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라기 어룡, 온혈동물로 위장 색 띠었다

조홍섭 2018. 12.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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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 화석 정밀분석 결과 지방층·색소 분자 확인
깊고 찬물서 사냥, 태생…피부는 고래처럼 매끈

f1.jpg » 독일 홀츠마덴 채석장에서 발굴된 스테놉테리지우스 속 어룡 화석. 이번 연구는 첨단 분석장치로 화석의 분자구조까지 분석한 결과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원시 포유류 일부는 육지를 버리고 바다로 가 돌고래로 진화했다. 포유류가 출현하기 훨씬 전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파충류의 조상 중 일부가 바다로 서식지를 옮겨 지금은 멸종한 중생대 바다 파충류인 어룡으로 진화했다. 돌고래와 어룡은 1억년 이상 시차를 둔 동물이지만, 똑같이 바다 생활에 적응하면서 놀랍게도 형태가 비슷하다. 교과서에 나오는 이른바 ‘수렴 진화’의 대표적 사례이다. 그러나 둘 사이의 유사점은 단지 형태만이 아니란 사실이 밝혀졌다.

요한 린드그렌 스웨덴 룬드대 교수 등 국제 연구진은 잘 보전된 어룡 화석을 정밀분석한 결과, “어룡이 체온 유지를 위해 피하에 지방층이 있는 온혈동물이며 포식자를 피하기 위한 위장 색을 띠고 있었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6일 과학저널 ‘네이처’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f2.jpg » 이번 연구의 분석대상인 어룡 화석. 피부와 장기 등 연한 조직까지 잘 보존돼 있다. 요한 린드그렌 제공.

연구에 참여한 메리 슈바이처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교수는 “어룡은 현생 바다 파충류인 바다거북 등과 비슷한 점이 많지만, 화석기록을 통해 새끼를 낳고 더운피 동물일 것으로 추정됐다. 이번 연구로 어룡의 생물학적 수수께끼 일부가 풀렸다.”라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연구자들은 독일 홀츠마덴 채석장에서 발견한 중생대 쥐라기인 1억8000만년 전 스테놉테리지우스 속 어룡의 화석을 분자구조까지 정밀분석했다. 그 결과 어룡의 겉피부와 속피부, 그리고 그 밑에 깔린 지방층과 색소 세포까지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린드그렌 교수는 “화석이 너무나 잘 보존돼 피부의 개별 세포층과 간으로 보이는 내부 장기의 흔적까지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발견된 어룡 화석기록을 토대로 연구자들은 어룡이 더운피 동물일 것으로 추정했다. 눈이 커 깊고 찬 물 속에서 사냥했고, 유선형 몸매와 발달한 지느러미발에 비추어 장거리 이동을 했으며, 새끼를 낳는 난태생이어서 찬피동물인 일반적 파충류와 달리 더운피 동물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그런 가설이 옳았음을 보여준다.

f3.jpg » 겉피부와 속피부, 그 밑의 지방층 단면. 왼쪽이 현생 돌고래이고 오른쪽이 어룡 화석이다. 요한 린그렌, 마틴 야렌마르크 제공.

린드그렌 교수는 “피하 지방층의 화학적 증거를 찾았는데, 이는 어룡이 온혈동물이라는 첫 직접 화학적 증거”라고 말했다. 해양 포유류는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피하에 지방층을 보유하며, 이는 몸매를 유선형으로 유지하고 부력을 얻으며 먹이가 부족할 때 쓸 지방을 저장하는 구실을 한다고 논문은 밝혔다.

이번 연구에서는 또 어룡 화석의 색소 세포 분포를 통해 이 파충류가 현생 해양 동물처럼 몸 위쪽은 짙은 색, 아래쪽은 밝은색이었음을 밝혔다. 이런 색은 공중과 바다 밑 포식자로부터 잘 보이지 않도록 하는 위장 색 구실을 한다. 

슈바이처 교수는 “이 어룡은 형태학적이나 화학적으로 파충류에 가깝지만, 피부가 고래처럼 매끈하고 비늘이 없는 것은 요즘의 장수거북과 비슷하다”며 “비늘이 없어지면서 저항이 줄어 물속에서 재빠르게 유영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f4.jpg » 꼬리부터 새끼가 삐져나온 채 화석이 된 어룡 화석.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f5.jpg » 위 화석을 알기 쉽게 그린 그림. 뱃속에 다른 태아가 다수 들어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스테놉테리지우스 어룡은 독일·영국 등 유럽에서 잘 보존된 화석이 널리 발굴돼 온 고생물로 중생대 백악기에 멸종했다. 몸 길이는 최대 4m로 돌고래와 비슷하게 생겼고, 다랑어처럼 빠르게 헤엄치며 공기를 호흡했다. 화석에 남은 소화 잔류물로부터 물고기나 연체동물 등을 먹었음을 알 수 있다. 또 새끼를 낳다가 죽은 어미 화석으로부터 난태생임이 드러났다. 어룡은 돌고래처럼 새끼를 낳을 때 익사하지 않도록 꼬리부터 낳는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Johan Lindgren et al, Soft-tissue evidence for homeothermy and crypsis in a Jurassic ichthyosaur, Nature, DOI: 10.1038/s41586-018-0775-x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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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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