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칫덩이 등검은말벌, ‘치명적 유혹’으로 퇴치한다

조홍섭 2017. 10. 19
조회수 10772 추천수 1
성호르몬으로 수컷 유인 성공
분비량 1천분의 1에도 민감 반응

d1.jpg » 동남아 아열대 지방에 서식하는 등검은말벌. 꿀벌을 포식하는 세계적 침입종으로 주목받고 있다. 시가(Siga),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등검은말벌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유럽 등 세계적으로 가장 문제가 되는 침입종 가운데 하나다. 우리나라에선 2000년대 영남지역을 시작으로 전국에 퍼지면서 꿀벌과 사람에 대한 피해가 커지고 있다(■ 관련 기사: 꿀벌 킬러 외래종 등검은말벌 한반도 상륙, 확산 비상). 유럽에선 프랑스 등에 이어 최근엔 터키와 발칸반도에 이 말벌이 기승을 부려 양봉을 포기하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골칫덩이인 등검은말벌을 효율적으로 퇴치할 수 있는 방법이 제안돼 눈길을 끈다. 핑 원 중국 과학아카데미 시솽반나 열대 식물원 생태학자 등 중국과 미국 연구자들은 암컷 등검은말벌의 성호르몬을 흉내 낸 덫을 이용하면 효율적으로 이 말벌을 퇴치할 수 있다고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츠> 11일 치에서 밝혔다.

d2.jpg » 핑 원(왼쪽) 등 중국 연구자들이 등검은말벌을 대상으로 실험하고 있는 모습. 제임스 니에 제공.

등검은말벌은 애벌레를 먹이기 위해 전문적으로 꿀벌을 사냥해, 한 마리가 꿀벌 수백 마리를 잡아간다. 특히 군집이 빠르게 성장하고 도시 외곽에선 둥지를 찾기가 힘들며, 토종 경쟁자가 없으면 걷잡을 수 없이 번성해 문제가 된다.

hornet.jpg » 우리나라에 상륙한 등검은말벌의 둥지.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연구자들은 둥지를 파괴하거나 살충제를 쓰는 위험하고 환경에 부작용이 있는 방식 대신 곤충의 소통수단인 페로몬을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보았다. 페로몬은 같은 종 개체를 유인하는 호르몬으로 짝짓기와 생존에 핵심 구실을 하는 화학물질이다.
 
연구자들은 번식기의 암컷 등검은말벌이 가슴뼈 샘에서 성호르몬을 분비하는데, 이것이 장거리로 퍼져 수컷을 유인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연구자의 하나인 제임스 니에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 캠퍼스 교수는 “성호르몬의 핵심 성분으로 시험해 봤더니 수컷 등검은말벌이 매우 잘 이끌린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라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밝혔다.

d3.jpg » 잡아온 꿀벌의 날개를 떼어내는 등검은말벌. 꿀벌 가슴의 살만 추려 애벌레 먹이로 가져간다. 핑원 제공.
 
암컷 한 마리가 분비하는 성호르몬의 100∼1000분의 1만 있어도 수컷은 더듬이로 예민하게 반응했다. 연구자들은 이 성호르몬의 핵심 성분을 인공적으로 합성한 다음 자연계의 비율로 섞어도 마찬가지 효과를 거두는 사실을 확인했다.

d4.jpg » 흰 종이에 바른 암컷 성호르몬에 이끌려 들어왔다가 끈끈이에 들러붙은 등검은말벌 수컷들. 핑원 제공.

이어 인공 성호르몬을 바른 거름종이와 끈끈이를 바른 덫을 설치해 실제로 등검은말벌 수컷을 선택적으로 유인할 수 있음을 보였다. 등검은말벌은 시력이 좋지 않아 먼 거리에서는 성호르몬의 냄새로 유인했지만, 덫 근처에서는 시력에 의존했다고 논문을 밝혔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Ping Wen et al, The sex pheromone of a globally invasive honey bee predator, the Asian eusocial hornet, Vespa velutina, Scientific Reports, 7: 12956(2017), DOI:10.1038/s41598-017-13509-7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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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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