하는 것으로도 우선 발등의 불은 끌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의 생사를 좌우하는 석탄화력발전

05605135_P_0.JPG » 2016년 7월 당진시 송전선로 석탄화력 저지 범시민대책위원회'와 그린피스, 녹색연합 등 환경운동단체 활동가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충남 당진에 계획 중인 당진에코파워 석탄화력 발전소 계획의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석탄발전의 대기오염문제는 먼저 지역에서 터져 나왔다. 충남에는 국내 59기 석탄화력발전 중 절반 가까운 29기가 몰려있다. 특히 그 가운데 10기를 차지하며, 설비용량을 합치면 6040㎿(메가와트) 규모의 당진 화력발전소가 가동되고 있는 당진은 세계 최대 규모의 화력발전 단지다. 충남, 특히 당진에서는 석탄화력발전소와 송전망으로 인한 재산 피해도 피해지만 미세먼지, 중금속과 같이 석탄화력발전에서 나오는 오염물질로 인해 심혈관계, 호흡기 질환, 암 발생의 증가로 건강 피해를 심각하게 겪고 있다. 
      
2016년 3월 충남도와 단국대가 실시한 건강조사에서 보령화력발전소·태안화력발전소 인근 주민 150명의 혈중 카드뮴 평균 농도가 다른 지역 주민보다 1.8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기존의 6040㎿에 더해 1060㎿급 당진에코파워까지 건설에 돌입하자 당진시를 비롯해 충남도까지 반대에 나서면서 중앙정부와 마찰을 빚었다(■ 관련 기사: 안희정 지사 “미세먼지 해결 위해 전력 패러다임 전환”).
  
지역주민과 중앙정부, 발전사뿐 아니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사이의 갈등마저 커지면서 석탄화력발전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은 건강피해에 더해 커다란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충남지역 발전시설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물질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우리나라 총 사회적 비용의 37.5%, 7700억원(2010년 기준)이나 된다고 하니 발전시설을 둘러싼 갈등이 얼마나 심각한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2)
   
00548406601_20160111.JPG » 신당진 변전소가 위치한 충남 당진시 정미면 사관리 마을의 송전철탑 모습. 지역주민과 환경단체는 공공노조가 공익을 위해 손을 맞잡기를 원한다. 당진시
  
석탄화력발전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은 재산과 건강 피해로 시작되지만 결국은 지역간 형평성의 문제로 격화되곤 한다. 충남의 석탄화력발전이 수도권의 미세먼지 피해에 중요 요인이라는 떠들썩한 뉴스 뒷면에는 충남이 수도권에 전기를 싼 값에 공급하기 위해 석탄화력발전으로 인한 재산과 건강 피해를 감수하고 있다는 현실이 있다.
      
2016년 4월 감사원 감사 결과보고서를 보면, 충남지역 석탄화력발전소의 수도권 대기오염 기여율은 미세먼지(PM10)가 3~21%, PM2.5가 4~28%에 이른다. 충남지역 석탄화력발전소가 수도권 미세먼지에 최대 28%까지 기여한다는 얘기다.3) 그러나 충남은 수도권에 미세먼지만 공급하는 것은 아니다. 필요한 전기의 50분의 1도 생산 못하는, 전력자급률이 고작 1.78%인 서울 등 수도권에 전기를 공급하는 것도 충남이다(표 1). 
      
표 1. 2014 행정구역별 전력자급률

 

