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탄강 두루미, 얼음물에 발 담그고 ‘쿨쿨’

조홍섭 2013. 1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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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얼지 않는 한탄강 여울, 춥지만 천적 접근 어려워 크고 느린 두루미 선호

탁 트인 평야도 잠자리…부리와 한쪽 다리는 털 속에 숨겨 열손실 막아

 

1_dns21-김경선(Kim Kyongsun)-靜.動.jpg » 한탄강 여울 잠자리의 새벽. 김경선 작 <靜.動>

 

두루미는 지구에서 날아다니는 새 가운데 가장 크고 행동도 느리다. 그래서인지 잠자리를 고를 때 까다롭다. 천적이 접근하기 힘들고 다가오더라도 쉽게 눈치챌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한겨울 비무장지대 근처에서 그런 곳 가운데 하나가 얼지 않는 여울목이다. 비록 춥지만 철벅거리며 얼음물을 걸어올 천적은 없다. 긴 한겨울의 추위를 이겨내고 한탄강 여울의 두루미와 재두루미가 새벽을 맞았다.
 

1_dns윤순영 휴식gb[SY3_5972.jpg » 영하 30도 평야의 눈밭에서 휴식중인 재두루미. 윤순영 작 <휴식>


탁 트인 평야도 마땅한 휴식처이다. 영하 30도의 모진 추위 속이지만 낱알을 먹고 일찌감치 평야의 잠자리로 돌아온 재두루미 무리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 검은 목의 흰 줄무늬가 선명하게 아름답다.
 

추운 눈밭에서 열 손실을 되도록 줄이기 위해 재두루미는 부리를 털 속에 깊숙이 묻고 외다리로 몸의 균형을 잡는다. 다리는 영하 가까운 낮은 체온을 유지해 다리를 통해 몸의 열을 잃지 않는다. 두 다리 가운데 하나만 땅에 딛고 나머지는 털 속에 숨기면 그런 열손실도 반으로 줄어든다. 하지만 경계를 담당한 두루미는 추위에 고스란히 노출된다.
 

dns윤순영 안개속으로YS2_9474.jpg » 가을 안개 속에 철원평야로 날아드는 재두루미 무리. 윤순영 작 <안개 속으로>

 

재두루미가 월동지인 강원도 철원에 찾아오는 것은 10월이다. 이때 한탄강에 안개가 자주 낀다. 이른 아침 안개 낀 평야 속으로 재두루미가 날아들고 있다. 한탄강에서 피어오른 안개와 햇살이 조화를 이뤄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_dns22-김경선(Kim Kyongsun)-철원이야기-II.jpg » 어린 새끼를 데리고 조심스럽게 평야로 나서는 두루미. 김경선 작 <철원 이야기>

 

우리나라는 두루미의 번식지가 아니어서 알을 깬 새끼를 기르는 모습을 볼 수 없다. 하지만 이제 갓 날기 시작한 어린 두루미는 어미를 따라 우리나라에 겨울을 보내러 온다. 두루미 어미와 새끼가 눈 쌓인 풀숲에 숨어 고개를 내밀고 철원 평야를 살피는 모습이 정겹다.
 

'자유, 사랑, 평화의 철원’을 주제로 한 두루미 사진전이 21일 강원도 철원군 디엠지 평화 문화관 전시실에서 열린다. 한국두루미보호협회 철원군 지회가 주최하는 이 전시회에는 27명의 초대 작가가 촬영한 두루미 사진이 1년 동안 선보인다.
 

철원군 한탄강 사업소에 안보관광이나 철새관광을 신청하면 두루미 사진전을 관람할 수 있다. 문의 033-450-5559, 5588.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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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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