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동료 구조해 치료하는 아프리카 사냥 개미

조홍섭 2018. 02. 21
조회수 9644 추천수 1
정교한 대열과 분업으로 흰개미굴 습격
경상자 골라 구조 뒤 입으로 핥아 치료

csm_0214matabele1w_711d0a3e49.jpg » 흰개미굴을 습격하는 과정에서 다리가 잘린 상처를 입은 개미(아래)를 동료 개미가 입으로 핥아 치료하고 있다. 에길 프랑크 제공.

아프리카 사하라사막 이남의 열대지역에는 흰개미만 전문적으로 잡아먹는 ‘마테벨레 개미’가 널리 분포한다. 용맹한 마테벨레 부족의 이름을 딴 이 개미는 대열을 짓는 정교한 공격 행동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최근 이 개미가 전투과정에서 발생한 부상자를 구출하고 둥지로 데려와 치료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마테벨레 개미는 하루 2∼4번 흰개미굴을 습격한다. 먼저 척후를 보내 흰개미굴을 확인한 뒤 수색대에 이어 본진까지 200∼600마리가 길고 일사불란한 대열을 이뤄 사냥에 나선다. 흰개미굴 20∼50㎝ 앞에서 포위 형태로 대열을 바꾼 뒤 길이가 2㎝에 이르는 큰 개미들이 굴의 장애물을 제거하면 작고 민첩한 공격 개미들이 떼 지어 몰려들어 흰개미를 죽인다. 5∼10분 동안의 공격이 끝나면 큰 개미가 죽은 흰개미를 물고 둥지로 돌아와 식량으로 삼는다.

Megaponera_analis_raiding_column-s.jpg » 흰개미굴로 향하는 마테벨레 개미의 대열 모습.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Erik Frank3.jpg » 흰개미 병정개미가 크고 강력한 턱으로 마테벨레 개미의 공격을 막고 있다. 에릭 프랑크 제공.
 
Megaponera_analis_raid_collecting_termites-s.jpg » 공격이 끝난 뒤 죽은 흰개미를 물고 자기 굴로 돌아가는 마테벨레 개미. 에릭 프랑크 제공.

그러나 이런 사냥이 쉽고 희생 없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흰개미는 거대한 가위 턱으로 무장한 병정개미를 앞세워 둥지를 방어한다. 공격하던 마테벨레 개미가 죽거나 상처를 입는 일을 피할 수 없다. 이 개미 집단에서 다리나 더듬이 등의 부속지를 잃은 개체는 5%에 이르고, 특히 공격 대열을 이루는 개미는 다섯에 하나꼴로 이런 장애를 안고 있을 정도다.

아이보리코스트에서 3년 동안 현장연구를 한 독일 뷔르츠부르크대 연구진은 지난해 이 개미들이 공격을 마치고 귀가할 때 부상한 동료를 구조한다는 사실을 밝혀 학계에 보고했다. 다리를 한두개 잃은 가벼운 부상자는 휘발성 화학물질인 페로몬을 분비한다. 구조신호를 받은 동료 개미는 부상자를 물어 굴로 데려온다. 경상자는 온전한 다리로 걷는 데 적응해 다른 정상적인 개미와 같은 속도로 움직인다.

1280px-Megaponera_injured_ant_investigated.jpg » 전투에서 부상한 동료 개미를 살펴보는 마테벨레 개미. 에릭 프랑크 제공.
 
Erik Frank1.jpg » 경상을 당한 개미를 굴로 데려가는 동료 개미. 에릭 프랑크 제공.

그런데 다리를 5개 이상 잃은 중상자는 구조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연구자들은 발견했다. 개미는 어떻게 경상자와 중상자를 구분하는 걸까. 연구자들은 중상자에게 페로몬을 묻히자 구조 빈도가 높아졌지만, 최종적으로 구조되는 일은 드물었다. 연구자들은 “어떤 개미를 구하고 어떤 개미는 내버려둘지를 결정하는 것은 구조자가 아닌 부상자”라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가벼운 상처를 입은 개미는 페로몬으로 구조신청을 한 뒤 구조자의 더듬이를 느끼면 애벌레처럼 다리를 웅크려 물어 옮기기 쉬운 자세를 취한다. 그러나 중상자는 심하게 버둥거리며 제자리를 돌뿐이어서 결과적으로 구조를 방해한다. 연구자들은 “중상 개미가 구조되지 못하는 것은 부상 개미 자체의 비 협력성 탓일 가능성이 크다”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구조해 온 부상 개미는 굴속에서 어떻게 될까. 연구자들은 이런 궁금증을 푼 연구결과를 과학저널 ‘왕립학회보 비(B)’ 14일 치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놀랍게도 굴에 돌아오자마자 부상 개미는 응급처치를 받았다. 동료 개미는 앞다리로 부상 부위를 붙잡고 입으로 몇 분에 걸쳐 핥았다. 이런 처치를 받을 부상 개미의 10%만이 사망했다. 돌봄을 받지 못한 부상 개미의 80%가 죽은 것과 대조된다. 주 저자인 에릭 프랑크 이 대학 행동생태학자는 “추정하기론 이런 행동이 상처 부위를 깨끗이 하거나 침과 함께 항생물질을 분비해 상처가 세균이나 곰팡이에 감염되는 것을 막아주는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Megaponera_Major_with_termites,_s.jpg » 치열한 전투를 해야만 살아가는 마테벨레 개미의 구조와 치료 행동은 사회성 곤충의 단순하면서도 복잡한 세계를 잘 보여준다. 에릭 프랑크 제공.

마테벨레 개미의 이런 행동에는 항생제 치료 여부 말고도 규명할 것이 많다. 연구자들은 “개미들은 부상 부위를 어떻게 아나? 상처 치료를 언제 중단할지 어떻게 아나? 이런 행동의 목적이 감염 예방인가 치료인가?” 등의 질문을 후속 연구를 위해 제기했다.

동물 가운데 부상한 동료를 구조해 치료하는 종은 사람 말고는 알려진 것이 없다. 프랑크는 “개미 사회가 멋진 것은 자신이 하는 일에 관한 인지나 지식 없이도 복잡하고 정교한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Frank ET, Wehrhahn M, Linsenmair KE. 2018 Wound treatment and selective help in a termite-hunting ant. Proc. R. Soc. B 285: 20172457. http://dx.doi.org/10.1098/rspb.2017.2457

ET Frank, T. Schmitt, T. Hovestadt, O. Blackhead, J. Stiegler, KE Linsenmair, Saving the injured: Rescue behavior in the termite hunting ant Megaponera analis. Science Advances 3, 12 April 2017, e1602187 (2017).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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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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