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프, 로션, 립스틱에도 독성 프탈레이트…덜 쓰는 게 답이다

이동수 2020. 0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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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발생 유해폐기물 연간 20만t, 후손에까지 건강 악영향


GettyImages-183300686-1.jpg » 샴프처럼 일상적으로 쓰이는 생활용품에도 프탈레이트 같은 유해물질이 들어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이젠 제법 알려져 있듯이, 우리 시민들의 재활용품 분리배출 수준은 가히 세계적이다. 그러나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서 오늘 할 일이 재활용품 분리배출이라면 내일을 위해서는 폐기물 배출을 미리 예방하는 것이 필요하다. 폐기물 예방은 성격상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첫째는 배출되는 폐기물의 양을 줄이는 것이고, 둘째는 질적인 면으로 폐기물의 유해성으로 인한 인체와 생태계 건강의 악영향을 줄이는 것이다.1)


이 중 양적인 폐기물 예방에 관해서는 잘 알려져 있는데, 시민이 실천하는 양적 폐기물 예방의 기본은 절제되고 현명한 소비생활이다. 쉽게 말해 함부로 사지도 버리지 말고, 아껴 쓰고, 오래 쓰고, 고쳐 쓰는 생활태도다. 반면에 폐기물의 유해성을 줄이기 위한 예방 노력은 양을 줄이는 것보다는 조금 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사업장과 마찬가지로 가정에서 발생하더라도 독성, 인화성, 부식성, 격렬한 반응성을 지닌 폐기물을 유해폐기물이라 한다. 가정 유해폐기물은 가구별 배출량은 적으나 국가규모의 총량은 결코 적지 않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외국에서도 정확히 조사되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정확한 양을 알 수는 없지만 국제적으로 그 발생량이 생활폐기물의 1% 정도, 혹은 1인당 연간 2~5㎏ 정도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2) 3)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가정 유해폐기물 발생량은 연간 20만t 정도로 추정되기 때문에 그 양도 결코 적지 않고, 사업장 유해폐기물에 비해 수집과 처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환경에 대한 악영향도 제대로 관리되고 있지 않다.


더욱이 생활폐기물 속의 유해물질은 폐기물로 배출되기 이전에 제품 사용과정에서 유해성에 직접 노출되기 때문에 사용자의 건강에 끼치는 영향은 훨씬 크다. 지나치게 제한적이라는 비판을 듣는 정부의 기준에 따른다 하더라도 공식적으로 인정된 사망자만 이미 1500 명이 넘고 건강 피해자로 접수한 사람도 7000여 명이 되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 참사가 그 대표적 사례이다.4)

  

플라스틱뿐 아니라 반복해 바르는 화장품에도 포함돼


가정에서 폐기되면 유해폐기물이 되는 제품의 유해성은 제품의 주 기능을 담당하는 성분 자체가 유해성을 띠는 경우와 주 기능을 직접 담당하진 않지만 변질을 막아 유효기간을 확보하거나 냄새나 색 등 부가적 기능을 위해 첨가되는 보조적인 물질이 유해성을 띤 경우로 구분할 수 있지만 두 유형에 동시에 해당되는 제품 또한 많다. 전자와 비교해서 후자에는 유해성분이 대개 미량 함유되어 있다.


가정 유해폐기물이 되는 소비자 제품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그 항목을 열거하자면, 부동액, 엔진오일, 차유리 세척제 등 자동차 관련 용품, 욕실, 주방, 세탁용 각종 세제와 표백제, 페인트와 유기용제, 살충제, 쥐약, 좀약, 모기약 등 살생물제, 그밖에도 건전지, 형광등, 제설제, 순간접착제, 휴대전화와 컴퓨터, 가전제품 등 정말 다양하다. 이들이 인간과 생태계에 끼치는 악영향의 종류도 급성 독성부터 만성 독성까지, 가려움증과 같이 비교적 가벼운 증상부터 생식이상과 각종 암 등 치명적 질병까지 매우 여러 가지가 알려져 있다.


