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조라떼’와 '미세먼지’로 그려질 우리 삶의 길

조성화 2017. 07. 28
조회수 2990 추천수 0
영화로 환경 읽기 22. <리버로드>
급속한 도시화로 달라진 유목민의 삶을 그린 영화 <리버로드>
우리가 가는 길은 재난영화나 공상화학 영화에 더 가까울 듯

리1.jpg » 영화 <리버로드>는 위구르족 형제가 아버지를 찾아 도시에서 유목지대로 찾아가는 길을 그렸다.

우리는 문명을 길에 비유하곤 한다

우리는 한 사람의 인생이나 문명의 역사를 길에 비유하곤 한다. 그래서 사람이 살아가면서 힘든 경험을 하게 되면 ‘고생 길’이 시작됐다고 하고, 어떤 문명이 점차 힘을 잃어 가면 문명이 ‘쇠락의 길’에 접어들었다고 말한다.

왜 우리는 사람의 인생이나 문명의 역사를 길에 비유하는 것일까? 길은 실제 우리 인생이나 문명과 비슷한 면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이 다른 사람들과 인연을 맺고 한 문명이 다른 문명과 교류하는 것처럼 길은 수많은 다른 길과 연결된다. 

또 길은 시작과 끝이 있고 방향성을 가진다. 편하고 빠른 길이 있는가 하면 험난하고 돌아가는 길도 있다. 길을 잘못 들어서면 시간을 낭비하기도 하고, 길 위를 여행하면서 다양한 사람과 풍경을 만나기도 한다. 무엇보다 길은 새롭게 만들어지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한다. 

이런 길의 특성은 한 사람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겪는 다양한 경험과 비슷하며, 문명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결국 길은 하나의 물리적 공간이면서도 그 안에 다양한 비유적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지금까지 소설이나 영화에서 ‘길’이 중요한 소재로 종종 등장했다. ‘영화로 환경읽기’ 칼럼에서도 이미 다뤘던 영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나 <더 로드> 모두 길을 중요한 소재로 한 소설과 영화들이다. 이 두 영화에서의 ‘길’은 고난과 어려움을 상징했고, 그 길 위에서 발생하는 사건이 영화의 중요한 줄거리였다. 

02-1.매드맥스.jpg

02-2.영화 더 로드.jpg » 길을 주제로 한 영화 <매드맥스>(위)와 <더 로드>의 한 장면.

급격한 산업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륙의 길

영화 <리버로드>도 길을 배경으로 한다. <리버로드>는 도시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환경과 사회, 문화적으로 큰 변화를 겪고 있는 중국의 현재, 그리고 그 속에서 변화를 온몸으로 겪어내는 한 가족의 삶을 조명한다. 앞서 길이 한 문명이나 사람의 삶을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는데, <리버로드>에서의 길은 문명과 사람 모두를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10_45_17__58a2612da16bb[S750,750].jpg » 문명과 개인의 삶의 변화를 동시에 표현한 영화 리버로드 포스터.

주인공은 열 살 남짓한 꼬마 형제다. 이들은 오래전부터 유목 생활을 했던 소수 민족, 위구르족이다. 형제는 할아버지와 함께 도시에 산다. 아버지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멀리 떨어진 초원에서 유목 생활을 하고 있고, 어머니는 오래전 세상을 떠났다. 형제가 태어났을 당시만 해도 아버지와 어머니는 마을 가까이에서 유목을 하며 가족이 함께 지낼 수 있었지만, 인근에 거대한 도시가 생기면서 가족은 함께 살 수 없게 되었다. 

도시가 점점 커지자 도시 주변의 땅과 강이 점차 메말라 갔고, 이 때문에 목초지가 사라져서 더는 유목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때부터 두 형제는 부모와 함께 살지 못하고 할아버지와 함께 살게 되었다. 화려한 도시가 생겨났지만 그 때문에 도시 주변 환경이 사막으로 변했고, 자연에 순응하는 삶의 방식을 가진 인간의 삶도 붕괴한 것이다. 이러한 삶의 붕괴는 불과 몇 년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리2.jpg » 도시화로 가족들이 함께 살지 못하게 되었다.

형제를 돌보던 할아버지가 갑자기 죽게 되자, 둘은 할아버지의 장례 후 연락이 닿지 않는 아버지를 찾기 위해 길을 떠나기로 한다.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의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잡이는 과거 할아버지와 함께 아버지를 찾아갔던 형제의 기억이다. 기억을 더듬어 아버지를 찾아가는 길에서 두 형제는 과거와는 너무 달라진 풍경에 당황하게 된다. 불과 몇 년 전 풍부한 물이 흐르던 강은 메말라 버렸고, 푸른 초지였던 곳은 모래바람이 날리는 사막으로 변해 있었다. 

이러한 급속한 환경의 변화는 형제의 기억을 방해하고, 이 때문에 아버지를 찾는 과정에서 훨씬 더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두 형제는 과거 아버지가 유목 생활을 하던 장소를 찾아가지만, 이미 그곳도 사막으로 변해버려 아버지를 만나지 못한다. 

리3.jpg » 아버지를 찾아가는 길은 이미 사막으로 변해있다.

영화의 말미에서 두 형제는 우여곡절 끝에 아버지를 찾게 되지만, 아버지의 삶은 형제의 예상과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이 마지막 장면이 영화의 반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아버지의 삶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리버로드>를 보길 권한다. 

사실 도시화로 인해 주변 환경이 급속도로 변화하거나 개인의 삶이 영향을 받는 모습은 우리에게 익숙하다. 우리나라도 도시화, 산업화 과정에서 전통적 방식의 문화를 대부분 잃었고, 이 과정에서 지역마다 존재했던 독특한 삶의 방식들도 함께 사라졌기 때문이다. 

06.아버지와의 만남.jpg » 결국 아버지를 찾지만, 아버지는 이미 아이들이 생각했던 삶을 살고 있지 않다.

우리는 어떨 길을 가고 있는가?

만약 지금 우리가 사는 모습을, 그리고 우리나라의 문명을 누군가가 ‘길’에 빗대어 영화로 만든다면 어떤 영화가 만들어질까? ‘녹조라떼’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문제가 되는 4대강의 상황을 주제로 <그린 리버 로드>라는 영화가 만들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1급 발암물질인 미세먼지로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그 배출원을 차단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 모습을 표현하는 <마이크로 에어 로드>라는 영화가 만들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누가 영화를 만들더라도 지금 우리가 가고 있는 길을 영화화한다면, 블록버스터급 재난영화가 되거나 암울한 미래를 그린 공상과학 영화가 될 가능성이 크다(영화 <패신져스> 칼럼 도입부에서도 이미 언급한 바 있다).

07-1.녹조라떼.jpg » 낙동강의 '녹조라떼'.

<리버로드>를 보면서 도시화가 일으킨 사막화와 이로 인한 한 가정의 몰락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면, 우리의 삶을 모티브로 한 영화를 본 누군가는 스스로 물과 공기를 오염시킨 문명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알게 될지도 모른다. 

다행인 것은 아직 우리의 길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리가 가는 길의 끝에 무엇이 있을지, 이 길을 계속 갈 것인지 아니면 다른 길로 방향을 바꿀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온전히 우리의 몫이다.

지금 우리는 스스로 다음과 같이 물어야 할 시점이다. “우리는 지금 어떤 길을 가고 있는 걸까? 또 우리는 어떤 길을 가고 싶은 것일까?”

조성화(환경과교육연구소 대표, 수원시 기후변화체험교육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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