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왜 ‘뾰족한 발톱’ 대신 ‘넓적한 손톱’ 갖게 됐나

조홍섭 2018. 0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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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 영장류 ‘털고르기 발톱’ 보유, 이후 사회생활 진화로 손톱 전환
여우원숭이 등 일부 영장류는 아직도 둘째 손가락에 발톱 남아

f1.jpg » 영장류는 포유류 가운데 특이하게 손가락과 발가락에 뾰족한 발톱이 아닌 넓적한 손톱이 달렸다. 예외 가운데 하나인 로리스원숭이의 검지에는 ‘털고르기 발톱’이 있다. 가장 오랜 원숭이 조상의 화석에서도 이 발톱이 발견됐다. 크리스텐 그레이스, 플로리다 박물관 제공.

사람을 비롯해 침팬지, 오랑우탄, 다양한 원숭이를 가리키는 영장류는 포유류 가운데 두뇌가 크고 시각이 발달했다는 특징이 있다. 또 하나 두드러진 차이는 다른 포유류가 손과 발에 뾰족한 발톱이 나 있지만 영장류에는 넓적하고 평평한 손톱이 달렸다는 점이다.

영장류의 발톱이 언제, 어떻게, 왜 손톱으로 바뀌었는지는 진화생물학의 오랜 수수께끼 가운데 하나다. 이제까지의 통설은 영장류의 첫 조상이 손가락을 정교하게 쓰는 쪽으로 진화하면서 이런 전환이 한꺼번에 이뤄졌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 새로운 화석을 분석해 이런 전환이 훨씬 복잡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둑 보이어 미국 듀크대 진화인류학과 교수 등 미국 연구자들은 ‘인간 진화 저널’에 실린 논문에서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발견한 일련의 원시 영장류 손가락뼈 화석을 분석한 결과 원시 영장류가 넓적한 손톱과 함께 뾰족한 발톱도 함께 지닌 것으로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f2.jpg » 와이오밍 주에서 발견된 5600만년 전 원시 영장류의 손가락뼈 화석. 왼쪽이 털고르기 발톱이고 오른쪽이 넓적한 손톱이다. 크리스텐 그레이스, 플로리다 박물관 제공.

발톱은 털을 고르는 데 손톱보다 유리하다. 그리고 털 고르는 일은 단지 잘 보이기 위한 치장을 넘어선다. 빽빽한 포유류의 털에는 진드기와 이를 포함해 수많은 기생충이 서식한다. “이런 해충을 제거할 특별한 발톱을 갖는 건 진화적으로 이득일 것”이라고 보이어 교수는 플로리다대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실제로 현생의 일부 영장류는 이런 ‘털고르기 발톱’을 손톱과 함께 간직하고 있다. 안경원숭이와 로리스원숭이, 갈라고원숭이는 검지 끝에 넓적한 손톱 대신 뾰족한 발톱이 나 있고, 안경원숭이는 검지와 중지에 나 있다.

f3.jpg » 안경원숭이의 일종이 열매를 쥐고 있다. 손톱은 움켜쥐는 데 편하지만 홀로 털을 고르기 위해 ‘털고르기 발톱’을 간직한다. 아르잔 하번캄프,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그렇다면 인간을 포함한 대부분의 영장류는 왜 이런 중요한 기관을 포기했을까. 보이어 교수는 “털고르기 발톱을 잃은 건 아마도 더 복잡한 사회 네트워크와 함께 사회적 털고르기가 늘어난 결과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외톨이 생활을 하는 티티원숭이와 올빼미원숭이는 사라진 털고르기 발톱을 나중에 다시 진화시켰다. 털고르기 발톱은 5600만년 전 초기 영장류의 가장 큰 특징의 하나였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이후 그 유용성 덕분에 여러 차례 독립적으로 진화하기도 했다.

연구자들은 서로 털을 골라주는 사회생활의 진화와 함께 혼자 털을 고를 때 필요한 털고르기 발톱의 중요성이 줄어들었고, 이후 걸리적거리는 발톱보다 나무를 타고 뛰어오르며 물건을 붙잡는 데 훨씬 편한 손톱으로 전환하는 진화가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Boyer, D.M., et al., Oldest evidence for grooming claws in euprimates, Journal of Human Evolution (2018), https://doi.org/10.1016/j.jhevol.2018.03.010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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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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