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 먹여 새끼 키우는 거미가 발견됐다

조홍섭 2018. 12.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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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서 포유동물 비견되는 깡충거미 육아 행동 발견
젖에 우유보다 단백질 4배…수유가 생존율 높여

n1.jpg » 새끼를 젖을 먹여 돌보는 깡충거미의 일종 암컷(왼쪽)과 둥지에서 새끼에게 젖을 먹이는 모습. 천장치 외 (2018) ‘사이언스’ 제공.

‘포유류’는 새끼가 자라 스스로 살아갈 수 있을 때까지 젖을 먹여 기르는 동물을 가리킨다. 특히 사람처럼 오래 사는 사회성 포유류는 이런 육아 기간이 매우 길다.

이런 통념을 깨는 무척추동물이 발견됐다. 중국에 서식하는 깡충거미의 일종(학명: 톡세우스 마그누스 Toxeus Magnus)은 새끼를 젖을 먹여 기르고 성적으로 성숙할 때까지 장기간 돌보는 것으로 밝혀졌다.

n2.jpg » 수유하는 깡충거미 성체 수컷(A, B), 성체 암컷(C), 성별 구분이 어려운 아성체(D). 천장치 외 (2018) ‘사이언스’ 제공.

천장치 중국 윈난 과학아카데미 생물학자 등 중국 연구자들은 30일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에서 개미를 흉내 내는 이 깡충거미가 “기능적으로나 행동적으로 포유동물의 수유와 비견된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또 “이번 연구로 젖을 먹여 기르고 장기간 돌보는 포유류와 같은 행동이 동물계 특히 무척추동물에 흔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젖을 먹여 새끼를 기르는 행동이 포유류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비둘기나 플라밍고, 일부 펭귄은 새끼에게 젖 비슷한 액체를 게워 먹인다. 또 오대산에서 발견된 산바퀴처럼 젖과 비슷한 액체를 분비해 새끼에게 먹이는 곤충도 있다. 어떤 물고기는 피부의 점막을 새끼에게 먹이기도 한다. 그러나 돌봄의 강도와 기간은 깡충거미와 견줄 수 없다.

n3.jpg » 플라밍고도 새끼에게 일종의 젖을 입으로 토해 먹인다. 로빈 뮐러,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연구자들이 실험실에서 관찰한 결과, 이 거미는 둥지에 소수의 알을 낳고 새끼가 깨어나면 1주일 동안 둥지 바닥에 액체를 떨어뜨려 새끼가 핥아먹게 한다. 이후 새끼들은 어미 배 윗부분의 산란관에서 젖을 빨며 자란다. 젖에는 우유보다 4배나 많은 단백질을 비롯해 지방과 당분이 들어있다. 수유는 새끼의 몸길이가 어미의 80%까지 자라 성적으로 성숙하는 생후 40일까지 계속됐다.

연구자들은 “이 거미는 (포유류의 젖꼭지처럼) 수유를 위한 전문화한 기관이 따로 있다는 점에서 영양물질을 새끼에게 흘려보내는 바퀴와 구별된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또 “이런 젖 분비는 번식이 아니라 새끼에게 먹이기 위해 여분의 알을 낳는 데서 진화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젖에 단백질 함량이 높고 산란관을 젖꼭지로 쓴다는 점이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n4.jpg » 어미의 수유 기관 위치(A)와 젖을 분비하는 모습(오른쪽 원형 부분). 천장치 외 (2018) ‘사이언스’ 제공.

새끼는 생후 20일까지는 오로지 어미의 젖만 먹고, 이후 40일까지는 낮에는 밖에서 사냥하다 밤에 둥지로 돌아와 어미의 젖을 빨았다. 그러나 젖을 떼고 나서도 20일 동안 새끼는 밤이 되면 둥지에 돌아와 어미의 보살핌을 받았다.

그렇다면 어미의 수유와 보살핌이 이 거미에게 어떤 이득을 주는 걸까. 연구자들이 어미 거미의 젖 분비를 막았더니 새끼는 10일 뒤 모두 죽었다. 새끼는 막아놓은 어미의 젖을 먹으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전적으로 젖에 의존하는 기간인 20일이 지난 뒤 젖 분비를 막는 실험에서는 새끼들이 죽지는 않았지만, 성장이 더뎠다.

어미는 둥지에서 새끼의 배설물을 치우고 새끼에 기생충이 끼지 않도록 돌본다. 그 덕분에 알에서 깬 새끼의 76%가 생존했다. 그러나 어미가 돌보지 않은 새끼의 생존율은 50%로 떨어졌다.

연구자들은 “무척추동물에서 장기간의 모성보호가 진화한 것은 복잡하고 거친 환경에 대응해 새끼가 독립 전까지 사냥과 포식자 회피 능력을 갖추도록 하기 위해서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번 연구를 계기로 모유 수유의 진화를 동물계 전반에서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Zhanqi Chen et al, Prolonged milk provisioning in a jumping spider, Science, 30 NOVEMBER 2018 • VOL 362 ISSUE 6418, DOI: 10.1126/science.aat3692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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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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