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왜 낚시를 못 피하나, 구석기 때부터 쭉

조홍섭 2018. 12. 04
조회수 4322 추천수 1
낚시·그물·함정 등 어구는 감지·인식·학습 불허하는 ‘슈퍼 포식자’
진화시킨 포식자 회피법 무력화…“물고기가 회피·학습하는 어업 필요”

f1.jpg » 스리랑카 어민들이 전통어법으로 물고기를 낚고 있다. 낚시는 물고기가 진화시켜 온 포식자 회피법을 무력화시킨다. 게티이미지뱅크

인류는 구석기 시대부터 물고기를 주요 식량으로 삼았다. 수 오코너 오스트레일리아 고고학자 등은 2011년 동남아 동티모르의 동굴에서 4만2000년 전 주민들이 먼바다로 나가 물고기를 잡던 유적을 발굴했다고 밝혔다. 발굴된 것 가운데는 세계 최초의 낚싯바늘도 있었다. 조개껍데기로 만든 이 낚싯바늘은 2만3000∼1만6000년 전의 것으로 농어과 물고기 어획량이 급증한 시기와 일치했다.

그런데 13∼16세기 남태평양 쿡 제도 원주민이 여울멸을 낚기 위해 사용한 진주조개 껍데기로 만든 낚싯바늘과 20세기 같은 제도에서 발굴한 금속 낚싯바늘을 보면 동티모르 것과 형태가 거의 같다.

f2.jpg » 동티모르에서 발견된 세계 최고의 조개로 만든 낚싯바늘. 부러진 형태이다. 수 오코너 외 (2011) 사이언스 제공
.
이처럼 수백 년 동안, 또는 기본적으로 수만 년 동안 낚싯바늘이 비슷한 모습을 유지한 것은 어부가 게을러서가 아니라 그걸로도 물고기가 늘 잘 잡혔기 때문이다. 낚시, 그물, 함정 어구는 인류의 오랜 물고기 사냥 도구이다. 물고기는 왜 이런 어구 피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을까.

f3.jpg » 쿡 제도에서 발굴된 진주조개로 만든 낚싯바늘(a, b), 20세기 초 금속 낚싯바늘(C), 같은 장소의 20세기 후반 금속 바늘(d, e)과 조개껍데기 바늘(f). 마크 미칸 외 (2018), ‘생태학 및 진화’ 제공.

그 이유를 “포식자-피식자 사이의 관계를 전복시키는 독특한 특성”이 있는 사람의 어구에서 찾은 연구 결과가 나왔다. 마크 미칸 오스트레일리아 해양학자 등 국제 연구진은 과학저널 ’생태학과 진화 최전선’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사람의 어법은 물고기가 포식자를 감지·인식하고 학습해서 회피하지 못하게 한다”며 “사람은 (물고기에게) 보이지 않는 포식자”라고 주장했다.

물고기는 멍청하거나 원시적이어서 사람에게 쉽사리 붙잡히는 게 아니다. 동물행동학자 조너선 밸컴은 자신의 책 ‘물고기는 알고 있다’(양병찬 옮김/에이도스)에서 “물고기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똑똑하며,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인간과 닮았다”고 밝힌 바 있다. 

연구자들은 “사람의 어법이 물고기가 진화를 거치며 터득한 포식자 피하는 법을 무력화시켰다”고 밝혔다. 크기로 포식자를 알아보는 법, 포식자 감지 능력, 포식자 학습법은 어구에 적용되지 않는다. 그 결과 물속에서는 똑똑한 물고기이지만 사람의 어구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f4.jpg » 베트남 어민이 함정 어구를 놓고 있다. 피터 루치카,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먼저, 바다에서 포식자를 피하는 첫째 금언은 “큰 녀석을 조심하라”이다. 물속에서 죽은 생물은 가라앉는다. 포식자는 먹이를 잃지 않기 위해 통째로 삼키는 습성을 갖게 됐다. 통째로 삼키려면 입과 몸집이 커야 한다. 자기보다 큰 상대를 피하는 것은 피식자의 중요한 회피법이다. 닥치는 대로 먹어 몸을 빨리 키우는 쪽이 유리하다. 그러나 낚시는 크지 않은 데다 미끼로 위장까지 한다. 물고기의 첫 번째 방어를 간단히 돌파한다.

감각을 통해 포식자를 감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포식 물고기는 먹이를 정확히 타격하기 위해 양안시를 갖췄고 눈이 얼굴 앞쪽에 모여있다. 초식 어종의 눈이 양옆에 자리 잡아 광각으로 포식자를 경계하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

물이 흐리거나 복잡한 지형에서는 후각이 중요하다. 포식자의 냄새나 부상한 동료가 풍기는 냄새는 유력한 ‘경계 단서’이다. 포식자의 배설물 냄새는 그들의 소굴이라는 표식이다. 이런 냄새가 나면 먹이 찾기나 짝짓기 활동을 멈추고 은신하는 게 상책이다.

그러나 사람은 이런 단서를 전혀 드러내지 않는 숨어 있는 포식자이다. 그물, 낚시, 함정은 원격으로 설치된다. 그물은 물고기 눈에 거의 보이지 않는다. 함정은 피난처를 흉내 낸다. 아무런 냄새도 소리도 내지 않는다. 어떤 포식자도 이렇게 접근하지 않는다.

f5.jpg » 멕시코 어민의 전통 어법.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경험을 통해 포식자의 습성을 배우고 그 내용을 동료에게 전파하는 것은 물고기가 천적을 피하는 유력한 수단이다. 대개 경험 없고 작은 어린 물고기가 포식자의 밥이 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문제는 위험을 배우려면 공격에서 살아남아야 하는데, 상업 어구는 탈출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효율적이다. 저인망 등에서 빠져나오더라도 사망률이 워낙 높아 학습이 전파되기 힘들다. 잡은 물고기를 다시 놓아주는 ‘캐치 앤 릴리스’ 낚시를 하는 작은 호수 정도가 유일한 예외이다. 

학습이 역효과를 낳기도 한다. 미국 랍스터의 90% 이상은 붙잡히기 전 한 번 이상 함정에 들어왔다 무사히 나간 개체인 것으로 밝혀졌다. 함정 어구가 규제 크기 이하의 생물에게 ‘안전하다’는 학습을 한 셈이다. 

연구자들은 “인간은 물고기가 포식 위험에 대응해 진화시킨 모든 방어 수단을 무력화한 유일한 포식자”라며 “물고기가 포식자를 회피·학습하는 능력을 간직하도록 해야 지속 가능하고 탄력적으로 회복할 수 있는 어업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Mark G. Meekan et al, Never Off the Hook—How Fishing Subverts Predator-Prey Relationships in Marine Teleosts, Frontiers in Ecology and Evolution, October 2018 Volume 6 Article 157, doi: 10.3389/fevo.2018.00157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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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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