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처럼 폐기물도 예방이 답이다

이동수 2020. 0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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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이후 해마다 10% 이상 증가…절대적 감량목표도 없어

05986238_P_0.jpg »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 제주도의 쓰레기 매립장 모습. 버리기 전에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박승화 기자

폐기물 문제는 토양과 물, 해양과 대기를 막론하고 더는 미룰 수 없을 만큼 심각하다. 인구밀도와 소비수준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폐기물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나라마다 폐기물 문제를 줄이기 위해 많이 노력해 왔는데, 특히 산업화된 사회에서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국제적으로 동의하고 있는 폐기물 관리체계는 그림 1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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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지속가능성을 위한 폐기물관리체계

지속가능한 폐기물 관리체계는 우선 폐기물 발생 자체를 미리 막는 것(예방)이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하고, 발생된 폐기물을 최대한 자원화한 뒤 그러고도 남는 폐기물은 환경적으로 안전하게 처리하자는 것이다. 이런 우선순위에 따라 폐기물을 관리해야 한다는 것은 오랫 동안 각국이 공통적으로 겪은 경험의 산물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폐기물을 묻거나 태워서 잘 처리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지만 빠른 속도로 커져만 가는 폐기물 발생량을 그대로 두고서는 처리를 '잘'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뿐만 아니라 현명하지도 않다는 점이 여러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분명해졌던 것이다. 결국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서는 폐기물 발생 이전 단계에서 줄이는 것이 합리적 해결책으로 드러난 것이다.

이에 따라 세계 여러 국가나 지자체, 마을 혹은 기업에서는 폐기물의 예방과 감량 목표치를 매우 높게 설정하고 있다. 여기서 잠시 폐기물 발생의 사전 감량 혹은 예방이란 무슨 의미인지 짚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폐기물은 제품의 생산단계부터 사용 후 폐기되는 모든 단계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각 단계마다 폐기물 발생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따라서 폐기물 발생단계에 따른 대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어느 단계에서 이루어지는 폐기물 감량이냐에 따라 이름과 의미를 분명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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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폐기물 감량 관련 용어의 정의(EC, 2012)

유럽위원회(EC)의 정의(그림 2)에 따르면, 감량노력 가운데 자원채굴·제품생산 단계부터 폐기물로 바뀌기 직전 단계, 즉, 제품의 재사용 단계까지 각 단계에서 발생하거나 나중에 폐기물로 바뀌는 양(혹은 유해성)을 줄이려는 모든 노력을 일컬어 폐기물 발생의 예방이라 한다. 이 가운데 특히 제품이 소비자에게 도달하기 전 단계(자원채굴·제품생산과 제품수송·공급 단계)에서 발생량을 줄이는 것을 원천감량이라고 한다. 제품이 일단 폐기물로 바뀌면 그때부터는 폐기물 관리 대상이 되며 여기에는 수집부터 최종처리까지가 포함된다. 이 가운데 중간·최종처리(소각이나 매립 등) 대상이 될 폐기물의 양을 줄이거나(수집부터 재활용까지) 아직 제품단계의 폐기물 예방을 모두 합쳐 폐기물 최소화라 부른다(이러한 유럽위원회의 정의가 광범위하게 통용되기는 하지만 동일한 용어가 다른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재활용은 중간·최종처리를 해야 할 폐기물을 줄이는 감량에는 포함되지만 우선순위가 가장 높은 폐기물의 예방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정부나 심지어는 학계조차 '감량'이라는 단어를 분명한 구분 없이 사용하여 실태 파악을 흐리게 한다. 예를 들어, 재활용을 포함한 수치를 애매하게 '감량' 수치에 포함시켜 마치 성공적인 감량을 하고 있고 우리의 폐기물관리가 지속가능성에 상당히 부합하고 있다는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폐기물관리의 우선순위를 분명하게 하고 이를 바탕으로 관리 현황을 파악하여 앞으로의 방향을 바르게 세우기 위해서는 의미와 용어사용부터 정확히 해야 한다.

06190272_P_0.jpg » 경북 의성군 단밀면 한 마을에 불법폐기물(17만t)이 ‘쓰레기산’을 이루었다. 일단 버려진 쓰레기는 어딘가로 가게 마련이다. 류우종 기자

유럽위원회의 우선순위 체계에 따라 잉글랜드의 경우, 2010년까지 29%, 2030년까지 49%의 가정생활폐기물 감량을 목표로 설정했다(EC, 2012). 또한 유럽연합(EU)회원국들은 음식물류 폐기물에 대해 2025년까지 30%, 2030년까지 50%의 야심찬 의무 감량목표를 세웠다(EU, 2018). 우리나라도 그동안 폐기물·음식물류 폐기물 종량제, 1회용품 사용 억제제도, 포장폐기물 발생 억제제도, 음식물쓰레기 종합대책, 사업장폐기물 감량제도 등을 통하여 폐기물 예방을 시도해 왔다. 그러나 각 정책마다 정량적인 감량목표가 세워지거나 그 성과가 면밀히 평가된 적은 없으며 결과적으로 총 폐기물 발생량은 2000년 이후 연평균 10% 이상의 빠른 속도로 증가해서 감량에는 철저히 실패했다. 

좀 더 최근의 제1차 자원순환 기본계획(2018)에서 비로소 10년(2018~2027) 동안 생산단계에서 원단위 폐기물 발생량(톤/십억원)의 20% 감량을 목표치로 설정했다. 원단위 폐기물 발생량이란 단위 생산액당 폐기물 발생량을 뜻한다. 이 계획의 실효성은 아직 두고 볼일이나 감량목표가 절대량이 아니라 원단위를 기준으로 설정된 것이 흥미롭다. 이는 국제적으로 폐기물감량 목표가 대부분 특정 기준시점 대비 장차 줄이려는 절대량을 기준으로 설정되는 것과 비교된다. 원단위발생량이 줄어도 생산액이 늘면 전체 발생량은 줄지 않거나 오히려 늘어날 수도 있는데 감량성취라는 착시현상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06017514_P_0.jpg » 강원도 하점면 창우포구앞 바다에서 잡아 올린 새우 등 수산물에서 사람들이 40여 년 전에 버린 과자봉지 등 최근 버려지 플라스틱이나 비닐 봉지와 함께 바다속에서 올라오고 있다. 강화/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질병으로 비유하자면, 폐기물의 처리와 처분은 질병의 원인은 그대로 두고 증상만 완화시키는 대증요법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고열의 감염자에게 해열제만 주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바이러스의 확산을 먼저 막아야 한다는 것은 너무도 분명하다. 폐기물 예방은 자원의 소비, 유해오염물질 배출, 온실기체 배출 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거나 감소시켜서 폐기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인간과 생태계에 대한 악영향을 효율적으로 줄이고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증가시킨다. 그것이 사회적 질병의 확산을 막고 건강함을 키우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 것이다.   

참고 문헌
EC, Preparing a Waste Prevention Programme, Guidance document, 2012.
EC, GUIDELINES ON WASTE PREVENTION PROGRAMMES, 2012
EU, DIRECTIVE (EU) 2018/851 OF THE EUROPEAN PARLIAMENT AND OF THE COUNCIL of 30 May 2018, 2018.
관계부처합동, 제1차자원순환기본계획, 2018. 

이동수/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환경과 공해연구회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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