그러나 특히 조심할 필요가 있는 것은 샴푸와 비누, 화장품과 같은 미용·위생용품이다. 자동차 부동액은 유독하지만 우리가 직접 노출될 기회는 별로 없는 반면 미용·위생용품은 매일 반복적으로 사용되며 피부와 머리칼 등 우리의 몸에 바르거나 뿌리기 때문에 소비자는 이 제품들 속에 함유되어 있는 유해물질에도 직접 노출될 수  밖에 없다. 그 중에서도 샴푸나 비누와 같이 금방 씻겨나가는 것에 비해 한번 바르면 몇 시간씩 계속 피부에 남아있는 화장품 속의 유해물질에 대한 노출량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 제품군에 함유되어 있는 유해물질의 종류는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많고 그 건강영향도 다양하다. 다만 미량 포함되어 있고 장기간의 반복적인 노출로 인해 시간이 지난 후에야 문제가 나타나기 때문에 이들과 질병을 연결시키기 어려워서 종종 소비자는 별생각 없이 사용하기 쉽다. 그러나 미용·위생용품에 많이 쓰이는 유해물질의 영향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로션과 크림_박미향.jpg » 크림이나 로션에도 화장품 성분을 피부 깊숙히 흡수시키기 위해 프탈레이트가 사용될 수 있다. 사진 속 제품은 이 글의 내용과 관련이 없다. 박미향 기자


예를 들어 화장품을 포함하여 여러 제품에 공통적으로 포함되어 있는 대표적 유해물질인 프탈레이트류 물질(이하 프탈레이트)의 종류와 기능은 아주 다양하다. 샴푸에서는 그 속의 다른 성분들을 잘 녹이고 액상으로 안정되게 유지시키는 역할을 하며 피부를 부드럽게 하거나 보습기능, 다른 성분을 피부 깊숙히 흡수시키는 기능도 있어서 크림이나 로션에도 함유되어 있다. 또한 가소성을 증가시켜 화장품이 좀 더 잘 발라지도록 하는 기능도 있다. 이런 다양한 기능 때문에 프탈레이트가 사용되는 제품은 샴푸, 로션 이외에도 피부청결제, 탈취제, 머리 미용제품(염색제, 왁스, 헤어젤, 무스 등), 립스틱, 매니큐어, 향료, 향수 등 매우 광범위하다.


한편 프탈레이트는 플라스틱의 가소제로도 널리 사용되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음료와 식용 플라스틱 용기로부터도 입을 통해 이미 일상적으로 프탈레이트를 섭취하고 있다. 그런데 미용·위생용품들의 용기도 거의 플라스틱 재질이기 때문에 용기 속의 프탈레이트가 그 내용물로 전이될 수 있다. 실제로 본래 프탈레이트를 전혀 함유하지 않은 제품에서도 검출된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어서 결국은 피부를 통해서도 우리 몸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프탈레이트는 체내에 축적되지는 않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매일 반복적으로 노출되기 때문에 항상 몸 안에 남아있으며 그 유해성 또한 여러 가지가 알려져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호르몬 체계의 교란이다. 프탈레이트는 환경호르몬의 일종으로 남성의 정자 이상(기형, 수와 활동성 감소)은 잘 알려진 증상이다. 프탈레이트의 하나인 DEHP는 생식력 손상과 발달장애 유발로 인해 유럽(EU)에서는 사용이 금지됐다. 또한 프탈레이트는 알레르기, 천식, 습진을 유발시키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아직 명확하진 않지만 인식기능의 저하, 사회성의 감소,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자폐증, 소년의 남성성 감소 등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프탈레이트는 산모로부터 태아로 전이된다는 점도 눈여겨 봐야 한다. 프탈레이트와 같은 환경호르몬이 태아에게 끼치는 영향의 종류와 심각성은 노출 시점에 태아가 어느 발달단계에 있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예를 들어 태아가 이미 생식기를 발달시킨 다음에는 큰 영향이 없지만 그 전 단계라면 극미량의 노출이라도 생식계통에 심각한 증상을 초래할 수 있다. 늘 곁에 두고 쓰는 생활용품 속의 유해물질이 우리 자신에게는 물론 세대를 거쳐가며 악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유해물질 많은 향료, 성분 공개 잘 안돼


사실 거의 모든 미용·위생용품에 빠지지 않고 함유된 성분으로서 향료도 빠뜨릴 수 없다. 강하든 약하든 생활용품을 선택하는 중요한 요소가 냄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사용되는 거의 모든 향료는 석유에서 만들어지며, 사람의 건강에 해롭다. 그런데도 성분이 공개되어야 하는 화장품과는 달리 향료는 성분과 함량이 잘 알려져 있지 않고 규제도 미비하다.


