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세대 빼고 50~60대가 결정한 원전 공론화

윤순진 2017. 12. 29
조회수 2464 추천수 1
2082년까지 가동, 핵폐기물은 10만년 관리해야
숙의 결정 의미 있지만 중립성 보장 등 보완점도

KakaoTalk_20171224_120937755-s.jpg »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과 재개를 둘러싼 공론화에 참여해 분임토론을 하는 참가자들. 숙의를 통해 갈등을 해결하는 새로운 계기가 됐지만 문제점도 드러냈다.

우리 사회는 7월 24일부터 10월 24일까지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과 재개를 둘러싸고 공론화 과정을 거쳤고, 정부는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 권고안을 받아들여 건설 재개 방침을 결정하였다. 3개월간 진행된 공론화 과정은 에너지정책의 역사를 새로 쓴, 민주주의의 새로운 실험이었다. 이제껏 소수의 전문가와 기술 관료들에게 맡겨져 닫혀 있었던 원전정책 결정과정에 일반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창이 열린 것이다.

시민참여단의 참여 열기는 상당히 높았다. 참여단 500명 중 오리엔테이션에 478명이 참가해서 97.4%의 참석률을 기록했고, 2박3일간 열렸던 종합토론회에는 471명이 참석해서 애초 500명 중 94.2%, 오리엔테이션 참가자들 중 98.5%라는 전반적으로 높은 참석률을 보였다. 그만큼 시민참여단의 사명의식과 참여의지가 상당히 높았음을 보여준다. 

KakaoTalk_20171224_120629784-s.jpg » 2박3일 동안의 종합토론회가 열린 회의장 내부 모습.

물론 이 공론화 과정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가 없는 건 아니다. 결이 다른 입장이 여럿 있지만 공론화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었다는 주장을 내세우는 비판적인 입장은 크게 둘이다. 하나는 신고리 5·6호기는 이미 1조 6000억 원이나 투입되었고 중단될 경우 관련 기업이 받는 타격이 크고 작업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며 건설 중인 원자로의 건설 여부를 공론화를 통해 결정하는 건 상식적으로 옳지 않다는 입장이다. 다른 입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을 공약으로 내걸었기 때문에 공약을 지켜야 할 일이지 이걸 공론화에 부치는 것은 약속위반이자 정치적인 책임 방기란 입장이다. 

하지만 이런 상반된 입장들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었기에, 필자 생각엔 오히려 공론화에 부치는 것이 적절했다고 생각한다. 매몰비용과 당장의 작업자 일터와 지역 경제를 우려해서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은 사업을 그대로 밀어부치거나, 공약이라고 무조건 건설 중단을 강행하거나, 어떤 형태로든 사회적 합의를 거치지 않고 추진했다면 사회적으로 감당해야 할 불만과 갈등이 상당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과정과 결과에는 다양한 쟁점과 문제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05828747_P_0.JPG » 공론화 시민참여단이 9월 16일 오후 충남 천안시 동남구 교보생명 계성원에서 열린 신고리5·6호기 공론화 시민대표참여단 오리엔테이션에서 김지형 위원장의 환영사를 듣고 있다. 천안/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필자는 이 역사적인 사건, 역사적인 과정에 중단측 전문가로 참여했기에 참여자로서 이 사건의 역사적 의의 못지않게 다양한 문제점을 경험하거나 목격할 수 있었다. 대표적인 문제로는 공론화의 진행이 정당한 사회적 합의 절차였는지, 공약 파기의 정치적 부담을 덜기 위한 책임 회피 방편으로 활용된 것인가의 문제이다. 필자는 앞서 공론화 방식의 의사결정이 공약 파기의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다양한 사회적 부담과 갈등을 고려할 때 어쩔 수 없는 정치적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적 책임 회피의 문제가 존재하지만 그야말로 현실적인 조처가 아니었을까? 

이런 시민 참여형 공론조사 방식에 대해 대의민주주의를 무시한 처사란 비판도 있었다. 엄연히 국민의 대표로 구성된 국회를 무시한 처사란 것이다. 이는 원전 기술과 같이 “사실이 불확실하고 가치가 논쟁에 휩싸이며 여파가 크며 판단이 시급한 상황”에 적용되는 “탈정상과학(post-normal science)”에 대해서는 과학적 판단의 주체가 기존의 과학전문가 공동체에서 “확장된 공동체”로 바뀌어야 한다는 푼토비츠와 라베츠(Funtowicz and Ravetz, 1993)의 논의가 제시하는 일련의 흐름을 무시하는 처사다. 

