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풍력, 왜 제주에선 되고 다른 지역에선 안 됐나

육근형 2017. 0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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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부산서 어민·지역민 반대로 주춤, 제주선 상업발전 돌입

바다 공공성 인정, 영향권 주민에 의사결정과 이익배분 참여 보장


w3-1.jpg » 제주시 한경면 해상에 설치된 국내 첫 해상풍력발전기가 2016년 9월29일부터 전기 생산에 들어갔다. 허호준 기자

  

탈원전과 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 증가


지난주 고리원전 1호기가 가동을 멈췄다. 1997년 완공되어 발전을 시작한 이후 40년 만에 수명을 다하고 멈춘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9일 고리원전 1호기의 공식 퇴역행사에 참석해 ‘탈핵’과 ‘탈원전’의 정책 의지를 밝혔다. 이미 대선과정에서 원자력이나 대형화력보다는 재생에너지 분야를 육성하겠다고 약속했던 터였다. 공약을 통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겠다고 하며 재생에너지 중 특히 해상풍력발전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겠다고도 했다. 


원전과 관련이 있는 산업계와 학계에서는 여전히 원전을 포기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방사능 폐기물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크지만 이는 기술을 통해 관리할 수 있고, 원전이 가진 장점과 가치를 종합적으로 비교하면 탈원전은 우리에게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잊을만하면 전해지는 여러 건의 원전 가동중지 소식을 기억하고 있다. 사고의 원인도 엇비슷했다. 대부분 냉각수와 관련한 배관에 작은 문제가 생겼을 뿐이고 방사능 누출의 염려는 없다고 한다. 공식적인 보도는 늘 이랬다. 


w0-1.JPG » 문재인 대통령이 6월 19일 고리원전 1호기 영구 정지 선포식에 참석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서울신문


가동중지까지 온 여러 사건이 어찌 그렇게 다들 경미한 문제에서 시작되었고, 또 그 작은 문제인데도 원전 전체의 작동을 중지했다는 보도를 들으면서도 의문은 늘어만 갔다. 결국 방사능 누출의 염려가 없다는 여러 건의 누출사고는 만성화되었고, 해소되지 않은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의문은 결국 새 정부가 탈원전을 주창하고 나서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나 싶다.


안전성에 문제가 있을지 모른다는 원전보다는 친환경적이라고 하는 재생에너지를 육성하겠다는 새 정부의 정책에 국민은 더 많은 지지를 보낼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재생에너지는 바람과 햇빛이 근원이기 때문에 당연히 원전보다 친환경적인 에너지원이고, 결국 우리가 미래에 선택할 수밖에 없는 에너지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여의치 않은 해상풍력 조성사업


새 정부가 재생에너지에 대한 의지를 보이지만 그 동안 풍력발전, 특히 해상 풍력발전은 앞선 정부에서도 정책 의지가 있었다. 이미 2010년에도 당시 지식경제부 최경환 장관이 ‘해상풍력 추진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부안・영광 등 서남해안 해상에 총 2500㎿(㎿는 메가와트, 100만 와트) 규모의 해상풍력단지를 조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해상풍력은 터빈의 제작이나 해양플랜트 설비, 전력망에 대한 운영능력이 있어도 제작, 설치, 운영경험을 의미하는 ‘트랙 레코드(track record)’가 없으면 해외에 해상풍력 설비를 수출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얻기 위해서도 반드시 서남해안 풍력단지 건설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w4.JPG » 2014년 7월 발표된 한전의 서남해 해상풍력단지 조감도.


그러나 정부의 계획처럼 해상풍력이 국내에 제대로 정착했다고 보기 어렵다. 처음 제안되었던 서남해안 해상 풍력 실증단지는 그동안 고창과 부안지역 어민들이 지구 지정을 반대하면서 사업이 난항을 겪었다. 최근에는 새만금개발청에서 새만금 방조제 안에 해상풍력 발전기를 설치하려는 사업을 추진 중이지만, 전북도와 군산시에서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사업이 쉽사리 추진될지 의문이다.


 또한 부산 기장군 연안이나 울산 북구 강동 앞바다에서도 해상 풍력발전사업이 계획되었으나, 지역 어민의 반발과 관광자원인 해안 경관을 해친다는 우려 때문에 쉽게 삽을 뜨지 못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제주 탐라 해상풍력, 상업발전에 돌입


이런 상황에서 제주는 다른 지역과 달리 해상풍력 발전기의 상업발전이 시작됐다. 탐라 해상풍력 발전단지는 제주도 서해안인 한경면 해상에 10기의 풍력터빈을 설치해 지난해 9월 말부터 본격적인 전기생산을 시작했다. 탐라 해상풍력은 약 30㎿ 규모로, 여기서 생산된 8만5000㎿h의 전기는 제주도 내 약 2만4000여 가구에 사용 가능한 수준이다. 풍력발전기 단 1기로 약 2400여 가정에 필요한 전기를 공급하는 꼴이다. 


w1.jpg » 탐라 해상풍력 전경. 육근형


제주의 해상풍력은 이 밖에도 여러 곳에서 추진 중이다. 시범지구 지정이 완료된 한림 해상풍력(시설 용량 100㎿)을 비롯해 도의회에 지구 지정 동의가 올라가 있는 대정 해상풍력(100㎿)이 있다. 또한 월정・행원(125㎿), 한동・평대(105㎿), 표선(135㎿) 등 총 600㎿에 달하는 해상풍력이 조만간 가시화될 전망이다. 