박미향.jpg » 향료에도 다양한 유해물질이 들어있으나 규제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진 속 제품은 이 글의 내용과 관련이 없다. 박미향 기자 


현재 알려진 향료의 대표적 유해성으로는 걱정, 우울, 집착·충동, 강박, 공황장애, 편두통 등 각종 신경증, 호르몬 이상, 알레르기, 천식, 만성 호흡기질환 등과 연관이 있다. 여러 향료 화합물은 코를 통해 직접 뇌에 도달하여 뇌의 혈량과 혈압을 바꿈으로써 호르몬 제어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각종 신경증의 원인이 된다. 그러나 다른 미용·위생용품과 마찬가지로 향료의 주된 노출경로는 피부다. 따라서 각종 피부질환(자극, 염증, 알레르기 등)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체내로 깊이 침투하여 기형아, 암 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사실 처음부터 유해물질을 포함하지 않은 제품도 폐기물로 바뀌면 우리에게 유해하다. 그래서 가장 좋은 유해폐기물 예방 방법은 제품의 유해성을 따지기 이전에 전반적인 물질의 소비를 줄이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유해폐기물의 발생도 원천적으로 줄일 수 있으며 동시에 다른 효과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자가용차의 주행거리를 줄이면 부동액뿐만 아니라 독성물질이 함유된 폐 엔진오일의 발생도 줄고, 동시에 온실가스의 배출도 줄일 수 있다.


유해물질 함유 제품에 의한 유해폐기물의 예방을 위해서도 당연히 유해물질이 없거나 덜 들어있는 제품을 사용하여 유해물질의 소비량을 줄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예를 들어 파리나 모기가 보일 때마다 살충제를 써서 해결하는 대신 집을 깨끗하게 유지하여 해충이 살지 않도록 하거나, 파리채 등 물리적인 수단을 사용하는 것이다. 자동차의 부동액도 주요 유해성분인 에틸렌글리콜보다는 독성이 덜한 성분이 포함된 제품을 선택할 수 있고 또 자동차 주행을 최소화 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유해폐기물 예방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아이들 손 닿지 않게" 경고문 붙은 제품 피해야


00679486_P_0-1.jpg » 아이들 손에 닿지 않게 하라거나 밀폐된 공간에서 쓰지 말라는 설명서가 붙은 제품에는 유해물질이 들어있다고 보면 된다. 한겨레 자료 사진


사실 유해하지 않거나 덜 유해한 제품을 판별하는 일은 쉽지 않다. 함유성분이 상표에 모두 적혀 있지도 않고 또 적혀 있어도 복잡한 화학물질명은 읽기조차 버겁다. 그래서 상표에 위험, 경고, 독성 등의 단어가 보이거나 유해성을 설명하는 내용이 있으면 사지 않는 것이 좀 더 간편한 선택 요령일 것이다.


또한 천연성분이고 정부의 안전기준을 만족시킨다고까지 하면서도 자세히 보면 안전한 사용법과 취급법, 응급조치요령, “아이들의 손이 닿지 않게 하라”, “밀폐된 공간에서는 충분히 환기하라” 등 요주의 글이 상표에 쓰여 있는 제품은 가능하면 피하는 것도 비교적 간단한 선택방법이다. 이는 상표를 꼼꼼히 읽는 습관만 키운다면 크게 어렵지 않은 방법이다.    


좀 더 부지런할 준비만 되어 있다면 유해성분이 함유된 제품을 사는 대신 집에서 직접 만드는 것도 유해폐기물의 발생을 줄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특히 주방, 화장실과 세탁용 세제, 샴푸 등은 가정에서 직접 만들기 어렵지 않다. 요즘은 인터넷에서 이들을 만드는 다양한 방법을 손쉽게 찾을 수 있으며, 대개 집에 이미 가지고 있는 재료를 활용하여 복잡하지 않은 방법으로 만들 수 있다. 물론 직접 만드는 수고는 감수해야 할 것이다.


05953870_P_0.jpg » 우리는 가정에서 유해물질 든 제품을 너무나 많이 쓰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2018년 5월 2일 서울역 광장에서 ‘안전 정보 확인 안 된 스프레이 아웃’ 캠페인을 홍보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는 가정에서 너무나 많은 유해물질 함유제품을 사용하고 있으며 결국 그 제품은 유해폐기물이 된다. 소비 자체를 줄이거나 좀 더 안전한 대체품을 선택하는 것이 가정에서 발생하는 유해폐기물을 예방하는 방법이다. 예방을 실천하는 것은 귀찮고 부담스럽지만 그 대가로 우리와 우리의 자식 그리고 자연이 질병의 고통을 줄이고 더 건강해진다면 두말할 것도 없이 남는 장사이다. 

    

이동수/ 환경과 공해연구회 운영위원,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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