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처럼 새카맣게 내려앉은 강태공, 철원 토교저수지

조홍섭 2012. 02. 13
조회수 23561 추천수 0

서울시낚시연합회원 1200명 희귀철새 도래지서 얼음낚시 대회 강행

`외래어종 퇴치' 빈말 드러나, "개발과 보존 상생 정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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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연합 활동가들이 12일 오전 두루미, 독수리 서식지인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 토교저수지 앞에서 얼음낚시 중단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환경단체의 반발을 무릅쓰고 민통선 안에 위치한 희귀 철새 도래지에서 대규모 얼음낚시대회가 열렸다.

 

서울시 낚시연합회는 12일 오전 9시부터 4시간 동안 회원 1천200명이 참가한 가운데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 토교저수지에서 '제6회  서울시연합회장배 생활체육 얼음낚시대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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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꾼들이 낚시를 하기 위해 일제히 40㎝에 이르는 두꺼운 얼음을 깨고 있다.

 

토교저수지에는 두루미, 고니, 독수리, 재두루미 등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동물로 법적 보호종인 철새들이 도래해 있고 기러기 등 수 만 마리의 겨울철새들이 쉬고 먹이를 먹는 장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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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연합 활동가가 얼음을 깨는 동안 소음을 측정하고 있다. 눈금이 항공기 이착륙 때와 견줄 만한 103데시빌을 가리킨다.

 

철원군은 그동안 철새 탐조관광을 홍보해 왔다. 또 농어촌공사는 오대쌀로 유명한 철원 평야의 9개 저수지에 대해 수질오염과 환경파괴 우려를 들어 모두 낚시금지 조처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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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 참가자 위로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독수리가 날아오르고 있다.

 

철원군은 이번 행사가 지역개발과 토교저수지 어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블루길, 배스 등 외래어종을 잡아내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 잡힌 외래어종의 마릿수는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계에서는 블루길은 정치망을 통한 대량 어획이, 배스는 산란기 산란상자를 이용한 번식 차단이 유력한 방법이라고 보고 있다.

 

또 최근 최재석 강원대 교수팀의 조사에서는 토교저수지에 누치, 빙어 등 토종이 64%를 차지해 4년 전 96%를 차지하던 블루길과 배스의 자리를 역전시킨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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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보호 통제선 안의 대규모 얼음낚시. 이런 행사가 연례화하면 철새도래지로서의 가치가 사라질 우려가 높다.

 

환경운동연합은 성명서에서 "다른 지자체들은 생태계 보전과 지속가능한 생태관광을 위해 생태계 우수지역을 대상으로 관광객의 출입을 제한하는 예약탐방제를 시행하고 있다"며  "철원군도 생태계 보전과 지역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 철원/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글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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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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