앞서 탐라 해상풍력의 약 20배 이상 규모의 해상풍력이 이루어지게 되고, 이는 곧 24만 가구에 전기를 공급하게 되기 때문에 제주도 내 26만 가구 대부분에 풍력으로 만든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수준에 다다른다. 이 밖에도 산업용이나 전기자동차 보급 확대에 따라 전기 수요는 늘어날 수 있어 단순히 풍력으로 만든 전기로 제주도 내 모든 전기 수요를 맞추기는 어렵겠지만 해상풍력이 상당한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음은 분명하다. 


제주도는 2030년까지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섬으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이 계획은 삼다도인 제주의 풍부한 풍력을 이용해 육상에 350㎿, 해상에 2000㎿ 규모의 대단위 풍력단지를 개발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해상풍력의 경우 2019년까지 1000㎿의 풍력시설을 설치하고, 2030년까지 2000㎿까지 늘려 도내 전력 수요 전부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열거된 해상풍력 단지 600㎿의 약 3배 이상의 풍력단지가 해상에 설치되는 셈이다. 


w2.jpg » 제주풍력발전 개발 계획도.

  

제주의 해상풍력 단지가 탐라 해상풍력 한 곳에서 상업용 발전을 시작하기 시작했고 아직 다른 지역에서 지구 지정이 완료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앞서 국내 최초로 계획된 서남해안 해상풍력이나 다른 지역의 여론과는 다르다. 대부분의 풍력사업이 지역 어민이나 지자체의 반대로 오랫동안 지지부진한 상태였고, 최근 제안된 새만금이나 울산, 부산에 제안된 해상풍력에 대해서도 반대 목소리가 높은 것이 현실이다. 


제주에서는 어떻게 해상풍력으로 상업용 발전까지 할 수 있게 되었을까? 제주에서는 어민이나 지역민의 반대가 없었던 것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지역민, 특히 어민들로부터 특별한 반대를 확인하기 어려웠다. 현재 도의회에 풍력단지 지정 동의서가 올라간 대정 해상풍력 단지와 관련된 어민을 대표해 만난 모슬포의 한 선주 얘기를 들으면, 일부 조업구역의 축소가 예상되기는 하지만 선주들의 경우 회의를 통해 찬성으로 의견을 정리했다고 한다. 풍력단지 지정계획이 도의회에 올라간 지 상당 기간 지났지만, 그 사이 어민이나 지역민의 이해를 구했고 지금은 어느 정도 찬반 의견이 정리되었다는 것이다. 대정 해상풍력이 들어서는 마을 앞 주민들의 의견도 비슷한 상황이다. 

   

지역민의 의견을 도의회를 통해 수렴


제주 해상풍력은 ‘탄소 없는 섬 제주’(Carbon Free Island Jeju) 계획에 따라 2013년부터 본격화되었지만, 해상풍력을 추진하려는 제주도의 노력은 그 이전부터 있었다.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에 따라 풍력 발전사업에 관한 권한은 도지사의 권한으로 특례 처리되어 있다. 따라서 제주의 풍력단지 지정에 관한 권한은 제주도지사에게 있다.


제주도의회에서는 2011년 10월 제주특별자치도 풍력발전사업 허가 및 지구 지정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여 발전사업의 허가・인가 등을 심의하기 위해 도지사 소속으로 제주특별자치도 풍력발전사업 심의위원회를 두고, 도지사가 풍력발전지구를 지정하려는 경우에는 미리 제주특별자치도의회의 동의를 얻도록 하고 있다. 제주라는 특수한 지역적 상황에 따른 절차이기는 하지만, 풍력발전지구 지정에 대해 사전에 도의회의 동의 절차를 구하도록 한 점은 지역민의 의견을 도의회를 통해 수렴하겠다는 의지를 정책으로 구현한 것이기도 하다. 


이처럼 제주도의회는 풍력발전지구의 지정동의에서 시작하여 기금의 조성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지역민의 의견을 담아내고 지원할 수 있는 구조를 확보했다. 대정 해상풍력발전지구에 대한 지정동의가 2016년 4월 11일에 도의회에 회부되었는데, 1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가결을 미루고 있다. 이 과정에서 대정 양식협의회로부터 청원이 접수되어 있고, 관련 지역사회에서 개별적인 의견수렴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의견수렴을 빠짐없이, 충분히 하면서 제대로 된 정보에 접근하고 의견을 모으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의회는 그 시간을 벌고 있는 셈이다.

