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 배설물은 강 생태계에 보물일까 재앙일까

조홍섭 2018. 05. 21
조회수 9473 추천수 0
물고기 주요 먹이지만 건기 오염 축적되만 ‘오염 폭탄’
자연스런 현상이었지만 인위적 요인 겹치면 회복 불능

h-1-1.jpg » 말라가는 강 웅덩이에 모인 하마 무리. 물은 배설물로 오염돼 생물이 거의 살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 이런 일은 대형 초식동물이 사는 곳에서 자연스런 현상으로 가뭄이 끝나면 생태계가 회복했다. 그러나 인위적 요인이 더하면 어떻게 될까. 키넌 스티어스 제공.

몸무게가 1t이 넘어 아프리카에서 코끼리, 코뿔소와 함께 가장 큰 초식동물인 하마는 밤 동안 초원지대를 돌아다니며 하루에 50㎏에 이르는 식물을 먹는다. 동이 터 강으로 돌아온 하마는 따가운 햇볕을 피하며 물에서 느긋하게 지내는데, 아직 분해되지 않은 식물질로 이뤄진 다량의 배설물을 물속에 흩트린다. 하마의 배설물은 강에 사는 물고기와 곤충, 그리고 물고기를 잡아 단백질원으로 삼는 주변 주민에게 매우 중요한 구실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물 먹는 하마, 물고기에 밥으로 ‘보답’한다).

그러나 하마와 하천 생태계의 관계가 늘 이렇게 원만한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케냐 마라 강에서는 마치 하수처리 시설이 부족한 도심 하천처럼 하마 배설물이 극심한 수질오염을 일으켜 종종 물고기 떼죽음 사태가 빚어진다. 여기에 인위적 영향으로 강의 유량이 줄어들면 상황은 더욱 나빠져, 하천 생태계가 회복 불능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탄자니아에서 제기됐다.

미국 연구자들은 케냐 마사이마라 국립 보호구역을 흐르는 마라 강에 서식하는 하마 4000마리가 수질에 끼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위험한 맹수로 꼽히는 하마 연구는 쉽지 않았다. 연구자들은 원격 조정 보트에 센서를 부착해 하마 웅덩이의 수질을 측정했다.

h2.jpg » 마라강 하마 서식지의 수질을 무인 모터에 설치한 센서로 측정하고 있다. 아만다 수발루스키 제공.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 16일 치에 실린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하마의 배설물이 강을 오염시켜 하류에 저산소 상태와 물고기 떼죽음을 일으킨다”고 밝혔다. 마라 강의 하마는 하루 36t의 배설물을 하천에 풀어놓는데, 미생물이 이를 분해하는 과정에서 물속에 녹아있는 산소가 줄어들고 또 분해과정에서 생기는 암모니아와 황화물이 물고기에 독성을 끼친다. 

가뭄 때 상황은 더욱 나빠진다. 공동저자인 엠마 로시 미국 캐리 생태계 연구소 연구원은 “건기에 산소가 부족한 물이 하마 웅덩이에 축적되는데, 간헐적인 호우로 하류에 쓸려내려 가면 갑작스러운 산소고갈 상태가 생기면서 그곳의 물고기가 떼죽음한다”라고 이 연구소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연구자들은 지난 3년 동안 171개 하마 웅덩이를 조사했는데 호우로 산소가 고갈된 물이 쏟아져 내려가는 일을 49번 확인했고, 5년에 걸쳐 물고기 떼죽음 사태가 9번 일어났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떼죽음한 물고기는 독수리나 악어 등 청소동물의 먹이가 된다.

h3.jpg » 강물의 유량이 넉넉할 때 하마의 배설물은 강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요긴하게 쓰인다. 탄자니아 그레이트 루아하 강의 우기 때 하마 서식지 모습. 키넌 스티어스 제공.

인위적 오염이 없는 곳에서 벌어지는 이런 오염 사태는 아프리카 하천 생태계의 일반적인 양상일 수 있다고 연구자들은 주장했다. 주 저자인 크리스토퍼 더튼 미국 예일대 생태학자는 “손때 묻지 않은 강에서는 산소고갈 사태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대형 야생동물 집단이 사라진 곳을 오래 연구했기 때문”이라며 “(하마가 있는) 마라 강의 생태계는 사람의 영향 이전 생태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 과거를 보여주는 창인 셈”이라고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그렇지만 하마가 사는 아프리카의 강이라도 사람의 영향을 받는 곳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키넌 스티어스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터바바라 캠퍼스 생태학자 등 국제 연구진은 과학저널 ‘미국학술원 회보(PNAS)’ 14일 치에 실린 논문에서 탄자니아의 그레이트 루아하 강 하마 서식지를 분석했다. 이 강은 산림벌채와 상류에서의 물 사용이 많은 농업 개발, 기후변화 등의 이유로 1993년부터 건기에 물 흐름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고인 하마 웅덩이의 수질오염이 가속했고 극소수의 물고기와 곤충만 살아남았다.

hippo4_Brian Snelson -Hippopotamus_amphibius_-San_Diego_Zoo,_California,_USA_-under_water-8a.jpg » 하마의 배설물은 틸라피아 등 강에 사는 물고기의 먹이가 되고, 이 물고기는 다시 인근 주민의 중요한 단백질 원이 된다. 강의 생태적 순환을 지탱할 수 있는 관리가 필요하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스티어스는 “우기에 생태계는 회복된다. 그러나 조속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강 건조화와 하마 배설물로 인한 부영양화는 장기적으로 생물 종의 상실로 이어질 것”이라고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수질오염의 영향은 강의 물고기에 의존하는 지역주민에게로 이어진다. 주민들은 하마 배설물을 먹고 자라는 틸라피아를 주로 어획하는데, 건기에 이 물고기의 양은 41%나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Christopher L. Dutton et al, Organic matter loading by hippopotami causes subsidy overload resulting in downstream hypoxia and fish kills, Nature Communications, volume 9, Article number: 1951 (2018) doi:10.1038/s41467-018-04391-6

Keenan Stears et al. Effects of the hippopotamus on the chemistry and ecology of a changing watershed,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http://www.pnas.org/cgi/doi/10.1073/pnas.1800407115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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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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