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 비행 비결은 극미세 거미줄과 공기점성 이용

조홍섭 2018. 06.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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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 천분의 일 두께 거미줄 60가닥 펼쳐 비행

나노 거미줄 길게 펼쳐 공기 점성력 모아 상승기류 타


a1.jpg » 거미는 미세한 거미줄과 바람의 미세한 난류를 이용해 비행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비행 직전 나노 거미줄을 뿜어내는 게거미. 조문성, 베를린공대 제공.

해저화산 폭발로 대양에 새로 생긴 섬에서 처음 발견되는 생물은 십중팔구 거미이다. 거미는 수백㎞ 거리와 4500m 상공으로 ‘비행’하는 이동능력을 지녔기 때문이다(▶관련 기사: 공중확산 거미, 항해도 능숙…다리는 돛, 거미줄은 닻). 찰스 다윈은 1832년 비글호를 타고 아르헨티나 해안에서 100㎞쯤 떨어진 바다 한가운데를 항해하다 하늘에서 수천 마리의 붉은 거미가 배 위로 떨어져 내렸던 특별한 경험을 그의 항해기에 남기기도 했다. 생물의 장거리 이동은 진화의 비밀을 밝히는 데 중요하다.

거미는 알집에서 많은 새끼가 깨어났을 때, 또는 성체가 먹이나 짝을 찾아 새 서식지를 찾을 때 비행을 시도한다. 이륙에는 두 가지 자세가 있다. 바람이 잘 부는 나뭇잎이나 나뭇가지 끝에 올라 배 끝을 하늘로 최대한 쳐드는 ‘발도돔’ 자세와 거미줄에 매달린 상태에서 비행을 시도하는 ‘표류’ 자세가 그것이다.

두 자세 비행의 핵심은 낙하산 모양의 거미줄이다. 적당한 바람이 불 때 배에서 기다란 거미줄을 뿜어 충분한 부력을 얻으면 몸을 실어 날아간다. 그러나 지금까지 거미의 비행에는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가 있었다. 새끼 거미뿐 아니라 비교적 몸집이 큰 거미도 비행에 나서는데, 별로 바람이 세게 불지 않는데도 너끈히 비행을 한다는 것이다. 그 비밀을 밝힌 연구결과가 나왔다.

Rothamsted Research_060712_erigone_spiders_02.jpg » 이동을 위해 잎사귀 끝에 올라간 거미. 거미가 산들바람의 미묘한 난류를 이용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로탐 스테트 연구소 제공.

조문성 독일 베를린 공대 박사과정생 등 이 대학 연구자들은 현장 관찰과 풍동 실험을 통해 거미 비행의 메커니즘을 상세히 밝혔다. 과학저널 ‘플로스 생물학’ 14일 치에 실린 논문에서 이들은 참게거미 속 거미가 이륙 직전 적극적으로 풍속을 평가하는 행동을 하며, 몸을 고정할 때 쓰는 거미줄보다 훨씬 가는 나노섬유 거미줄을 50∼60가닥 풀어 비행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또 비교적 몸집이 무거운 거미라도 풍속 1.5∼3.3m/초의 약한 바람에서 소규모 소용돌이를 타고 비행에 충분한 상승력을 얻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자들의 현장 관찰을 통해 이제까지 거미가 수동적으로 센 바람을 기다려 날아오른다는 통념이 사실과 다름을 밝혔다. 게거미는 이동에 앞서 “바람의 상태를 적극적으로 평가한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먼저 이륙지점에서 바람의 상태를 다리에 난 강모로 느낀다. 괜찮다 싶으면 앞다리를 하나 또는 두 개 들어 올려 8초쯤 풍속을 잰다. 적당한 이륙조건이 갖춰졌다고 생각하면 자세를 바꿔 꽁무니를 바람 아래 방향으로 올린 뒤 지름 121∼323㎚(나노미터, 1㎚는 10억분의 1m)의 거미줄을 50∼60가닥 공중으로 펼친다. 바람에 날린 거미줄은 서로 엉키지 않고 연처럼 삼각형 모양의 연처럼 떠올라 몸을 공중에 띄운다.

거미 비행1.jpg » 거미가 풍속을 평가하는 연속 동작. A. 강모로 바람을 느끼다가 B. 다리를 들어올려 좀 더 적극적으로 평가하고 C. 괜찮다면 자세를 바꿔 D. 꽁무니를 바람 부는 쪽으로 돌린다. 조문성 외 (2018) ‘플로스 바이올로지’ 제공.

조 씨는 “우리가 관찰한 게거미의 비행 전 행동을 관찰하면, 이륙 전 기상조건을 평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거미의 공중 비행은 바람에 되는 대로 몸을 내맡기는 것이 아니라 생산적인 여행에 최적 조건이 무르익었을 때 이뤄지는 것”이라고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연구자들은 이번 실험에 제법 몸이 큰 무게 25㎎의 게거미를 썼다. 그런데도 강풍이 아니라 미풍이 불 때 거미가 너끈히 이륙할 수 있다는 것은 이번 연구의 또 다른 성과이다. 연구자들은 논문에서 이 부분을 이렇게 요약했다.

“거미는 마이크로 스케일의 유체역학을 이용해 약한 상승기류를 가지고도 공중에 떠 있을 수 있다. 측정결과 거미는 교란된 바람 속에서 나타나는 상승기류를 이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왜 거미가 풍속이 낮을 때 비행에 나서는지를 설명해 줄 것이다. 상승기류는 종종 풍속이 낮을 때 나타난다.”

거미 비행2.jpg » 나노 거미줄을 공중으로 뿜어 이를 낙하산처럼 이용해 날아오르는 연속 동작. 조문성 외 (2018) ‘플로스 바이올로지’ 제공.

조씨는 한겨레에 보내온 이메일을 통해 거미가 어떻게 상승기류를 이용하는지에 대해 “(햇볕이 땅위의 공기를 데우면서 생기는) 열 상승기류는 지면에서 100m 이상인 곳에서 주로 나타고, 지면에서는 난류에 의해 유도된 상승기류가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바람이 불면 고도가 높을수록 바람이 센데, 위 바람은 세고 아래 바람은 약하니까 두 공기층이 서로 섞이려 한다. 따라서 어느 곳에서는 하강기류가, 다른 곳에서는 상승기류가 생겨 난류가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거미의 비행은 다른 곤충과 달리 공기의 관성이 아니라 점성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다르다”며 거미 비행의 유체역학적 특성을 강조했다. 곤충은 날갯짓으로 날개 위에 소용돌이를 일으켜 양력을 발생시켜 비행한다. 공기의 관성을 이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거미는 머리카락 지름의 1000분의 1인 극미세 실의 특성을 이용한다. 조씨는 “이런 마이크로의 세계에서는 공기의 관성보다는 끈적끈적한 성질인 점성이 지배적이 된다”며 “점성력은 매우 작지만 거미가 충분한 길이와 개수의 실을 뽑아 미세한 점성력을 모은다면 상승기류를 타고 공중에 떠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Cho M, Neubauer P, Fahrenson C, Rechenberg I (2018) An observational study of ballooning in large spiders: Nanoscale multifibers enable large spiders' soaring flight. PLoS Biol 16 (6): e2004405. https://doi.org/10.1371/journal.pbio.2004405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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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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