  

풍력자원의 공공적 관리


또한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에는 앞서 전기사업에 대한 특례와 더불어 ‘풍력자원의 공공적 관리’를 명시했다. 법 제304조에 따라 제주 “도지사는 제주 자치도의 풍력자원을 공공의 자원으로 관리하여야 한다”고 못 박고 있다. 제주 특별자치조례에서도 이를 받아 ‘개발이익 공유화 계획’을 풍력사업자가 제주도지사에게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개발이익 공유화 계획이란 풍력발전 사업자 또는 사업시행 예정자가 공공 자원인 바람을 이용한 개발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기 위하여 제주특별자치도지사에게 제출하는 계획을 말한다. 공유화 계획은 풍력발전사업의 지정 필수 요건이기도 하며, 허가 기간 연장에서 기간연장의 판단근거로 활용되기도 한다. 

  

지역 기여 상생노력


또한 ‘지역 기여 상생노력’을 별도의 조문(제17조의 2)으로 구성하여 지역민의 채용을 일정 비율 이상이 되도록 하거나, 지역기업에서 생산한 자재를 먼저 매입하도록 하며, 공익사업 참여를 통해 지역사회 이익환원, 지역기업과 컨소시엄 구성 등을 명문화하고 있다. 또한 발전사업에 지역주민이 발전사업자와 협력 또는 별도 법인을 설립하여 발전사업에도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도에서 노력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비록 노력하여야 한다는 권고 내지 권장 사항을 담은 조문이지만 조례 곳곳에서 지역과 함께 풍력자원을 이용하고 그 혜택을 이용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더욱 의미 있는 대목은 2016년 8월에 제정한 제주특별자치도 풍력자원 공유화 기금 조례이다. 지방자치단체 기금관리 기본법에 따라 제주도에서 제정한 이 조례는 풍력자원에 따른 개발이익을 지역 에너지 자립과 에너지 복지 사업 활성화 등에 기여하기 위한 ‘풍력자원 공유화 기금’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기금의 재원에는 제주도의 일반회계 출연금을 비롯해 풍력발전사의 개발이익 공유화 계획에 따른 기부금, 제주도 소유 재생에너지 시설의 전력판매 수익금, 제주에너지공사의 이익배당금 등이 해당한다. 


단순히 판매 수익금을 지역에 환원시키기 위해서 기부금이나 수익금 일부를 기금으로 조성한다는 의미 이상이다. 조례의 명칭과 목적에서 보듯 풍력자원은 공공자원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따라서 여기서 얻은 수익금은 공공이 소유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한 것으로, 단순히 이익의 얼마를 나누자는 의미 이상을 담고 있다. 


공유수면인 바다에 시설을 설치해 발전하고 경제적 이익을 취하는 해상풍력발전에서 바다를 공공의 자원으로 바라보느냐, 아니면 사업자가 그 이익을 독점할 수 있는 대상으로 보느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영향을 받는 지역이 의사결정과 이익의 배분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법이나 제도로 보장받느냐 여부 역시 매우 중요하다. 이는 학술적으로 ‘정책 수용성’의 개념과 연관된다. 정책 수용성을 높이는 데 경제적 보상이 긍정적 요인이 될 수 있지만, 경제적 보상 역시 불평등하거나 비밀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판단되면 정책 수용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제주도에서 처음 1개 풍력단지에서 상업운전이 시작되었을 뿐이고 아직 여러 곳의 지구 지정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 제주에서도 지구 지정이 안 될 수 있다. 그러나 육지의 다른 곳과 달리 제주는 지구 지정을 할 때 의회의 동의라는 추가적인 절차를 두어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지역민의 의견을 수렴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점, 그리고 바다 위에 부는 바람은 단지 풍력사업자의 소유가 아니라 공공의 자원으로 공유하도록 제도적으로 구현했다는 점은 지구 지정에 어려움을 겪는 다른 지역에서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04772503_P_0.JPG »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 목지곶 해안 인근 가두리에서 방사된 제돌이가 다려도인근(김녕항에서 서북방 약 2.5킬로미터 해역)에서 자유롭게 헤엄치고 있다. 멀리 김녕항 일대에 설치된 풍력발전 단지가 보인다. 제주/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생태계 고려는 숙제


아직 풍력단지 지정에 바다의 환경이나, 풍력발전으로 영향을 받는 해양생물에 대한 고려가 충분한 것은 아니다. 지구 지정에 대해 전략환경영향평가도 이루어지지 않을뿐더러, 풍력개발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에서도 해양환경 영향은 검토항목이나 공간 범위에서 고쳐나갈 부분이 많다. 해상풍력에 대한 인식이 지역민 자신이 받아들일 수 있는 문제에서 나아가, 바다환경과 주요 생물에게도 받아들일 수 있는 문제인지로 확대되는 과정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다만 그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으면 한다. 지금도 대정 해상풍력 예정지에는 불과 100여 마리에 불과한 남방큰돌고래들이 헤엄치고 있기 때문이다. 


육근형/환경과 공해연구회 운영위원,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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