확장된 공동체에는 과학전문가 공동체와 이해관계자들은 물론 일반시민도 포함된다. 일반시민은 해당 과학기술의 연구개발에 쓰일 비용을 세금의 형태로 지불하는 당사자이자 그것이 야기할 수 있는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되고 피해를 회복하기 위해 지불해야 할 비용 지불의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의민주주의를 앞세워 일반시민의 과학기술 관련 정책에 대한 참여를 부정하거나 거부하는 것은 정당화되기 어려운 입장이다. 오히려 위험사회의 속성이 커질수록 대의민주주의를 보완하기 위해 더 많은 시민참여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05828778_P_0.JPG » 종합토론회에는 500명 중 471명이 참가하는 높은 참여 열기를 보였다. 천안/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둘째, 공론화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이 공론화위원회 스스로가 내걸었던 객관성과 중립성, 책임성, 투명성의 원칙에 부합하도록 운영이 되었는가의 문제이다. 공론화위원회는 객관성과 중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며 관련 자료를 대부분 홈페이지나 페이스북 계정에 공개하는 등 투명성과 나름의 책임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하지만 몇몇 사안에 대해서는 다툼의 소지가 있는 문제가 발생했다. 한수원과 정부출연연구기관 소속 인사가 공론화 과정에 전문가로 참여하는 문제에 대해 느슨하게 대응하여 결국 허용하기에 이르렀는데, 이는 건설 중단측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정부는 엄정 중립을 지켜야 함에도 정부가 운영하거나 정부가 투자한 연구기관이나 공기업 소속 인사가 건설 재개 입장을 표방하는 꼴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또한 종합토론회 참여 전문가들의 소속기관 표기에 대해서도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 원자핵공학과 교수나 정부출연연구기관 소속 전문가가 전력정책심의회라는 정부위원회 소속인사로, 한국원자력연구원 소속 연구원이 한국원자력학회 총무이사로 자신의 정체성을 표기하는 데 대해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도 변경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결국 이러한 소속 표기는 건설재개에 대한 강력한 이해관계를 가진 당사자를 객관적인 행위자로 보이게 만드는 효과를 낳을 수 있었다. 또한 종합토론회 제4세션의 건설 재개측 발표자로 직접적인 이해관계자인 한수원 사장이 신청되었으나 공론화위원회가 난색을 표해 발표 당일까지 발표자와 발표자료가 시민참여단에게 공개되지 않았다. 결국 발표자가 한수원 직원으로 대체되었는데 이러한 발표자 변경은 공정한 공론화 과정 운영이라는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었다. 건설중단측 발표자는 이미 공표되었고 발표자료까지 공개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건설재개측의 규정 위반에 대해 아무런 제재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 결국 엄정한 중립성과 공정성이 지켜졌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다.

KakaoTalk_20171224_120516951-s.jpg » 종합토론회 질의 응답 모습. 정부가 엄정 중립을 유지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셋째, 공론화 과정에서 사용된 학습자료는 과연 객관적으로, 또 공정한 게임의 원칙 아래 생산되었는가의 문제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원전확대가 정부의 주요 정책방향이었던 만큼 찬 원전 정보가 일방적으로 유통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공론화 과정에 대한 평가에서 이 부분에 대한 논의는 별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공론화 과정에서 시민참여단에게는 오리엔테이션 자료와 숙의 자료집, 이러닝 동영상 자료, 시민참여단 전용 질의응답(Q&A) 코너, 시민참여단 종합토론회 자료와 질의응답 기회를 통해 원자력발전 또는 구체적으로 신고리 5・6호기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와 자료가 제공되었다.

