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은 괴로워…피 빠는 모기, 눈물 빠는 나방

조홍섭 2018. 09. 28
조회수 6085 추천수 1
소금과 단백질 섭취 위해…무기력한 밤중에 대롱 삽입
악어, 거북, 사람 눈물도 섭취하는 나비·나방·벌 보고돼

moraes-1.jpg » 잠자는 개미잡이새의 목에 앉아 기다란 대롱을 뻗어 눈물을 빠는 나방. 가슴에는 모기가 붙어 있다. 모라에스 (2018) ‘생태학’ 제공.

땀에 젖은 등산복에 나비가 날아와 앉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땀 속 염분과 단백질을 빨아먹으려는 행동이다. 나비나 나방은 미네랄을 보충하기 위해 축축한 땅이나 동물의 배설물, 사체 등에 종종 내려앉는다. 동물의 두 눈도 예외가 아니다. 눈은 미네랄과 단백질이 듬뿍 든 액체가 솟아나는 두 개의 작은 웅덩이일 테니까.

t2.jpg » 타이의 침 없는 꿀벌이 사람 눈물을 섭취하고 있다. 눈동자 아래 5마리, 위 1마리가 보인다. 한스 벤지거 외 (2009) ‘캔사스 생태학회지’ 제공.

소 등 포유류의 눈은 크고 눈물이 샘솟는 훌륭한 장소이다. 사람 눈에 덤벼들어 눈물을 빠는 꿀벌도 발견됐다. 그러나 눈물을 먹는 곤충의 표적은 포유류에 그치지 않는다.

코스타리카 생태학자들은 열대림에서 해바라기를 하는 중·남아메리카 악어인 카이만에 나비와 벌이 날아들어 ‘악어의 눈물’을 핥는 모습을 관찰해 과학저널 ‘생태학과 환경 최전선’에 보고했다. 이 잡지에는 에콰도르 생태학자들이 아마존 강 민물 거북의 눈물을 먹는 나비를 보고한 바 있다(▶관련 기사: 아마존 우림 나비, 거북 눈물 좋아해).

amalavida.tv_A_butterfly_feeding_on_the_tears_of_a_turtle_in_Ecuador_(cropped_to_butterfly).jpg » 아마존 민물거북의 눈물을 빠는 나비. amalavida.tv,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t3.jpg » 코스타리카 열대림에서 카이만의 눈물을 빠는 나비. 아만다 로사 제공.

악어나 거북보다 동작이 빠른 새는 눈물을 빨기에 적당하지 않은 대상이다. 그러나 이런 통념을 깨고 독일 생물학자 롤란트 힐가르트너 등은 마다가스카르에서 잠자는 새의 눈에 대롱처럼 생긴 주둥이를 넣고 눈물을 빠는 나방을 발견해 2007년 ‘바이올로지 레터스’에 처음으로 보고했다. 이 나방은 보통 과일이나 다른 동물의 피를 빠는데, 밤중에 잠자는 새를 공격했다. 주둥이 끝에는 미늘이 여러 개 달려있어 눈꺼풀 속에 일단 걸면 잘 빠지지 않는 구조였다.

t4.jpg » 새의 눈물을 빠는 나방을 처음 보고한 마다가스카르의 숲. 오른쪽 위를 확대한 모습이 오른쪽 아래 사진이다. 힐가르트너 외 (2007) ‘바이올로지 레터스’ 제공.

2007-1.jpg » 새의 눈동자에 고정하기 위해 미늘이 난 나방의 대롱 입 모양. 힐가르트너 외 (2007) ‘바이올로지 레터스’ 제공.

2015년엔 브라질 생물학자 이반 사지마가 콜롬비아 구역의 아마존 강에서 밤나방 상과의 대형 나방이 물총새의 눈물을 핥는 모습을 발견해 학계에 보고했다. 최근 이 발견지로부터 500㎞ 떨어진 브라질 아마존 강에서 새로운 사례가 나왔다. 브라질 국립 아마존연구소 생태학자 레안드루 모라에스는 과학저널 ‘생태학’ 최근호에 실린 기고문을 통해 대형 나방이 개미잡이새의 눈물을 핥는 모습을 2차례에 걸쳐 관찰했다고 밝혔다.

t5.jpg » 아마존 강 콜롬비아 유역에서 발견된 잠자는 물총새의 눈물을 빠는 나방. 이반 사지마 (2015) ‘브라질 조류학회지’ 제공.

모라에스는 “목에 앉은 나방이 대롱 주둥이를 길게 내어 이리저리 더듬으며 눈 부위로 접근한 뒤 눈 속에 집어넣었다”며 “새는 나방의 이런 행동을 개의치 않는 듯 움직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새는 나방의 존재를 아는 것 같았지만, 눈만 껌벅일 뿐 특별한 저항을 하지 않았다. 모라에스는 “밤에 기온이 떨어져 새가 무기력한 상태에 빠져 있었고, 나방은 새의 목에 앉아 멀찍이 긴 대롱을 뻗어 눈물을 빨아 새를 덜 교란했다”고 설명했다.

잠자리 개미잡이새의 눈물을 빠는 나방 영상. ‘사이언스 매거진’ 제공.

나방은 눈물로부터 귀한 소금기와 알부민 등 200종이 넘게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진 단백질을 섭취한다. 그렇다면 새들은 나방으로부터 어떤 혜택을 볼까. 모라에스는 “눈물을 섭취함으로써 나방은 비행과 생식에 도움을 받지만, 새가 얻는 직접 이득은 없어 보인다”며 “오히려 감염 가능성이 커진다”고 밝혔다. 그는 “나방의 새 눈물 섭취가 매우 드물게 관찰되고 있지만, 관찰의 어려움을 고려하면 더 많은 사례가 있을 수 있다”며 시민 과학의 기여를 기대했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Leandro João Carneiro de Lima Moraes, Please, more tears: a case of a moth feeding on antbird tears in central Amazonia, Ecology, doi: 10.1002/ecy.2518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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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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