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청개구리가 벼포기 움켜쥐고 노래하게 된 이유

조홍섭 2018. 04. 30
조회수 10675 추천수 0

청개구리와 경쟁에 밀린 수원청개구리

위험한 논 안에서 저녁 시간 번식행동


512 (1).jpg » 논 한가운데에서 벼포기를 움켜쥐고 초저녁에 노래하는 수원청개구리. 논둑을 차지한 청개구리에게 밀려 위험한 장소와 시간에 번식행동을 한다. 장이권 교수 제공


수원청개구리와 청개구리는 생긴 모습이나 행동, 서식지가 매우 비슷하다. 그러나 수원청개구리는 보존등급이 가장 높은 1급 멸종위기종으로 서해안을 중심으로 극히 일부 지역에만 살고 청개구리는 전국에 분포한다. 비슷한 두 개구리가 어떻게 다른 운명에 놓이게 됐을까.


장이권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 등 연구진은 두 청개구리의 행동생태 연구를 통해 한가지 대답을 제시했다. 청개구리와의 경쟁에 밀려 수원청개구리가 멸종의 길로 들어섰다는 것이다.

두 청개구리는 한곳에 살지만, 행동이 미묘하게 다르다. 청개구리는 나무줄기에서 쉬다 저녁 7시쯤 해가 지면 논둑 근처에서 노래하며 번식행동을 한다. 반면 수원청개구리는 나무 밑동에서 쉬다가 오후 4시쯤 논 가운데로 가 벼포기를 움켜쥐고 짝을 찾는다. 청개구리는 부근 산에서 겨울잠을 자지만 수원청개구리는 논을 떠나지 않는다.

512.jpg » 청개구리는 한반도 전역을 포함해 동북아에 널리 분포한다. 성격이 대담하며 자극에 반응이 빠르고 인내력이 강한 편이다. <한겨레> 자료사진

장 교수는 “청개구리가 해가 진 뒤 노래하는 것은 천적을 피하기 위해서인데, 수원청개구리가 적합하지 않은 때 번식행동을 하는 건 경쟁에서 밀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개구리의 천적은 논둑에서 뱀이고 논 안에서는 백로와 왜가리 등 물새다. 뱀은 동작을 멈추고 숨어 피할 수 있지만, 물새는 전속력으로 달아나 수초 밑에 숨어야 한다. 새가 활동하는 시간에 논둑보다 위험한 논 안으로 밀린 건 치명적이다. 청개구리를 제거한 실험에서 수원청개구리는 논 안에서 논둑 쪽으로 이동했지만, 수원청개구리가 없어도 청개구리는 이동하지 않은 건 이를 뒷받침한다.

또 수원청개구리가 전반적으로 소심하고 자극에 대한 반응이 느리며 인내력이 약하지만, 청개구리는 대범하고 반응이 빠르며 강인한 특성을 보였다. 연구자들은 이런 차이가 수원청개구리의 경쟁력을 갉아먹어 결국 좁은 서식지로 밀려난 것으로 해석했다.

512 (2).jpg » 장이권 교수와 시민이 구성한 ‘수원청개구리 탐사대’가 2012년 6월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망포동의 한 아파트단지 주변에서 수원청개구리를 조사하고 있다. 조홍섭 기자

수원청개구리는 경쟁에 밀린 데 이어 청개구리와의 교잡을 통해 유전적으로 흡수되고 있는 사실도 드러났다. 두 청개구리는 200만∼700만년 전 두 종으로 갈라져 나왔다. 최근 사람에 의한 습지 감소와 농약 사용으로 수원청개구리의 서식 환경은 더욱 나빠졌다. 

장 교수는 “수원청개구리는 개체군이 점차 감소하는 데다 어느 서식지도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지 않아 앞으로 10년 안에 멸종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Amaël Borzée, Ai-Yun Yu & Yikweon Jang (2018): Variations in boldness, behavioural and physiological traits of an endangered and a common hylid species from Korea,
Ethology Ecology & Evolution, DOI: 10.1080/03949370.2018.1441192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소가 풀 뜯을 때 진딧물은? 땅으로 뛰었다 업혀 복귀소가 풀 뜯을 때 진딧물은? 땅으로 뛰었다 업혀 복귀

    조홍섭 | 2018. 12. 12

    대형 초식동물 접근하면 80%가 ‘점프’로 먹힐 위험 피해새끼는 걸음 빠른 성체 등에 업혀 숙주식물로 돌아가진딧물이 포식자를 피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상대를 피해 잎이나 줄기 건너편으로 걸어 피하거나 아예 땅바닥으로 몸을 던지는 것이다...

  • ‘생존률 75%’ 보르네오 개구리…비결은 아빠의 헌신‘생존률 75%’ 보르네오 개구리…비결은 아빠의 헌신

    조홍섭 | 2018. 12. 11

    보르네오 개구리 수컷, 알 지키고 올챙이 업어 웅덩이 정착까지 ‘책임’ ‘성 역할 역전’…여러 암컷이 수컷 확보 경쟁, 암컷이 더 자주 울기도동물계에는 수컷이 ‘좋은 아빠’이자 ‘충직한 남편’ 노릇을 하는 종이 여럿 있다. 해마는 대...

  • 요즘 같은 기후변화가 사상 최악 멸종사태 불렀다요즘 같은 기후변화가 사상 최악 멸종사태 불렀다

    조홍섭 | 2018. 12. 07

    수온 10도 상승, 신진대사 빨라지는데 산소농도는 낮아져 떼죽음적도보다 고위도 지역 멸종률 커…현재 지구온난화와 같은 메커니즘적도 바다의 수온이 10도나 높아졌다. 바닷속의 산소농도는 80%나 줄었다. 삼엽충 등 바다 생물들은 숨을 헐떡이며 ...

  • 쥐라기 어룡, 온혈동물로 위장 색 띠었다쥐라기 어룡, 온혈동물로 위장 색 띠었다

    조홍섭 | 2018. 12. 06

    피부 화석 정밀분석 결과 지방층·색소 분자 확인깊고 찬물서 사냥, 태생…피부는 고래처럼 매끈원시 포유류 일부는 육지를 버리고 바다로 가 돌고래로 진화했다. 포유류가 출현하기 훨씬 전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파충류의 조상 중 일부가 바...

  • 물고기는 왜 낚시를 못 피하나, 구석기 때부터 쭉물고기는 왜 낚시를 못 피하나, 구석기 때부터 쭉

    조홍섭 | 2018. 12. 04

    낚시·그물·함정 등 어구는 감지·인식·학습 불허하는 ‘슈퍼 포식자’진화시킨 포식자 회피법 무력화…“물고기가 회피·학습하는 어업 필요”인류는 구석기 시대부터 물고기를 주요 식량으로 삼았다. 수 오코너 오스트레일리아 고고학자 등은 2011년 동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