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어 킬러 물수리, 시속 140㎞ '쏜살'

김성호 2013. 10. 29
조회수 42231 추천수 1

물고기만을 노리는 맹금류, 기수역서 살 오른 숭어 노려

부리 아닌 날카로운 발톱이 무기, 사냥 성공률은 30% 

 

osprey1.JPG » 통통하게 살찐 숭어를 낚아채 날아가는 물수리.

 

10월 하순, 물수리의 계절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맹금류는 곤충, 조류, 포유류 그리고 그들의 사체까지 다양한 먹이를 취합니다. 그런데 물수리는 오로지 물고기만을 사냥합니다. 물고기를 잡는 매라 하여 한자 이름은 어응(魚鷹)이며, 언제나‘물고기 킬러’라는 별명이 따라 붙습니다.

 

실제로 물고기를 사냥하는 새들은 많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새들이 부리로 사냥을 하는 반면 물수리는 크고 날카로운 발톱으로 사냥을 하기 때문에 훨씬 더 큰 물고기를 잡을 수 있습니다.

 

검독수리, 참수리, 흰꼬리수리 등도 발톱을 이용해 사냥을 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물 위에 떠있는 물고기만을 사냥하는 것과 달리 물수리는 수심 1m까지 다이빙도 가능합니다.

 

몸길이는 수컷 약 54㎝, 암컷 약 64㎝로 크지도 작지도 않은 물수리는 현재 국제적 보호조류이며, 우리나라에서는 멸종위기야생동·식물 2급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물수리는 대부분 시베리아에서 번식한 개체들이며, 10월 초순에 와서 한 달 남짓 머물다 11월 초순 기온이 뚝 떨어지면 더 남쪽으로 이동하는 나그네새이지만 간혹 겨울을 나는 개체도 있어 겨울철새로 분류하기도 합니다.

 

다음 일련의 사진은 물수리가 입수 후 숭어를 낚아채 날아가는 모습을 연속해서 촬영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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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이 막 들기 시작하는 10월 초순이면 우리나라 전역의 연안, 하천, 그리고 간척호수 등지에서 숭어, 잉어, 붕어를 사냥하는 물수리 모습이 눈에 띄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물수리가 가장 많이 모여드는 지역은 대체로 하천과 바다가 맞닿는 수심 50㎝ 내외의 기수역이라 할 수 있습니다.

 

수심이 얕아야 물고기의 사냥에 유리할 뿐만 아니라 물수리가 선호하는 것은 팔뚝만한 숭어들이기 때문입니다. 가을은 바다와 민물을 오르내리는 회유성 어종인 숭어가 산란을 앞두고 가장 기름지고 살진 계절입니다.

 

물수리는 부드러운 날갯짓으로 상공을 선회하면서 먹잇감을 탐색합니다. 때로 정지비행을 하며 탐색할 때도 있습니다. 눈동자와 목 전체를 이리저리 돌리면서 말입니다. 200m가 넘는 상공에서도 물색과 거의 비슷한 물고기를 정확히 감별하는 것을 보면 물수리의 시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임에 틀림없습니다.

 

일단 먹잇감을 포착하면 바로 날개를 접고 목표물을 향해 쏜살같이 돌진합니다. 그야말로‘내리꽂는’다는 표현이 딱 어울립니다. 내리꽂는 순간의 속도는 무려 시속 14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 때, 물수리는 항상 부는 바람을 가슴에 안으면서 먹잇감에 접근합니다. 바람을 등지면 바람에 밀려 목표지점을 정확히 타격하여 낚아챌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내리꽂음이 언제나 입수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매섭게 내리 꽂다가도 먹잇감의 상황이 바뀌면 잠시의 머뭇거림도 없이 날개를 다시 펴고 방향을 바꿔 아주 부드럽게 상공으로 떠오릅니다. 헛된 입수는 철저히 자제합니다.

 

내리꽂음이 입수까지 이어진다면 수면에 닿기 직전 취하는 동작이 있습니다. 먹잇감을 낚아채기 직전의 동작입니다. 날개를 다시 쫙 폄과 동시에 발톱을 최대한 날카롭게 펼친 채로 발을 뒤로 한껏 뺐다가 다시 앞으로 쭉 뻗으며 먹잇감을 훌치며 움켜쥡니다. 더군다나 발톱 밑에는 날카로운 가시들까지 있어서 한 번 움켜쥐면 물수리의 의지가 아니고서는 그 먹잇감이 다시 물로 돌아갈 길은 없습니다.

 

물수리의 사냥 성공 확률은 30%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먹이활동의 경험이 풍부한 성조와 경험이 적은 어린 새의 성공확률은 큰 차이가 있으며, 사냥터의 형편에 따라서도 성공확률은 천차만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조이든 유조이든 먹이사냥을 할 때 공통점이 있습니다. 몰입입니다. 일단 목표가 정해지면 오직 그것만 본다는 것입니다. 한 눈 파는 일, 없습니다.

 

글·사진 김성호 서남대 생명과학과 교수/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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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 서남대 생명과학과 교수
서남대 생명과학과 교수. <큰오색딱따구리 육아일기><동고비와 함께한 80일><까막딱따구리의 숲>의 저자로서 새가 둥지를 틀고 어린 새들을 키워내는 번식일정 전체를 처음부터 끝까지 인내로 세세히 기록하는 일에 주력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지리산과 섬진강에서 만난 생명들의 20년 이야기를 담은 생태에세이 <나의 생명수업>을 펴냈다.
이메일 : genexp@chol.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philn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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