그렇다면 그 정보와 자료는 누가 어떤 과정을 통해 생산했을까? 건설 재개측은 원자핵공학 전공 교수나 연구원들, 한수원 직원으로 모두가 신고리 5・6호기 건설에 대한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들이자 그들의 생업과 자료 제작이 분리되지 않는 상태였다. 하지만 건설 중단측의 경우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들이라기보다 단계적 탈핵이나 원전 안전성 강화라는 공동의 가치를 공유한 가치공동체로 참여 전문가들의 생업과 공론화는 별개의 영역이었다. 따라서 건설 재개측은 건설 중단측에 비해 더 많은 시간과 인력, 재원을 투입해서 자료를 제작할 수 있었고 더 꼼꼼하게 시민참여단의 질문에 답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자료검증단의 구성과 운영에도 불구하고 자료에 포함된 부정확한 정보나 과장된 정보, 틀린 정보들은 제대로 바로 잡히지 않은 채로 시민참여단에게 전달되기도 하였다. 공론화는 관련 지식에 대한 이해가 기초가 되어서 이루어져야 하는 만큼 관련 자료를 누가 어떻게 생산하고 자료의 객관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 한 신중한 고려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또한 자료에서 다루고 있는 의제가 적절한가에 대한 문제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공론화 과정에서 무엇을 주요 쟁점으로 하여 공론조사를 진행할 건지, 또 시민참여단에게 제공될 자료를 제작할 것인지, 종합토론회에서 어떻게 세션을 구성할 것인지가 의견 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05825631_P_0.JPG »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10대 시민참여단이 9월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 사옥에서 '모의 공론조사' 에 참여해 원전 운영 중단과 관련해 자신들의 의견을 적은 종이를 들어보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넷째, 시민참여단은 진정 대표성 있게 잘 구성되었는지, 또한 연령별로 의견에 동등성을 부여하는 것이 적절한가의 문제이다. 전체 인구인 모집단에서 시민참여단 500명을 성별 연령별 입장별로 정확한 비율로 선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시민참여단의 종합토론회는 2박3일 동안의 참여를 필요로 하는 것이어서 직장을 가진 사람, 특히 주말에도 일해야 하는 사람들의 참여가 다소 어려울 수 있고 기회비용이 높은 시민일수록 참여가 어려울 수 있다. 결과적으로 주민등록 인구 비율과 시민참여단 종합토론회 참여단 비율에서 19세 이상 20대 집단이 가장 큰 차이를 보였다. 이들은 주민등록인구 상 17.5%를 차지하지만 최종 종합토론회 시민참여단에서는 14.4%밖에 되지 않았다. 또한 현재 인구 구조상 50대가 주민등록인구 상20.0%, 60대 이상이 24.5%를 차지하는데 각 연령대는 최종 종합토론회 시민참여단에서는 각각 22.1%와 23.6%를 차지하였다.

결국 4차 최종 조사에서 50대는 60.6%, 60대 이상은 77.5%의 건설 재개 찬성 의견을 보여 건설 재개 의견의 54.4%를 구성하였다. 총 471명 가운데 279명이 건설 재개에 찬성했는데 이 두 연령대에서 각각 63명과 86명이 건설 재개를 지지했기 때문이다. 다르게 말하자면 건설 재개측과 중단측 지지자 수가 87명의 차이를 보였는데 이 두 연령대의 차이가 가각 22명과 61명으로 대부분의 의견 차이가 이 두 집단의 차이에 의해 결정되었음을 알 수 있다.

다섯째, 공론화는 숙의적인 의사결정을 주요 내용으로 했는데 숙의적 의사결정이 유효했는지, 정말 숙의적인 의사결정이 이루어졌는지의 문제이다. 1차 조사와 4차 최종 조사(유보 의견 삭제)의 결과를 비교해 보면 의견을 유지한 참여자들이 56.7%이다. 34.4%는 건설 재개 입장을 그대로 유지하였고 22.3%는 건설 중단 입장을 유지하였다. 의견을 바꾸어 중단에서 재개로 이동한 참가자들은 5.3%였으며 재개에서 중단으로 이동한 경우는 2.2%였다. 가장 많은 변화가 이루어진 것은 유보 입장에서 나타났는데 유보에서 재개로 옮겨간 경우가 19.7%, 유보에서 중단으로 옮겨간 경우가 16.1%였다. 애초 1차 조사에서 건설 재개가 36.6%, 건설 중단이 27.6%로 9%포인트 차이가 있었고, 건설 중단보다 많은 35.8%를 차지한 건설 유보 가운데 상대적으로 더 많은 수가 건설 재개로 이동한 데다 건설 중단에서 재개로 입장을 바꾼 경우가 반대 경우보다 더 많으면서 재개와 중단의 격차가 19%로 더 늘어난 것이었다. 이러한 변화는 사실 숙의효과가 상당히 높았다고 말하기엔 큰 변화라 보기 어렵다. 