발전량

사용량

자급률

서울

799,391

45,018,862

1.78

부산

37,424,885

19,980,898

187.30

대구

513,395

14,858,786

3.46

인천

73,425,270

22,578,048

325.21

광주

399,737

8,197,276

4.88

대전

151,727

9,102,524

1.67

울산

9,961,740

30,115,124

33.08

경기

28,777,547

102,180,707

28.16

강원

10,011,236

15,778,145

63.45

충북

808,047

22,179,261

3.64

충남

122,694,924

47,294,961

259.42

전북

7,618,852

22,297,413

34.17

전남

77,493,308

31,722,944

244.28

경북

73,125,603

46,016,364

158.91

경남

75,684,560

33,435,157

226.36

제주

3,080,679

4,220,090

73.00

세종

- 

2,437,032

* 전력자급률=전력사용량/발전량*100
* 국가통계 포털, 행정구역별 용도별 판매전력량, 전력통계정보시스템, 지역별 발전량 자료 재구성
      
충남의 석탄화력발전이 수도권 미세먼지의 주요 공급원이 된 이유가 수도권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서인데, 이 과정에서 충남과 당진 등 석탄화력발전소 인근 지역이 겪어야 하는 미세먼지 피해는 심각하다. 석탄화력발전이 본격적으로 늘어난 2007년 이후 석탄화력발전이 밀집해 있는 충남, 전남, 경남, 강원 등에서는 총부유분진과 미세먼지가 크게 늘었다(그림 2). 2016년 국립환경과학원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항공조사를 통해 충남 상공에는 서울보다 최대 2배 이상 많은 미세먼지가 떠있다고 확인했다.1) 석탄화력발전 지역의 환경피해는 수도권이 체감하는 환경피해와 견줄 수 없는 지경이다.

그림 2. 지역별 연도별 미세먼지(PM10) 배출량(단위: 톤)
 
미2-1.jpg
* 국립환경과학원 국가대기오염물질배출량서비스 자료 재구성

기후변화 대책의 시작은 석탄화력발전의 중단으로부터

석탄화력으로 인한 피해가 해당지역, 우리나라만의 문제도 아니다. 파리기후협정에 따라 온실가스를 줄여나가야 하는 우리나라에서 당장 싸다고 석탄화력발전을 확대하겠다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석탄은 전 세계에서 화석연료 연소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44%를 차지하는 가장 큰 단일 배출원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 석탄발전이 늘기 시작한 2007년부터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의 배출도 같이 늘고 특히 석탄화력발전이 밀집한 충남지역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크게 늘기 시작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4)(그림 3)

그림 3. 지역별, 연도별 이산화탄소 배출량(단위: 톤)
      
미3-1.jpg
* 장영기 수원대 환경공학과 교수 자료 재구성

전세계가 기후변화 대책으로 석탄발전을 줄여가는 가운데 우리나라만 석탄발전을 늘리면서 세계적인 추세에 역행하고 있다. 결국 2016년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일인당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율이 가장 높은 나라로 우리나라를 지목했다. 파리협정에서 탈퇴하면서 미국이 국내외의 비난에 직면하고 국가의 위상이 추락한 것처럼 우리나라도 경제규모나 탄소배출 규모에 걸맞은 책임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국제적 망신과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 

우선 노후 석탄발전 중단을 시작으로 신규 석탄발전 계획의 철회를 포함해 석탄발전을 축소해 나가겠다는 정부 계획에 일각에서는 지역과 국가경제에 큰 손실을 끼치고 전기요금이 인상될 것이라는 걱정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석탄화력발전으로 지역주민이 겪고 있는 환경과 건강피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 수도권지역의 대기오염대책에 필요한 환경비용, 기후변화 대책 비용과 같은 국가적 손실에 더해 공기청정기 구입과 같이 환경오염을 개인적으로 회피하기 위해 드는 비용을 더하면 하루라도 빨리 석탄발전을 멈춰야 할 경제적 이유가 넘친다.

512 (2).jpg
      
6월 1일 노후 석탄화력발전을 중단한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노후 석탄화력발전 중단이 미세먼지 저감에 효과가 없었다는 섣부른 진단이 나온다. 이러한 진단의 진위는 차치하고라도 적어도 노후화력발전의 중단이 해당 지역주민에게 가하던 살인적인 환경피해를 멈추게 했다는  사실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전국적인 혹은 수도권의 미세먼지 오염을 줄이기 위해서만 노후 화력발전의 중단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더 시급하고 더 마땅한 건 지역이 감당해내야 하는 살인적인 환경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노후 화력발전이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노후 석탄화력발전 중단이라는 이번 대통령 업무지시의 가장 큰 의의는 개발의 이익에는 동떨어져 있으면서도 개발로 인한 피해를 가장 먼저 가장 심각하게 견뎌야 하는 석탄발전지역이 감내해온 부정의를 바로잡는다는 데 있다.
  
이수경/ 환경과 공해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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