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 줄면서 천연 에어컨, 저수지, 피난처 잃었다

이은주 2017. 09. 11
조회수 4513 추천수 1
지난 10년 새 16% 감소…밭 전용, 택지 개발, 공공용지로
춘천댐 24배 저수, 소양댐 8배 지하수, 가뭄 때 생명 피난처

03160265_P_0.JPG » 논에 물을 대기 위해 조성해 물이 마르지 않는 둠벙은 습지 생물의 마지막 피난처이다. 충남 홍성군의 한 둠벙에서 생물다양성을 조사하는 모습. 조홍섭 기자

밥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매일 먹는 주식이다. 밥은 쌀에 물을 부어서 조리해 먹기 좋게 만든 것이다. 그 쌀을 생산하기 위해 벼를 재배하는 곳이 논이다. 벼농사는 단순하게 쌀을 생산하는 농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환경과 생물다양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논이 가지는 다양한 부가 가치는 무엇일까?

동아시아 중심에 자리 잡은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하고 6월부터 8월까지 장마전선이 형성되어 일 년 강우량의 60%가 넘는 비가 이때 내린다. 이러한 이후에 잘 맞는 농작물이 바로 벼이다. 벼는 원래 아열대 및 열대지역이 원산지이므로 따뜻한 곳을 좋아한다. 우리 선조는 이런 벼를 온대기후에 잘 맞게 순화시키고 선발해서 우리 주식 농작물로 정착시켰다. 구한 말에는 우리 선조들을 따라 만주지역으로, 또다시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까지 벼농사가 전파되었다. 

05051571_P_0_김경무.JPG » 더운 곳이 원산인 벼를 우리 조상이 온대기후에 맞게 선발해 주식 농작물로 정착했다. 김경무 기자

벼농사란 우기에 강우량이 집중돼 홍수피해가 심하고, 고온다습해서 수변 잡초가 잘 자라는 몬순지대에서 진화·발달한 농업이다. 이 때문에 유럽과 달리 아시아지역은 밀 대신 벼농사를 짓게 되었다. 지금도 전 세계 쌀 생산량의 90%가 이 지역에서 나오며 대부분 국가에서 주식으로 먹고 있다. 미국과 호주는 수출하기 위해 상업적으로 많이 재배하고 있으며, 쌀 생산 방식 역시 생태적으로 차이가 있다. 즉 우기 때 몬순 비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겨울비나 눈 녹은 물을 인공적으로 저수해 이용하고 있다. 이런 벼농사 방식은 인위적인 물 대기, 기계화 농법 및 화학물질 투입에 의존하는 반환경적인 농법이다. 

볍씨를 뿌리고 수확하기까지 약 6개월이 걸리지만 이 기간에 벼는 기후에 잘 적응하면서 우리의 주식을 제공해 주고 동시에 기상재해를 방지하고 다양한 생물의 서식지 구실을 한다. 만약 벼농사를 짓지 않는다면 장마철에 쏟아지는 그 많은 빗물은 어디로 가며, 무엇으로 홍수를 조절할 것인가? 장마 때 전국 논에 가둘 수 있는 물의 양은 춘천댐 저수량의 24배(36억t)이며, 논에서 지하수로 스며드는 물의 양은 전 국민이 사용하는 수돗물양의 2.76배(소양댐 저수량 8.3배)가 된다고 한다. 벼농사는 수질정화 기능도 있다. 논에 가두어 놓은 빗물의 45%는 지하로 침투해서 우리가 필요로하는 정수된 맑고 깨끗한 지하수 물이 된다. 생활하수가 논에 들어오면 질소는 52∼66%, 인산은 27∼65% 제거된다고 한다. 논만으로 전체 생활하수의 36%를 정화할 수 있다. 

00934967_P_0.JPG » 태풍 때 물에 잠긴 전남 나주평야의 모습. 논은 다량의 빗물을 머금어 홍수를 완화해 주는 기능을 한다. <연합뉴스>

더불어, 논은 여름철 냉각 기능이 있다. 자연 에어컨 기능이다. 논에 있는 물이 증발할 때마다 주위의 열을 빼앗는데 이러한 증발 잠열에 의해 우리나라 논에서 하루에 조절되는 열량은 원유 543만㎘에 해당하는 열량을 빼앗아 가기 때문에 여름에 시원해진다. 호수에 둘러싸인 마을을 생각해 보라. 이러한 호수 구실을 우리 주변에서는 여름철 물에 잠긴 논이 대신한다. 또한 벼는 광합성 작용을 통해 대기로부터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우리가 호흡할 때 필요한 산소를 방출하는데, 그 효과가 다른 작물에 비해 높다. 

논은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자연 습지의 기능을 보완해 준다. 논은 주변 야산과 하천을 연결해 주는 완충지 역할을 하며, 자연스럽게 습지 생물을 키우는 습지생태계 기능을 한다. 특히 농사용 작은 연못인 둠벙은 생물의 좋은 서식지이다. 서부 민통선 안에 있는 둠벙은 관개시설 기능이 잘 유지되고 있으며, 다른 논 습지에 비해 생물다양성이 높았다. 서부 민통선 안 46개의 둠벙에서 발견된 수서곤충은 총 137종이고, 둠벙 당 평균 19종이 발견되었다. 

04726582_P_0.JPG » 전남 강진군이 2010년 새로 조성한 둠벙. 둥범의 생태적 가치가 알려진 결과이다. 전남도청.

올해처럼 봄 가뭄이 심한 해에는 수심이 깊어 물이 완전히 마르지 않는 둠벙이 다양한 습지 생물의 좋은 피난처 노릇을 하였다. 또한 둠벙 주변에 다양한 습지식물이 있는 경우 생물다양성이 높았다. 다른 연구자의 결과에서는 둠벙이 있는 논이 없는 논에 비해서 서식종이 35∼47% 더 높았다. 따라서 둠벙은 논과 달리 일 년 내내 물이 존재하기 때문에 생물다양성이 높은 것으로 생각된다. 

최근 논 면적은 빠르게 감소하고 있으며 둠벙 또한 관계시설 확충으로 감소하고 있다. 농경지 면적은 전체 국토 중 16.4%이며 이중 논 면적이 9%이다. 즉 국토 면적의 10분의 1이 논이다. 통계청에 의하면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0년 동안 논 면적은 16.4% 감소했다. 한편 밭 면적은 지난 10년 동안 거의 감소하지 않았다. 이는 기존의 논을 개간하여 밭으로 전환한 것도 한 요인이다. 논 면적의 감소 이유는 밭으로의 전환, 대규모 택지개발, 공공시설 조성 순이다. 통계청은 “경기에서 논 면적이 2500㏊ 줄어 전체 시·도 중 가장 많이 감소했다”며 “수도권인 경기 지역이 도시화하면서 논에 공공시설을 중심으로 한 건축물이 많이 들어섰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05823513_P_0.JPG » 논은 오랫동안 이 땅의 사람들을 먹여살렸다. 그러나 식량 이외의 다양한 환경 기능을 한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지리산의 다락논. 이병학 기자

논농사는 단순한 경제적인 이유로 포기할 수 없는 다양한 환경적 가치를 가지며, 농사용 작은 연못인 둠벙은 요즘처럼 가뭄이 심할 때는 다양한 습지 생물의 마지막 피난처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유지·관리 방안이 필요하다. 

이은주/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환경과 공해연구회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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