하지만 시민참여단 참가자들과의 인터뷰 결과를 보면 설령 동일한 결정을 내린 경우라 해도 내면적으론 큰 변화가 있었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한다. 잘 모르고 결정했던 것과 좀 더 많은 내용들을 숙지하고 다른 이들과의 토론을 거친 후 내리는 결정엔 더 높은 확신이 작용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는 단기간에 이루어진 숙의였지만 의미 있는 효과가 있었음을 의미한다. 공론화위원회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분임토의에 대한 평가는 7점 만점에 6.16점, 공론화 과정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는 4점 만점에 3.24점(만족이 88,8%)으로 높게 나타났다. 앞으로 보다 긴 준비기간과 제시되는 학습자료의 질을 높인다면 숙의효과가 상당한 정도로 나타날 것으로 기대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여섯째, 미래세대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 분명한 이 사안에 대해 미래세대의 의견이 얼마나 반영되었는가의 문제이다. 10월 13일부터 15일까지 시민참여단이 참여한 2박3일간의 종합토론회에 전문가 토론 패널로 참여하였고, 그에 앞서 9월 30일에 열렸던 미래세대 토론회에서는 106명의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건설 중단측 입장에서 강의를 진행하였다. 현재 논란이 된 신고리 5・6호기는 설계수명이 무려 60년이다. 예전 계획대로 지어진다면 2021년과 2022년에 완공되어 2081년과 2082년까지 가동하게 된다. 그러니 현재 40세 이상 시민은 100세가 넘어서야 두 원전의 수명이 끝나는 걸 지켜볼 수 있다. 두 원전에서 나오는 방사성폐기물은 그로부터 10만 년 이상 안전하게 보관해야 한다. 하지만 공론화과정에서는 정작 태어나지 않은 미래세대는 물론이고 현재를 살고 있는 만 19세 미만 청소년조차 의견을 개진할 기회가 여전히 닫혀 있었다. 그래서 공론화위는 보완적으로 고교생들을 대상으로 토론회를 열어 숙의과정을 진행하고 의견을 물었다. 

미래세대 토론회에서는 숙의 결과, 11개 조 가운데 5개 조가 중단, 또 5개 조가 기타 의견, 나머지 1개 조만이 재개로 의견을 모았다. 다수가 중단을 원했다. 기타의견에도 건설 중단에 대한 내용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합숙토론 이튿날 시민참여단은 영상으로 미래세대 토론회 분위기를 엿볼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간관계상 5분짜리로 편집을 하면서 건설 중단, 재개, 기타의견을 모두 하나씩 보여주었을 뿐이었다. 공론화위는 미래세대 의견이 시민참여단의 결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의견을 잘 전달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건설 중단 의견이 다수였다는, 미래세대는 건설 중단을 더 원한다는 사실은 전달되지 않았다. 

05841056_P_0.JPG » 김지형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공론화위) 위원장(왼쪽)이 10월 2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를 만나 공론화위의 조사 결과 내용을 담은 정책권고안을 전달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원전은 수명이 긴 데다 거기서 나오는 핵폐기물의 관리가 10만 년 이상 이루어져야 하는 사실을 고려하면 미래세대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하지만 미래세대 의견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는 간단하게 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미래세대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서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는 앞으로 미래세대에게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큰 안건이나 쟁점을 공론화를 통해 결정하고자 할 때 반드시 고민해야 할 대목이기도 하다.

건설 중단측은 지속적으로 말했다, “우리의 선택이 가져올 변화”에 대해.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보자고, 우리 생각의 틀을 바꾸자고. 세상이 변하고 있음을 말했다. 중단측 발표자와 토론 패널 참여자들은 교수(원자핵공학자, 경제학자, 정책학자), 의사, 비정부기구(NGO) 활동가, 민간연구소 연구원, 지역주민, 애널리스트까지 참으로 다양했다. 연령도 30대부터 6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했고 여성도 셋이나 있었다. 건설 재개측이 원자핵공학 교수들과 국책연구기관인 원자력연구원과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연구원들, 한국수력원자력 처장과 팀장 등 원자력 학계와 업계에 소속된 원전 이해당사자들로 남자 일색이었던 것과 사뭇 달랐다. 

건설 중단측의 구성은 다양했지만 목소리는 같았다. 우리의 건설 중단 선택이 너무나 많은 변화를 가져올 출발점이자 씨앗이 될 거라고. 하지만 이런 목소리는 시민참여단의 마음을 충분히 움직이지는 못했다. 사실 시민참여단이 건설 중단측의 이러한 다양성에 대한 고려에 어느 정도 주목했는지 확실하지 않다. 무엇보다 건설 중단측의 대화와 소통 노력이 시민참여단의 판단을 변화시키기엔 설득력이 충분하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이들의 주장과 설득에도 매몰비용에 대한 시민참여단의 부담과 이미 건설 중인 시설의 건설을 중단시키는 초유의 사태에 대한 부담이 너무나 커서 이러한 부담감을 떨치기가 너무나 어려웠는지에 대해서는 보다 깊이 있게 검토될 필요가 있다. 다만 이번 공론화 과정은 이제까지 시민들을 향해 자신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드러내기만 했던 시민단체와 관련 전문가들이 시민을 대하는 자세 또한 설득을 통한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더욱 열리고 낮아질 필요가 있음을 시사하고 있음 또한 사실이다. 이는 시민사회 진영이 귀 기울여야 할 대목이다.

글·사진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환경과 공해연구회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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